2022년 6월 30일 목요일

재와 환상의 그림갈 19권 1장

 0104A660. 圧倒的疎外感の中 (압도적 소외감 중)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을까? 하루히로는 다가오는 검은 것을 보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고 말았을까? 두렵지는 않다. 뭔가 이제는, 조금도 무섭지 않다. 검다. 왜 까맣지? 세카이슈世界腫. (역자주 - [슈,腫] 종기) 검다. 검은 덩어리. 검다. 검은 파도. 검다. 검은색. 세카이슈는 뭘까? 하루히로는 알 수 없다. 알 턱이 없다. 검은색. 검다. 세카이슈. 어디까지라도 검다. 검은색. 저것은 색인걸까? 아닌게 아닐지. 혹시, 색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광택이 없다. 그저 검다. 세카이슈는 빛을 반사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검다. 검게 보인다. 「왜 비실비실 돼! 」 팔이 잡혔다. 오른팔이었다. 팔꿈치 근처다. 아프다. 아프다고. 입밖에 내지 않았다. 하루히로는 그저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아프다. 아프다고. 아프겠지, 그야. 아프지 않을 리 없다. 왜냐하면, 손목이. 오른손목뿐만 아니라, 왼쪽손목도, 그놈이. 포르간의, 그 남자가. 외눈 외팔의 타카사기. 그놈이, 칼로. 그래. 그랬다. 당한 것이다. 그녀석에게, 손목을. 양손목이다. 심하다. 사실, 심한 짓 해줬다.  칼로 당했다. 하루히로는 찔린 것이다. 그 남자에 의해… 칼로. 스친 상처가 아니다. 깊은 상처다. 어쨌든, 손목을, 좌우 양쪽 손목을, 찔렸다. 그때문에 이제,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 상처가. 아프다고. 그런 식으로 난폭하게 하면, 상처가 영향받을 수 밖에 없다. 「가자…… !」 그러니까, 잡아 끌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니까. 아파서 참을 수 없으니까. 하루히로는 말로 표현했음 좋았을런지 모른다. 제대로 말하면 된다. 어째서 말하지 않는걸까? 하기야, 말해봤자 상대는 란타다. 어차피 문답무용이겠지. 그래도――왜 비실비실 되지……? 란타에게 끌려가면서, 하루히로는 그런 것에 신경이 쓰인다. 비실비실. 비실비실 돼? 자신은 비실비실 거리고 있는걸까? 그렇지 않을 터다. 아무리 그래도, 비실비실 될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비실비실 거리는 짓 따위 할 수 없다. 「그비 오히아헷」 쿠자크는 웃고 있지만. 「니기히. 고효레효아효에햐라호욧」 바보스럽게 웃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쿠자크는 뭔가 우스꽝스러워서, 웃고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우수꽝스러운 건 아니다. 다르다. 이상한 것이다. (역자주 - おかしい 우수꽝스럽다. 이상하다. 두가지 뜻) 세토라 같은 경우는 마치 고장난 태엽 인형 같이 돌아 다닌다. 전부, 이상하다. 「정신 차려, 멍청잇!」 란타가 얼굴을 가까이 하고 고함 쳤다. 그 직후였다. 강한 충격을 느끼며, 하루히로는 비틀거렸다. 맞은 모양이다. 왼쪽 뺨이다. 주먹으로 맞았다. 하루히로의 자세는 무너졌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모르겠다. 모든게… 하루히로는 알 수 없다. 왜 쓰러지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는 건지. 쓰러지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건지… 의미없다. 그대로 쓰러지려 하자, 또 란타에게 팔이 붙잡혔다. 「너 말야……!」 그러니까, 잡아당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프다고 말하고 있는걸 모르는 건지… 말하지 않았나? 맞아. 하루히로는 확실히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말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의미가 없다. 말한다고, 어떻게 된다는 건가? 어쩔 도리가 없다. 무슨 말을 해도 변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하루히로는 바꿀 수 없다. 이제, 됐다. 그것이 하루히로의 속마음이었다. ‘됐어. 이제 됐으니, 날 그냥 내버려두기를 바래’ 말로 해야 되나? 왜 몰라주는 걸까? 하루히로는 구태여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짧은 사귐도 아니고, 알아줘도 좋을 듯한 데… 왜그러는 건데? 응? 왜 모르는 건데? 알잖아, 보통은? 그정도는, 알아달라고? 아, 그런건가? 그런거군. 란타, 너는 보통이 아니니까, 좋게도 나쁘게도 보통은 아닌 너는, 모르는 걸지도. 란타이고, 어쩔수 없을런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알아 채주지 않을래? 한계라고. 온게 아니라, 한계 따위 이미 넘어 버린거야. 왜냐, 면, 이상하잖아. 모든게, 이상해. 이상하지? 그렇지? 비정상이야. 비정상인거라고. 이런거, 비정상인거야. 하루히로는 그녀를 찾았다. 바로 발견했다. 당연하다. 그녀는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보고 있다. 그녀는 턱을 조금 위로 들고 있었다. 내리 뜬 눈모양이었다. 아무리 봐도 그녀다. 메리. 응. 메리인데. 저건, 메리다. 용모와 자태는. 그래도, 아니다. 그녀가 메리라면, 맹세코 저런식으로 뭔가를 보거나 하지 않는다. 저것은 메리의 눈빛이 아니다. 맹세코? 무엇에 맹세하는건가? 맹세할 만한 존재가 있다는 말인가? 모르겠다. 하루히로는 더이상 모르겠다. 아무튼, 다르다. 저것은 분명 메리의 몸짓이 아니다. 메리인데. 그녀는, 메리인데? 그런데, 아니다. 아니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역시 메리는 아니다. 하루히로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없고, 견딜 수 없다. 하지만, 하루히로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아는 이상 모른 척 할 수 없다. 놈이, 있었던 것이다. 메리 속에, 놈이. 불사의 왕이. ‘나야’ 하고 하루히로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아아아아아――」 나다. 내 탓이다. 내가 나쁘다. 이것이든 저것이든, 내가. 「아냐――」 ‘그렇지 않다’ 고 생각하고 싶다. 아니라고. 왜냐면, 어쩔 수 없었잖아? 선택의 여지가 있었던가? 없었다. 없었을, 것이다. 하루히로가 아니더라도, 분명 이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니다. 하루히로는 기도할 정도로 강하게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부정하고 싶다. ‘내가 아닌거야’ 라고.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라고. 나만 나쁘다든가,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든가, 그런식으로 생각하지 않다도 된다. 그렇겠지? 아니지? 모두, 찬성해줄거지? 물론, 하루히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뿐이다. 하루히로도 알고 있다. 너무 잘 알 정도로 알고 있다. 아마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분명 아니기때문에, 아닌게 아니다.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하루히로가 결정했다. 그때 하루히로는 메리를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이것은 그것의 결과다. 하루히로가 내린 판단 때문에, 놈이 메리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놈을 메리속으로 들어가게 한 사람은,  하루히로다. 이렇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신도 아닌 하루히로는 예상할 수 있을 리 없다. 다만, 제시는 경고했었다. 『한번 죽은 나처럼, 그녀는 되살아난다』 대가는 있지 만』 『이것은 보통일은 아니다사람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는게 상식이고, 실제로 그렇다 모순된다. 사람은 되살아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메리는 되살아난다. 이상하다. 하지만, 제시는 거짓말을 해서, 하루히로를 속인 것은 아니다. 강제적인 것도 결코 아니었다. 선택한 것은, 어디까지나 하루히로다. 하루히로가 결정했다. 『……몇명 인가, 있어』 『몇명이나 있어. 아마, 원래는 전원, 별개였어』 메리가 그렇게 말했었다. 즉, 제시 앞에도 비슷한 자들이 있었다. 그들, 그녀들의 속에, 놈은, 불사의 왕은,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기생하고 있었다. 불사의 왕은 백년이상 전에 죽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상한 이야기다. 죽은건가? 불사 의 왕인데? 다른 생물과 같은 식으로 죽는다면, 그것은 불사는 아니다. 불사라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말 대로다. 실제, 불사의 왕은 죽지 않았던 것이다. 제시나 메리 처럼 생명을 잃은 자들이, 어떻게 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났을까? 마치, 소생한 듯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인가? 불사의 왕. 그들, 그녀들 속에, 볼사의 왕이 있었다. 불사의 왕, 그의 힘이 열쇠였던 것이다. 「이노무 멍청이 삐로! 」 란타에게 등이 떠밀렸다. 「적당히 해라 진짜로 달렷……! 달리라고, 이 초절 빌어먹을 녀석…… !」 넘어지면 끌어 일으키고, 꼬꾸라지면 엉덩이를 걷어 찬다. 어째서 란타는 이런 짓을 하는건지. 하루히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왜 란타는 포기하지 않는걸까? 어떤 뇌구조의 소유자인걸까? 란타의 머릿속은 어떻게 되어 있는걸까? 기본적으로 끈질긴 남자란 것은 알고 있었다. 묘하게 무관심하고 태평한 부분도 있는데, 뭔가 집착하면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치더라도 한도라는 것이 있다. 적어도, ‘적당히 해’라고 란타에게 들은 기억은 없다. 그건 이쪽 대사다. 결국, 근성에 졌다, 는 말인가? 「어이 이쪽이다! 」 「빠루삐로! 」 「라 ! 」 「빌어먹을 멍청이잇! 」 란타 목소리가 들리자, 하루히로는 그 방향으로 틀어 산길을 달렸다. 아니, 산 따위가 아니다. 흑금연산의 산자락에 펼쳐진 삼림의 한 복판이다. 땅 자체가 경사진데다, 우거진 나무의 줄기나 지상으로 튀어나온 뿌리가 엉켜, 불쑥 올라와 있거나 움푹 들어가 있다. 엄청 발디딜 곳이 나쁘고, 어디로 눈 돌려도 검은 것, 세카이슈 투성이고, 거의 똑바로 나아갈 수가 없다. 이쪽이면 괜찮은 건지… 그런 건 좀처럼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숨은 벌써부터 차 올랐다. 목구멍이나 그 안쪽 폐 부근이 아프다. 그 이상으로 타카사키에게 당한 두 손목이 쑤시고 쑤셔 참기 힘들다. 동맥은 아마 무사할 것이다. 그런데 피가 멈추지 않는다. 머리가 돌지도 않고, 생각할 여유따위 없지만, 생각할 것도 없다. 무리다. 어차피 도망갈 수 없다. 조만간, 세카이슈의 검은 물결에 따라 잡히든지, 앞이 막히든지, 곧 분명 그렇게 된다. 무섭지는 않았다. 오히려, 하루히로는 그때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을런지 모른다. 끝장을 내주면 좋다. 끝나버리면 된다. 그렇게 원한다면 멈춰서면 된다. 잠자코 가만히 있으면 된다. 왜 하루히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건가? 「……뭐야, 저건……!?」 정신을 차려보니, 4,5미터 전방에 란타가 걸음을 멈춰 서 있었다. 뒤돌아 보면서… 하루히로가 아닌, 분명 좀 더 뒷쪽을 보고 있다. ‘끝나는 건가?’ 순간 하루히로는 생각했다. ‘드디어 끝나는 건가?’ 모종의 안도와 함께 되돌아 보니, 새까만, 거대한 구형의 물체가 우뚝 솟아 있었다. 보기에 따라 검은 거목같기도 하다. 그러나 당연히, 저건 나무 따위는 아니다. 너무 까맣고, 저렇게 마구잡이로 거대한 나무가 있다면, 벌써 알아채고 있었을 것이다. 나무는 아니다. 검다. 거목 같은, 검은 덩어리다. 「세카이슈……」 그러고 보니, 하루히로들은 세카이슈에게 쫓기고 있었을 것이다. 조만간 꼭 따라 잡힐 줄 알았다. 그런데도, 지금 그대로 무사하다. 하루히로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 근처에는 검은 것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이제 세카이슈 표적은 하루히로들이 아니라는 말인가? 혹은,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을런지  모른다. 「불사의 왕인가?」 하루히로는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그게 어째다는 건가? 『나는 이 세계에 미움 받고 있다.』 불사의 왕이 말했었다. 그녀의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하루히로는, 아니다. 이 세계로부터 미움 따위 받지 않는다. 미움받을 가치가 없다. 하찮다. 있든 없든 상관없다. 하루히로는 인싸가 아닌 아싸인것이다.

2022년 6월 16일 목요일

재와 환상의 그림갈 19권 예고

 

재와 환상의 그림갈 level.19  이세계의 모든것을 껴안고 아파하다

주몬지아오 일러스트시라이에이리

어디까지라도 검다. 전부 이상하다.
쿠자크는 잠보에게 참살 당했다.
세토라는 큰검은독수리에게 처참하게 물어 뜯겼다.
철혈왕국에서 도망치려던 하루히로들에게 들이닥친 절망.
어쩔 수 없었다.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녀"만은 저항했다.
저항하고 말았다.
그 몸속에 잠들어 있던 "불사의 왕"이 깨어나, 세계의 모습을 격변시킨다.
그리고 검은 세카이슈(世界腫)가 그림갈을 유린하고 침식해 간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변경군이, 모험자들이, 모든 종족이, 죽었을 자들까지 행동을 개시한다.
연명하기 위해서.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칠흑으로 물들어 가는 듯한 세계에서, 각자의 모험담이 펼쳐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