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26일 화요일

재와 환상의 그림갈 19권 6장

 0111A660 恐れるな, 臆病者 (겁먹지마, 겁쟁이) 「……휴ー우우우야아아아앗ー하아아ー앗ー!」 한번 숨을 돌리려다, 한숨을 쉬고 말았지만, 킷카와로서는 어떻게든 묘한 소리로 연결시켜 자신을 고무하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뭐, 진짜 빌어먹을 위험천ー만 하잖아’ 하는 게 솔직한 심정으로, 머릿속 90%정도를 위기감으로 가득 채운 느낌이 킷카와를 점유하고 있다. 「킷카ー!」 간발의 틈도 두지 않고 타닷찌 타다의 고함이 날아오고, ‘아니 킷카 라니, 오레짱 킷카와 라구, 하지만 그런가, 그렇구나, 쉬고 있음  험위한거 아냐, 험위, 험위는 뭔소리래’ 같은  생각을 하며, 킷카와는 계단을 느릿느릿 올라오는 이상한 검은 놈에게  「오또앗!」 하고 방패에 의한 일격을 먹였다. 그리고 ‘겁주었는데 말이지’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꿀뚝 같지만, 어쨌든 이 이상한 검은 놈들은 겁내지 않기 때문에, 이든 저든, 좀 밀어내고, 더해  「왓!」 하고 발차기를 넣고, 검으로 베어도 의미 없는, 여하튼 이놈들은 벨 수 없으니, 「――쇼잇……!」 하고 검의 옆면으로  ‘ 냅다 때려 준다. 그래서 그 까만 이상한 놈은 계단을 두 계단 후퇴하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바로 그 뒤를 이어 또 다른 이상한 검은 놈이 느릿느릿 계단을 올라오기 때문에 속수무책이다. (역자주 - 킷카와는 자신을 오레짱이라고 하고, 단어를 종종 뒤집어 말함) 「짠……!」 장신의 미모리가 킷카와 옆을 달려 빠져나와, 이상한 검은 놈에게 장검을 내리쳤다. 물론, 장검의 날은 사용하지 않는다. 미모리도 검의 옆면으로 구타했다. 마법사이지만, 그리고 여성인데도, 미모리의 완력은 대단하다. 킷카와는 자신이 한심해져 눈물이 찔끔날 것 같았다. 동시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미모리는 힘이 센 것만이 아니다. 단순히 힘만으로는 저 이도류, 아니 고쳐 말해 이검류는 무리일 것이다. 이검류? 이도류라 해도 되나? 어쨌든 미모리는 두 개의 장검을 호쾌하게 휘둘러, 이상한 검은 놈을 터무니 없는 기세로 날려 버리자, 그 뒤에서 다가 오려던 이상한 검은 놈들까지 말려 들고 말았다.

「알라뷰ー! NICEー! 입니다ー!」 저스트한 타이밍에 안나씨가 위쪽에서 격찬하고, 격려해준다. 이게 있으니 토키즈는 힘낼 만한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랄까, 마구마구 있다. 안나씨는 조금 전까지 빛의 호법(PROTECTION), 수인(守人)의 빛(ASSIT) 같은 보조마법도 끊기지 않게 제대로 걸어주고 있었지만, 필요에 따라 마법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안되거나 하니, 역시 힘들어지고 있다. 마법의 근원은 마법력이고, 이것은 정신적인 활력같은 것인 모양이다. 요컨데, 마법도 체력 승부에 가깝다. 안나씨가 기진맥진해 푹 쓰러져 버리면, 토키즈는 토키즈로 있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안나씨는 가능한 쉬도록 하고, 안나씨의 응원만 받아, 모두 버티는 것이다. 「……힘내는꼬야……」 킷카와 입에서 약간 묘한 말이 흘러 나왔다. ‘힘내는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무슨 이유인지, ‘거야’ 가 ‘꼬야’로 바뀌고 말았다. 그리고, 목소리가 너무 작았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 두 개의 장검을 또 휘두르려던 미모리가 비틀거리며 계단 옆의 벽으로 쓰러진다. ‘그런가, 그렇구나, 그야 그렇겠지’ 라고 킷카와는 생각한다. 미모리도 지친꼬야. 지치지 않을리 없는꼬야. ‘없는꼬야’ 라니 뭔 소리야, 오레짱이다, 오레짱이 나설 차례가 된거 아냐? 애초 미모리씨가 오레짱을 커버해준 것이니, 애초 완전히 숨이 차 뒤로 빠진 미모리씨가, 무리해 오레짱을 헬프 해준 거니까, 지금은 오레짱이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장면이 되어버린거?―― 라고, 생각은 천방지축 뛰어 다녀도 몸이 전혀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슬픈 밤에 차디찬 한심스러움을 끌어안고 있어도, 눈물 한방울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된거야. 킷카와는 울고 싶었다. ‘지금 되는거야, 히어로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잖아. 지금이야말로 히어로가 되지 않고 어쩌겠다는 거냐’ 「비켜 비켜 비켜 어어어ー엇……!」 타다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지지 않아도, 킷카와는 알고 있었다. 다르다. 다른 것이다. 다른거야. 뭐가 다른거야? 역할이 다르다. 킷카와는 히어로가 아니고, 히어로가 될 수도 없다. 킷카와 같은 인간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하고 싶은데? 오레짱도, 말야? 하고 싶다고. 뭐든 꺼내고 싶다고. ‘꺼낼 수 있는 것이라면 꺼내고 싶고, 꺼내고 싶어 견딜 수 없다고, 하지만――말야’ 하고 킷카와는 생각한다기 보다는, 두껍고 높은 벽에 부딪히고 만다. 지금이다. 하는 때에 분발할 수 없다. 결국 꺼내고 싶어도 꺼낼 수 없는 것은, 내놓을 게 없기 때문이다. 힘이 없다. 재능이 없다. 소질이 없다. 히어로가 될 수 있는 자는 애초에 다르다. 킷카와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노력으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닌게 아닐런지 왜냐하면, 노력은 킷카와도 남들 못지 않게… 뭐,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워 말하지 않지만, 아마 남들 만큼 해 왔다. 노력으로는 아무리 해도 뚫을 수 없는, 넘을 수도 없는 벽이 있는 것이다. 즉, 히어로는 원래 히어로 인 것이다. 히어로가 되도록 만들어져 히어로가 된다. 히어로의 풍족한 자질이 주어져 있다. 예를 들어, ‘이야, 이미 할 수 있는건 다했어, 꺼낼 수 있는건 다 꺼냈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텅 텅 텅비어렸다고’ 하는 상태로, 보통사람이라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만, 히어로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바닥이 꺼진다. 아직 더 아래가 있다. 바싹 마른 호수 바닥에서,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물이 솟아 난다. 그러기는 커녕, 뿜어져 나온다. 「에로임 엣사임 이 내가 갈구하여 호소할지니이이이이이아아아아아아아아……」 (역자주 - [에로임 엣사임, Eloim Essaim] 신이나 악마 같은 초월 존재에게 바램을 호소하는 주문, ‘4월은 너의 거짓말’ 여주 카오리가 연주 전에 외운 주문) 타다가 마하불사의(摩訶不思議)한 주문을 큰소리로 외치며 계단을 굴러 내려온다.  킷카와은 순간 옆으로 비켜 벽으로 몸을 밀어 붙이고, 절망한다. ‘뭐야, 뭐냐고―, 움직이잖아, 오레찌 몸, 말 들어주잖아. 힘, 남아 있잖아. 꼴 사나워 (역자주 - [마하불사의,摩訶不思議] 매우 불가사의 하도록 이상한) 타다는 계단을 데굴데굴 굴러 내려와 킷카와를, 그리고 미모리를 지나쳐서, 이상한 검은 것을 향해 돌진한다. 이상한 검은 것은, 광택 제로의 새까만 전신(全身)타이즈를 입은 인간, 이라고 표현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놈이 인간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딱딱은 아니지만, 탱글탱글이라기보다는 쫀득쫀득해, 중량감은 나름대로 있지만, 암석처럼 무겁지는 않아, 벨 수 없고, 부술 수 없다. 사람 모습이라고는 하나, 아래쪽으로 갈수록 홀쭉한 몸통에 팔 같은 것이 두개, 다리 같은 것이 두개 나 있을 뿐이다. 머리같은 것은 없다. 손발 같은 부위도 눈에 띄지 않는다. 폭 2미터도 되지 않는 계단을 속속 올라오는 이상한 검은 놈들에게 타다는 냅다 몸통박치기를 한 것인지… 「쯔가 트레아……!」 아니, 그게 아니라 워해머를 붕 휘둘러 냅다 날려 버린 모양이다. 그런 식으로 굴러 내려와서 이상한 검은 놈들에게 접촉하기 바로 직전에 일어나, 끌어안고 있던 워해머를 구사해 보인다는 건, 타다 밖에 할 수 없는 재주일 것이다. 바로 온리원(ONLY ONE) 이라는 건가 킷카와 입장에서 말하자면, ‘저런 거 인간이 할수 있는 일이 아니라구요’ 보통은 할 수 없다. 어어? 보통 노 노 노 노. 보통이 아니라 해도, 할 수 있을 리 없다구요. 「은나하아!보이트레! 사바! 시메사바아앗……!」 타다가 워해머를 휘두를 때마다 이상한 검은 놈들이 때려 눕혀진다. 타다의 워해머는 이상한 검은 놈들뿐만 아니라, 벽에, 계단에도 부딪힌다. 팍 부서진 석재가 폭풍처럼 흩날리고 있다. 우와ー오! 챠오! 아니, 챠오는 틀렸나? 대단해에에――하고, 킷카와는 감탄하고 쳐다보고 있어도 괜찮나? 괜찮을리 없다. 타다는 워해머를 사용한다. 뿌리부터 워해머를 좋아한다. 워해머 애호가, 워해머 마스터가, 전사에서 신관으로 이직했다. 왜일까? 다쳤을 때 일일이 안나씨의 손을 귀찮게 하는 것보다, 스스로 쌰삭하고 낫게 해버리는 쪽이 편하기 때문이다. 마음껏 워해머를 사용해 날뛰고 싶기에 신관이 되었다. 원래, 타다는 그리 큰 몸집이 아니다. 벗으면 굉장하다. 근육은 엄청나지만, 사실 파워 파이터는 아니다. 타다가 땀범벅이 되어 워해머를 마구 휘두르고 있는 모습을 킷카와는 여러차례 보았다. 몇번이나 몇번이나 그걸 반복하고, 서서히 속도를 높여 간다. 타다는 전장에서의 모든 상황을 상정하고, 그에 맞는 기술을 고안하여, 반복 연습하고, 갈고 닦아, 워해머 사용법, 워해머 움직임, 그 반동, 모든 것을 몸에 스며들게 하고 있다. 워해머는 타다의 일부가 되어있다고 해도 좋다. 랄까, 타다는 워해머이고, 워해머는 타다다. 「크하다앗……! 다치오앗……! 은나그……! 교구……!」 그런 타다가 워해머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휘두르면 스스로 멈출 수 없다. 그래서, 벽이나 계단에 부딪혀 멈춘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 언제라도 타다의 손에서 워해머가 쑥 빠져 나가도 이상하지 않다. 타다인 것이다. 워해머를 들고 있기만하면, 틀림없이 숨이 멎을 때 까지 계속 휘두를 것이다. 그렇지만, 설령 중요한 워해머를 손에서 놓쳐, 없어져 버리고 만다해도, 타다는 계속 워해머를 휘두르려고 한다. 몸에 배인 연습동작이다. 휘두르는 연습동작을, 귀신에 홀린 듯, 빈손으로 마구 하는 타다의 환상을 킷카와는 보았다. 「타다찌……! 타다씨……!」 킷카와는 계단을 내려가려 했지만, 발을 헛디뎌 비틀거렸다. 진짜냐 하고 생각했다. 히어로가 되지 않아도 좋다. 지금은 조금만 더 버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다. 무리인건가? 이 정도도 못할 만큼, 나라는 인간은 칠칠치 못한 것이다. 거의 거의 쓰레기잖아.  거의 거의가 아니잖아. 그저 쓰레기잖아. 쓰레기 결정판 이잖아. 「마魔아……!」 그때, 뭔가 불길한 바람이 한 차례 불어, 킷키와라는 쓰레기를 밀어냈다. 마의 바람(魔風)은 포니테일이었다. 랄까, 이누이잖아. 최근 얼마 쯤 흰머리가 섞인 포니테일을 휘날리며, 이누이가 질주한다. 「――근데, 얼마전부터 행방불명이었죠, 이누이……」 킷카와는 어안이 벙벙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토키즈의 이런저런 일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이누이가 어느 누구에게도 아무런 소리 하지 않고 사라진 후 어느 정도 지나, 갑자기 돌아와 무슨 일을 저지르는가 싶더니, 이누이는 「――테하……!」 하고 타다의 목덜미를 하고 끌어 당겨 쥔다.  「켁――」 덕택에, 타다는 목이 졸리는 꼴이 되었다. 휘둘렀던 워해머가 벽에 부딪히고 튕겨, 하마터면 손에서 떨어져 버릴 뻔 했지만, 역시 타다다. 오기로라도 워해머를 놓치 않았다. 「잘했어……!」 이번에 누구지? 두말할 것도 없다. 타다를 끌고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이누이와 엇갈려, 그 남자가 뛰어 나왔다. 「아니, 어, 거짓말, 벌써 움직일 수 있는 거야……!?」 킷카와는 깜짝 놀라 흠칫 했다. 그에게는 한계라는 것이 없다는 말인건가? 대체로, 그가 분투해준 덕분에, 토키즈는 아직 버티고 있다. 그가 제일 땀을 많이 흘렸다. 피조차 흘렸다. 수많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그는 어느 누구보다 오랫동안 최전선에 서서 몸을 던져 동료들을 지켰다. 과연 버티기 힘들어, 조금만 쉬게 해달라 고, 그 스스로 말해온 것이다. 그때까지 부상의 처치 이외에는, 본인 왈 「일어선 채 잠자는 듯 싸우면서 쉰다」 는 것 밖에 하지 않았으니, 그라 해도 극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가 후방으로 물러났을 때, 킷카와는 각오를 다졌다. 과연 잠깐 휴식한다고 전선복귀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분간 그없이 어떻게든 해야 한다. 타다찌도 꽤 괴로운 것 같고, 미모리씨는 어지간히 위험하고, 왠지 이누이는 없어도,할 수 밖에 없다. 할 수 없었던 셈이지만.  킷카와에게는 짐이 무거웠던 것이다. ‘뭐, 어쩔 수 없지 하고 솔직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가, 토키무네가 나타나면, 그곳은 이미, 리버사이드 철골요새 내에 있는 14개의 탑 중 하나, 9번 탑의 계단이 아니다. 토키무네를 위해 준비된 무대이다. 「자아, 준비는 됐나……!?」 토키무네는 광명신 루미아리스에 귀의한 성기사로, 광마법을 습득하고 있다. 황홀의 빛(恍惚,TRANS)을 자신에게 걸어, 용맹함과 강건함을 높이는 효과를 얻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방패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것으로 봐서, 광순( 光盾LUMINOUS)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기사가 모두, 토키무네 처럼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랄까, 될수 없다. 체중 따윈 없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토키무네의 몸놀림은 빠를 뿐 아니라 가볍다. 이상한 검은 놈에게 육박해서, 「헤잇……!」하고 방패로 후려치기보다는 밀친다. 그러자, 이상한 검은 놈은 둥실둥실 떠 날아가 버린다. 그때는 이미, 토키무네는 다음 이상한 검은 놈에게 「헤잇!」하고 방패를 밀어 붙인다. 뭔가 가볍게 닿았을 뿐 인것 처럼 보이고, 하는 충격음도 나지 않는다. 하는 듯한 묵직한 소리가 났을 뿐이다. 저건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 건지… 킷카와로서는 알 수 없지만, 절묘한 각도와 힘조절, 이때가 아니면 안돼’하는 타이밍에 방패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방패뿐만이 아니다. 토키무네는 장검을 빙 돌려, 「헤잇! 헤잇!」이상한 검은 놈을 퍼 올리듯 되밀어 낸다. 무중력이잖아. 아니, 무중력은 아니겠지만, 마치 중력을 무시하고 있는 듯 하다. 토키무네는 슥, 스슥, 스스슥하고 적당히, 서있는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그 움직임 등은 거의 순간이동이잖아. 「헤잇! 헤잇! 헤헤헤잇! 헤헤헤잇! 헤헤헤헤ー이이……!」 「……토키무네・온 스테이지 잖ー아」 킷카와는 그만 웃고 말았다. 토키무네는 토키즈의 방패로, 물론 리더로, 카리스마로, 모두의 파파 적인 존재이며, 최대급 성기사로, 진짜(REAL) 히어로다. 새삼스럽게 그 절대적인 스타성이 가슴에 와 부딪혔다. 그런건가? 「미모리, 킷카와! 일단 후퇴한다……! 할 수 있겠어……!?」 토키무네가 장검과 방패로 잇아한 검은 놈들을 밀어 내는 손을 멈추지 않은채, 랄까, 손만이 아니라 전신운동을 조금도 느슨하게 하지 않고 외친다. 「――에!」 미모리는 바로 몸을 돌렸다. 오레짱, 몸은 꽤 무거운 듯 하지만, 어떻게든 움직이고 있다. 움직일 수 있어, 그렇겠지. 오레짱’, 킷카와는 맘속으로 자신을 꾸짖으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케! 라져! 예쓰 예쓰 썰ー……!」 가능한 쾌활한 목소리로 대답할 생각이었다. 밝고, 긍정적으로, 울트라 해피로, 슈퍼 포지티브로. 그것만이 킷카와의 쓸만한 점이다. 다른 건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 하트에 불을 붙이기 보다 털을 나게 해. 빽ー빽ー한 하트로 고ー고ー고ー다. (역자주 - [심장(간)에 털이나다] 우리나라 속담으로는 ‘간이 부었다’ 같은 대담함, 낯뚜꺼움 등을 말함) 그럴텐데, 왜 눈물이 멈추지 않는건지… 킷카와는 곧 미모리에게 따라 잡히고 말았다. 미모리는 옆의 킷카와를 보고, 분명 움찔했다. 탑안에 등불이 비추는 미모리의 눈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듯 보였다. 「괜찮아……!?」 「헬싱키……」 (역자주 - 아무렇지 않다는 [平気, 헤이키]를 헬싱키로 잘못 발음) 킷카와는 순간적으로 활짝 웃는 얼굴을 지어보이며 답했다. 자신에 말했지만, ‘헬싱키 라니 뭔 소리야’ 하고 생각한다. 울어버리고 말았구나, 오레짱. 울면서 웃다니, 상당히 기분 나쁘지 않을까? 기분나쁘겠지. 기분더러워ー. 더러더러ー. (無)가 되라. 킷카와는 그렇게 다짐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다. 무(無)가 좋다. 무(無)가 되어버리고 싶다. 계단을 올라간다. 미모리는 먼저 갈 수 있다. 킷카와를 두고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먼저가 주지 않는다. 킷카와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미모리에게 신경쓰게 하다니. 키가 커서 누나같지만, 캐릭터 적으로는 동생에 가까운 미모리인데… 잠시 계단을 오르자, 계단참 같은 곳이 보였다. 그곳에는 통로 출입구 가 있다. 리버사이드 철골 요새에 14개 있는 탑은, 각각 연락교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다리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지붕이 달려 있어, 요컨대 연결 통로다. 그 연결 통로 바로 앞에 안나씨와 타다, 이누이가 있었다. 「HURRY ……! 미모링, 젠장할 킷카와! 서둘러 입ー니다ー……!」 안나씨가 엄청난 기세로 손을 흔들고 있다. 킷카와는 그제서야 뒷쪽이 신경 써였다. 「토키무네는……!?」 「너 이자식은 신경꺼ー이니까, QUICKLYー올라와 입니다……!」 「말투가……!」 킷카와는 발끈 화를 낸 자신에게 깜짝 놀랐다. 안나씨에게 무슨 소릴 듣고 열 받다니 꽤 이상하다. 안나씨의 말은 무슨 말이든지 고맙게 받아 들인다. 그것이 토키즈의 불문율이다. (無)가 되라. 새삼 킷카와는 다짐했다. 정말로 무가 되어라. 머릿속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존재를 무로 하고 싶다. 이런 자신은 무가 되는 편이 좋다. 킷카와는 다시 눈물이 흘러 내리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무가 되어야만 하고, 무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볼썽 사나워 어쩔 수 없지만, 킷카와는 울면서 계단을 올라가 연결 통로로 뛰어들었다. 연결 통로를 건너, 다른 탑에 발을 들여 놓자 넘어지고 말았다. 「――흐겍……!?」 킷카와는 앞으로 꼬꾸라져 돌바닥에 처박았다. 얼굴은 방패로 감쌌지만,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짐스러워, 빌어먹을 녀석……!」 타다에게 걷어 차여도, 킷카와는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누이인지 누군가 끌고 물건처럼 이동시켰다. 「좋아, 괜찮지……!」 토키무네의 목소리가 들리고, 킷카와는 멍하니 생각한다. 아ー……. 다행이다. ――하고. 토키무네가 혼자 남겨졌던 것은 아니었다.  뭐, 당연한 일이지만. 혹시, 그 토키무네가 「여긴 나에게 맡기고 너희들은 가!」 같은 짓을 한 건 아닐까 하고, 한순간이라도 생각한 킷카와가 이상한 것이다. 왜냐면, 아니지? 그런 건, 토키즈가 아니잖아? 토키즈는 아니다. 아무리, 격한 위험에도 빈틈없이 견고하게 전원이 헤쳐나가고 만다. 그것이 토키즈의 특징이다. 분명히 자기 희생은 멋있고, 고귀한 행동일 수 있지만, 그렇게 도움 받고 만 동료 쪽은 견딜 수 없게 되는 게 당연하고, 결국, 다 같이 살아남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그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토키즈・이즘, 토키즈정신이다. 즉, 토키무네의 공연 목적은, 처음부터 동료들을 후퇴시킬 시간적 유예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토키무네는 이상한 검은 놈들을 아래로 밀어내어, 그 사이에 모두를 후퇴시키도록 하고, 당연히, 자신도 제대로 계단을 올라왔다. 그리고 연락통로를 뛰어 빠져나와, 지금, 훌륭하게 동료들과 합류했다. 그 다음은 타다의 일이었다. 킷카와는 몸을 일으켜 「――으으……!」하고 팔로 눈물을 닦고, 타다의 파괴활동을 눈에 담았다. 「느카치ー에아아아아앗……!」 타다는 탑안에서 앞쪽으로 공중제비를 돌아, 연결통로 바닥을 향해 워해머를 내리쳤다. 윤전파참(輪転破斬, SOMERSAULT BOMB). 저것은 전사길드가 중장식 전투술(重装式戦闘術)의 하나로 가르치는 것 전투기술이다. 킷카와도 습득하고 있지만,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저것은 회전력과 체중을 잘 싣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다. 체력소모도 심하고, 빗나가기 쉽상이다. 타다의 아테칸(当て勘)은 타고난 것이다. 뭐, 노리는 게 바닥이라면 눈 감고 있어도 맞추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저런 재주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다.  (역자주 - [아테칸,当て勘] 격투기에서 움직이는 상대의 동작을 예측하여 타격을 입히는 기술) 「카……!」 타다는 윤전파참을 명중시킴과 동시에 뛰어올라, 또 공중제비로 돌았다. 「――쯔앗……!」 하고, 한번 더 윤전파참을 날린다. 와시얏! 트로! 얼마든지! 분발……!」 도합 여섯발의 윤전파참을 연속으로 해냈다. 그것 만으로 비정상이다. 이제 저것은 윤전파참이 아니다. 별격의 새로운 전투기술로 취급해야하는 것은 아닐런지… 게다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타다는 육연속 폭격을 작렬 시킨 뒤, 사이에 짧은 숨을 한번 쉬었을 뿐, 또 워해머를 휘둘렀다. 「사……!」 앞쪽 연결통로 왼쪽벽을 타다의 워해머가 일격한다. 「――타테에에엣……!」 이어 그 반대,  우측의 벽도 때렸다. 세게 때렸다. 멍청하게도 킷카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미 연결통로는 육연속 폭격으로 막대한 데미지를 입고 있었던 모양이다. 간단히 말해, 부서져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좌우벽에 대한 강타로, 직전의 상태에서 훨씬 진행된다. 어떻게 진행되는걸까? 「이예예예예예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스……!」 안나씨가 강력하게 쾌재를 부르는 소리는, 연결통로가 단숨에 붕괴되는 굉음에 묻혀버렸다. 타다는 뒤집히 듯 뒤로 쓰러졌다. 아니, 바닥에 머리가 부딪히기 전에 토키무네가 안아 부드럽게 살며시 눕혔다. 우리 토키즈의 히어로 스마트한 신사이기도 하다. 이렇게 연결통로는 토키무네를 뒤쫓아왔을 이상한 검은 놈들과 함께 무너졌다. 토키무네는 후방으로 물러나 쉴 때 이 작전을 생각해 내고 준비했던 것이다. 요컨데, 히어로는 쉬는 일 따위 없었다. 토키즈는 14개 탑 중에 9번 탑에 있었었다. 타다가 때려 부순 연결통로는 9번탑과 몇번 탑을 연결하고 있었을까? 킷카와는 그런 것 조차 모른다. 이누이인가? 이누이다. 분명 이누이가 조사해 왔다. 그런게 틀림없다. 토키즈느 9번 탑의 방어를 포기하고 몇번 탑인지 불분명한 이 탑으로 후퇴해 왔다. 달아난 곳이 이상한 검은 놈들에게 점령당해 있었다면 심히 눈뜨고 볼 수 조차 없는 처지가 된다. 이누이는 그냥 훌쩍 사라졌던 것이 아니었다. 어느새 토키무네가 지시를 내리고 있었던 걸까? 이누이가 정찰해 왔고, 이 몇번 탑인지 모르는 탑은 괜찮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토키무네는 이 후퇴작전을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킷카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적어도, 킷카와의 뇌속에 의미있는 사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었다. 『아ー우리는 말야? 토키즈는 봐봐, 패밀리 같은? 이랄까, 패밀리인거야! 파파・토키무네, 마마・안나씨, 장남・타다찌, 장녀・미모리씨, 막내・오레짱, 키우는개・이누이같은――』 동기 하루히로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왠지 킷카와는 그때의 말투, 그리고 표정까지 또렷이 떠올랐다. 목소리야 어찌되었든, 자신의 얼굴은 보이지 않으니, 기억할리 없는데도… 하지만, 킷카와는 확신을 가지고 단언할 수 있다. 그때의 킷카와는, 틀림없이 실실거리고 있었다. 좋지 않은 느낌으로 느슨해져 있었다, 아무래도 칠칠치 못한 얼굴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막내, 인거야」 오레짱 막내이고, 어쨌든 막내이니까, 뭐 역시 막내 라는 건――같은 식의 변명을 한 적은 한번도 없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의도는 없었다. 아니, 의식하지 않았을 뿐, 계속 막내 기분으로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런 발언이 불쑥 튀어나올 리 없다. 킷카와는 어느새 무릎을 안고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왜그래?」 토키무네가 어깨를 두드려 주지 않았다면, 언제까지나 쭈그려 앉아 있었을지 모른다. 킷카와는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구요」 「세상이 끝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잖아」 토키무네는 흰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기진맥진하지 않을 수 없고, 약간 수척해지긴 했지만, 히어로의 얼굴은 한없이 밝다. 이 웃는 얼굴에 킷카와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할 수 밖에 없지, 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게 해준다. 정말 대단해. 토키무네는 진짜 대단해서. 동경해. 타고난 히어로인걸. 동경하지 않을 수 존재라구 하지만 지금은,  빛나기만 한 토키무네 스마일이, 그 눈부심이  지나쳐 눈이 아프다. 가슴도 아프다. 괴롭다. 힘들다. 힘들다구요. 자신은 분수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통감하고 있다. ‘동경이라니, 부끄럽다구요ー’ 왜냐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잖아. 킷카와와 토키무네는 달과 자라만큼 다르다. 아니, 달과 자라 똥 만큼 다르다. 될 리가 없다. 다가갈 수 조차 없는거야. 나는 자라 똥이니까. ――알고는 있었는데?(역자주 - 달과 자라, 같이 동그랗게 보여도 하늘과 땅 차이라는 일본 속담) 그랬다. 진작 알고 있었다. 토키즈는 남다른 재능(異能)의 개성파집단이다. 그중에서, 킷카와는? 평범하다. 킷카와만이 월등하게 보통사람인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보다시피 머리가 텅 빈 인간으로, 얄팍하고 가볍디 가벼운 바보스러움 정도만 보통이상일까? 경박한데 비해 낯가죽만큼은 무턱대고 두꺼워니까, 태연하게 토키즈 일원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해도, 열등감 따위 티끌만큼 품지 않았었다 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 할 수 없다. 가끔 솔직히 낙담하기도 했다. 푹 자고 나면, 대체로 어떻게든 괜찮아진다. 어떻게든 괜찮아지지 않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밖에 없잖슴까. 다를, 좋은 사람이고, 동료를 버릴 가능성은 제로이고 아무도, ‘왜 너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거야, 이 무능, 더 이상 할 수 있을 까 보냐, 나가’ 같은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녀석이네ー. 뭐어, 넌 그런 녀석이고. 그것도 포함해서 동료이고. 즐겁게 하는 게 제일이지’ 그게 토키즈다. 다들 너무 좋아해. 꽤 사랑하고 있어. 이제 와서, 어째서? 왜 킷카와는, 토키무네가 말하 듯 세상이 끝난 듯한 얼굴 을 하고 있을까? 「아……――」 그렇구나. 그런것인가… 킷카와는 그제사 자신의 심정을 이해했다. 킷카와를 좀 먹고 있는 것은, 약하다, 열등하다 자신의 쓸모없음에 대한 분노, 실망,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부끄러워 어쩔 수 없다 는 그런 기분은 아니다. 그런 감정들은 확실히 있지만, 근본이 다르다. 토키무네가 말한 그대로다. 세상이 끝났다. 「……왜냐하면」 킷카와는 고개를 숙였다. 「왜냐면, 진짜로 끝난거 아냐? 저 이상한 까만 게. 뭐냐구요, 저거. 오르타나는 저것들에게 당한 모양이고. 시노하라찌도 당한 것 같고. 진・모기스가 혼자 도망쳐온거잖아. 저거. 그녀석이 리버사이드 철골요새까지 데려온 거나 다름없어. 여기 이제 위험하잖아. 지킬수 없어. 지킬 수 없고. 우리들 지금은 모두 무사하지만, 의용병 잔뜩 당하고 말았다구요. 위험하잖아. 위험한 놈이잖아……」 「이노무 킷카와! 무―얼 주절주절 BULL SHIT……――」 안나씨의 거칠어 지려던 목소리는 용두사미가 되어 사라졌다. 「우―……」 미모리가 신음한다. “후, 호오우, 후네하, 누핫……” 하는 느낌의 듣기조차 힘든 거친 숨결은 타다의 것이리라. 이누이가 「큭……」하고 목을 울렸다. 「마왕의 시대, 도래……라는 것인가. 큭……」 「매번매번 잘도 그런 시덥지 않은 소릴 할 수 있구만요」 킷카와는 기세좋게 일어서려 했지만, 도중에 허리가 꺽이고 말았다. 「……농담아니고 말이지. 세상, 끝나가잖아. 상황, 나빠지기만 하고. 여기를 빠져나간다 해도. 그 다음은? 전망이 없잖아. 난 괜찮다구요? 뭐랄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요. 그렇게. 미련같은 거 없다고나 할까. 즐거웠다구요? 매일, 즐거웠네요. 좋은 추억 투성이야. 모두가 있었으니까. 모두 함께 였으니까. 나, 너무 복 받았어. 모두 진짜로 감사한다구요. 모두들 덕분에 후회같은 거 없지만…… 그래도 말야……끝나는 건……싫어. 세상따위 알바 아니라해도 말이지. 세상이 끝난다는 건, 모두 죽는다는 거 잖아. 다 그게 싫다구요」 킷카와는 나름대로 의용병으로 살아 왔다. 죽음을 접한 적은 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자기가 죽으면 어떻게 될지.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뭐, 꿈조차 꾸지 않고 잠 자는 듯한 것이려나킷카와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보통은 자면 깬다. 그러나 죽으면 깨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그다지 무섭지 않다. 자신은 괜찮다.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 그래도, 동료들이 죽는 건 바라지 않는다. 그건 안된다. 토키즈이고, 분명 괜찮을 거다. 최초로 죽는 것은 막내 자신일 것이다. 뭔가 엉뚱한 실수를 하다, ‘우왓, 위험햇, 죽을지도’ 하고 생각한 순간, 의식이 없어진다. 이미 죽었다. 적어도 동료가 그 뒤에 웃음이 나오는 식으로 죽고 싶다. ‘저녀석 바보잖아, 최후의 최후까지 바보였잖아, 아니 웃으면 안되지만, 역시 웃게 돼’ 같이 생각해주도록, 눈물로 습해지지 않게 하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토키즈를 믿고 있다. 어디까지라도 믿고 있다. 그러니까, 분명, 분명 괜찮다. 다들 오레짱을 두고 가버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레짱은 아마, 뭔가 실수로 먼저 가버리겠지만, 그건 용서해줘요. 「……앞으로 어떻게 해. 나는 모두가 살았음 좋겠어. 그거면 돼. 하지만, 희망이 희미한 듯한 기분이 든다구요. 이거, 세상이 끝나는 거라구요……」 「그렇구나」 토키무네가 갑자기 쭈그리고 앉아 킷카와의 어깨를 팔로 감쌌다. 「나도 동감이다. 세상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 끝이라는게 뭘 가르키는지는 몰라도, 최고구나」 「――어? 최고……?」 「세상이 끝나는 거지? 정말 세상이 끝나는 것이라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빅 이벤트다. 두근두근 거리지 않아?」 「……아니, 난 두근두근 이랄지, 부들부들 떨리지만……」 「두근두근과 부들부들은 많이 닮았으니까. 서로 가까운 곳에 있어. 부들부들 을, 두근두근 으로 바꿀 수 있다」 「그건 역시 무리잖아요……」 「무섭냐, 킷카와?」 토키무네는 온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킷카와를 끌어안 듯 끌어당겼다. 「응? 무서워?」 「……그야――말이죠. 무서……워요. 난……모두와 달리, 평범하고……」 「나도 무서워」 「예?」 「이건 본격적으로 위험스럽구나 하고 생각해」 토키무네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오크나 불사족이 전쟁을 걸어와, 가뜩이나 난처하게 되었는데, 엎친데 덮친격, 이제부터 말야. 어쩌면, 그림갈이 확 바뀌어버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몰라. 그게 뭔지 짐작도 안가. 산뜻하게 모르겠어. 그 부분도 위험해. 세상이 끝장인가? 그렇군. 적어도, 지금까지의 세상은 끝날지도 모른다. 이런 거 무섭잖아. 무섭지 않다면 이상해」

「……그래도――」
킷카와는 자기도 모르게 떨고 있다. 무섭다. 무서워 라고 토키무네가 말했다. 확실히 말로 표현했다. 토키무네조차 무서운가?

「하, 하지만……」
킷카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믿을 수 없다.
「말, 말했잖아요, 두근두근 거린다고」 「그렇게 타이르고 있는 거다. 그건 뭐, 쎈척하는거지」 「쎈척……이라고, 토키무네――가……?」 「앞이 보이지 않아. 그 보이지 않는 앞을, 단 1초라도 좋으니까, 나는 너희들과 함께 보고 싶다. 1초면 충분하지 않군. 좀 더 다. 나는 아마 욕심이 많은 것 같군. 그래서, 누구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않으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거다. 잠들기 전에 문득 생각해. 그게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지만, 전부 손에서 놓치 않으면 안 될 때가 꼭 온다. 또 그전에 잃는 것도 있을 지 몰라. 그 때를 생각하면, 몸이 저리고, 무거워지고, 견딜 수가 없어」 토키무네는 타고난 히어로이다. 할 수 있다면, 토키무네 처럼 되고 싶다. 하지만, 킷카와 같은 평범한 사람과는, 이든 저든 뭐든, 너무나 다르다. 아무리 동경해도, 될 리가 없다. 동 떨어져 있다. 그런 토키무네도 무서운가? 문득, 죽음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거나 하는 것인가? 모든 것을 손에서 놓게 될 자기 자신의 죽음이나, 소중한 동료들의 죽음에 겁을 먹고 있는 건가? 「나는 정한 거야. 그럴 때,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기로……」 「……어떤?」 「『겁먹지마, 겁쟁이여』」 「겁쟁이……라니, 토키무네가?」 「왜냐하면 말이다. 살아 있는 우리 보다, 먼저 죽어간 녀석들이 분명 많잖아. 모두 똑같이 살다가, 죽어갔지. 나처럼 죽음을 겁내고, 많이 무서워 부들거렸던 녀석들도 있었겠지만, 온화하게 충족된 기분으로 죽은 녀석도 있을테고, 멋진 최후의 모습을 보여준 녀석도 있었을 것이야. 그래도, 나같은 겁쟁이를 포함해, 다들 제대로 죽어갔지. 그러니까, 나도 훌륭하게 죽을 수 있다. 그렇게 타이르기로 한 거야. 역시, 가끔 무서워지긴 하지만. 너희들을 잃는 것도,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도,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어. 가능한 뒤로 미루고 싶다. 욕심이 많고, 패기가 없어. 나는」 「그런, 거……」 킷카와는 말을 잇지 못했다. 토키무네는 동경의 대상으로 손이 닿지 않는 히어로로 있어주었으면 했다. 한편으로, 과장이나 가식없이 있는 그대로의 토키무네를 아마 처음 접하고 안도하기도 했다. ‘뭐냐구요, 어떤 의미로 비정상적인 타고난 히어로 체질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똑같은 인간이잖아’ 좀 낙담 했나? 그런 부분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토키무네가 실은 쎈 척하고 있었을 뿐이라면, 앞으로, 지금까지처럼 의지할 수 없게 되고 만다. 결국, 응석받이 막내 본성이 드러나, 킷카와의 말문을 닫게했을 지도 모른다. 「허튼소리는 끝난거냐?」 타다가 벌떡 일어나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좌우로 ‘팍팍’ 꺽었다. 워해머를 ‘붕붕’ 휘두른다. 「――샤ー……!」 안나씨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뛰어 올라 주먹을 치켜 들었다.

「슬슬 휴식이 땡기겠습니다만ー! 적당히ー!? NEXT! 플랜 A 발동해야하니까요ー!」 「응」 주저앉아있던 미모리도, 쓰고 있던 마법사 모자의 위치를 조정하며 일어섰다. 이누이는 포니테일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머리카락에는 저 남자 나름 상당히 강한 고집이 있는 듯하다. 토키무네는 킷카와의 어깨를 툭 쳤다. 「가자, 킷카와. 다들 함께 세상의 끝을 지켜 보러」 「……그렇네요」 킷카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겁먹지마, 겁쟁이여 라고. 토키무네와 함께 일어섰을 때는 이미, 평소의 오레짱 으로 돌아가 있다.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부족하지만 이 토키즈에 설 자리가 있다면, 꾸물꾸물 헤타레충 킷카와는 아니다. 바보인고로 낙천적으로, 신이나 하늘까지 오르는 바보 멍청이 오레짱, 막내 킷카와 인 것이다.

(역자주 - [헤타레충, へたれ虫] 나약하고 겁많은 사람) 여기에서 계속 해나가기 위해, 바보 멍청이 막내역을 연기하지 않으면 안되는건 가 그래 맞다. 천연소재. 있는 그대로 통용될 정도로 킷카와라는 인간은 훌륭하지 않다. 대체로, 토키무네조차 항상 있는 그대로는 아니라 한다. 누구라도, 바라는 자신의 모습이나, 바라지 않는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 저것 연기해, 주위 사람들을, 혹은 자신도 속여, 자신을 크게 보이려고 하거나, 반대로 작게 보이려고 한다. 누구나, 다 사랑스럽고, 사랑해야할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토키즈 동료들은 특히나 사랑스럽다. 「5번으로 가자」 토키무네를 선두로 킷카와들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토키즈가 있었던 곳은 9번탑으로, 연락교를 경유해 들어온 이곳은 13번 탑인 듯 하다.


13번탑, 그리고 6번탑은, 리버사이드 철골요새 안에 14개가 있는 탑 가운데에서도 다소 특수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연락교로 다른 탑들과 연결되어 있으나, 지상에 출입구가 없다. 그리고, 최상층과 지하에 물자를 저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7번탑과 14번탑은 지하에 요새밖으로 나가는 숨겨진 통로가 있다. 하지만, 14번 탑은 잦은 공방전으로 대부분 파괴되어, 숨겨진 통로도 사용할 수 없다. 7번탑은 최후에 최후, 소중한 탈출로이다. 숨겨진 통로로 통하는  지하 계단은 얇은 석벽 너머에 있다. 만일의 경우, 잔존하는 전력을 모아 7번탑의 숨겨진 통로를 목표로 하고, 그곳으로 요새밖으로 빠져나간다는 계획이다. 덧붙여, 연락교를 무너뜨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금기로 되어 있었다. 각 탑이 연락교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왕래가 가능하다. 방어측은 이 구조를 이용하여, 불리해지면 대피하거나, 아군끼리 엄호하면서, 시간을 번다. 공격측도, 섣불리 연락교를 무너뜨리면, 방어측을 쫓아가지 못할 수도 있고, 자신들이 고립될 지도 모른다. 다만, 토키즈는 그 금기를 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죽은 사람이 나왔을 것이다. 전멸했을 지도 모른다. 이윽고 계단참 같은 곳으로 나왔다. 5번탑과 연결된 연락교가 있다. 아무래도 연락교 앞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누이!?」 토키무네가 부르자, 이누이는 안대로 가리지 않은 오른쪽 눈을 ‘확’ 크게 뜨고 연락교 너머를 응시했다. 「큭……!」 「설마 설마의 마안(魔眼) 발동ー!? 발동되거나 한거ー!?」
킷카와가 소리친다. 평소와 같이 샤우트할 수 있다. 조금이나 안심되었지만, 타다에게 한방 맞았다.「――야앗!?」 「이누이에게 그런 건 없다」 「타다찌, 후두부는 안돼!? 오레짱 바보인데 더 멍청해져버려ー!」

「NO CURE FOR POOL,바보 킷카와에게 약 발라도 고쳐지지 않아 입니다ー!」 안나씨가 윙크하며 엄지를 세워 보이자,

미모리가 깊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즉, 때려도 되네」 「과연ー. 바보에게는 바를 약은 없으니까 때려도――」 킷카와는 한차례 제대로 분위기 타 두고, 정석대로 「되는건 아니지……!」 하고 셀프 태클을 건다. 「5번탑에는――」 이누이는 낮은 자세로 양팔을 상하좌우로 흔들흔들 움직였다. 이 포니테일은 자주 이런 동작을 한다. 기분 나쁘지만, 보고있으면 버릇이 되어간다. 「철권대(아이언너클)과 흉전사대(버서커즈)가 있……! 을 터다 ……! 큭 ……!」 「미묘하게 믿음이 안 가는 느낌의 말투잖ー아……!?」 「좋아, 엄호다」 토키무네가 달려간다. 타다가, 킷카와가, 미모리가, 그 뒤에 안나씨와 이누이가 이어진다. 연결교 끝, 5번탑 내부의 모습이 아주 조금, 어떻게든 하는 정도지만 보여왔다. 한사람, 5번탑에서 연결교로 반쯤 발을 들여놓고 있다. 붉은머리다. 검은 모피 외투를 입고 있다. 「저 아재」 킷카와가 제법 큰소리를 내서 그런지, 그 붉은머리 남자가 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현역 의용병이라면 좀처럼 저 수준의 연령은 없다. 아재 스러운게 아니라, 실제 아재인 것이다. 마흔살 연배일 것이다. 「원군이 왔구나!」 붉은머리 아재가 5번탑을 향해 굵직한 목소리를 묵직하게 울려 퍼지게 했다. 일단은, 칼집에서 꺼낸 검을 손에 들고는 있다. 하지만, 싸우고 있었는지 어땠는지… 킷카와적으론 저렇게 잘난 척하는 아재에게는 편견밖에 없다. 「진・모기스! 당신이 이상한 검은 놈들을 데려온 주제에……!」 토키즈는 곧 연락교를 건너간다. 반대로 진・모기스는 5번탑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서로 엇갈리게 된다. 토키무네가 5번탑으로 뛰어 들었다. 진・모기스와 스쳐 지나가는 순간, 검으로 확 베어버리는 건 너무 지나친 것일지 모르지만, 킷카와는 다리를 거는 정도는 해주고 싶었다. 진・모기스는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던 듯한 기분이 든다. 「진짜 짜증나……!」 하지만 뭐, 그런 짓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니까 토키무네에 이어 5번탑안으로 뛰어들자, 계단 아래에서 의용병들이 스크럼을 짜고 있었다. 아무래도 철권대와 흉전사대 남자들이 방패나 갑옷, 그리고 자신의 근육으로 벽을 만들어, 계단을 올라오는 이상한 검은 놈들을 막고, 밀어내려고 하는 모양이다. 토키즈는 총원 여섯명이지만, 철권대나 흉전사대는 나름대로 머릿수가 갖춰진 클랜이라, 저런 전법도 취할 수 있는건가? 어느쪽 클랜과도 친하지는 않지만, 철권대 보스 “타이만 맥스나 그 심복 에이든, 흉전사대의 “적귀(RED DEVIL) 닷키, 참모의 사가 정도는 알고 있다. 우선 갱단의 젊은 두목 같은 외모의 맥스, 머리카락이 원래 붉은 게 아니라, 붉게 염색하고 있는 거한의 닷키는 스크럼에 가담하고 있는 모양이다.  계단 윗쪽에서 마법사 모자를 깊이 눌러쓴 남자는 흉전사대의 사가다. 「안나씨와 미모리는 뒤에 있어……!」 토키무네는 스크럼의 최후미에 붙어 남자들을 떠 밀기 시작했다.

「킷카와, 타다, 이누이! 우리들은 밀어 붙이자……!」 「예ー ……!」 「시시해……!」 「큭……!」 타다는 상당히 맘에 안드는 듯 하지만, 그래도 토키즈 남정네 4명이 스크럼에 참여해, 밀고 밀고 밀고 밀고 마구 밀었다. 킷카와들은 스크럼 맨끝에 있었을텐데, 정신을 차려보니 스크럼 내부까지 들어와 갇혔 있었다. 이 좁은 공간 속에, 앞사람이 뒤로 물러나고, 뒷 사람이 앞으로 나오고, 또 앞 사람이 뒤로 빠지는 식으로 대열을 바꾸면서 스크럼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있는건지… 킷카와는 신기했다. 뭐랄까, 완전 찰떡이 되어 괴로워 참을 수 없다. 맹렬하게 땀이 나고, 질식할 것 같다. 어느새 킷카와는 맨 앞줄로 밀려나와 있었다. 방패 너머로 이상한 검은 놈이 있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고. 킷카와는 신음하고, 중얼거리고, 아우성쳤다. 진짜 죽는다고, 이거. 위험해. 위험하다구요. 너무 위험하다고 뒤에서 너무 밀어 붙여서. 적보다 아군에게 살해당할 것 같다. 그렇게 밀어 대면 등뼈가 부러져 버린다고. 등뼈뿐이라면 부족해. 온몸의 뼈가 으스러져 으깬 고기가 된다고. 다짐 다짐 다짐육이 되어버린다고


더 이상 무리, 진짜 무리, 무리의 무리인가, 무리겠지, 무리――실신 직전에, 킷카와는 남자들에게 끌려 맨 앞줄에서 두번째 줄로, 다시 세번째줄로, 네번째줄로, 차례차례 뒤로 빠졌다. 그러는 사이 몸에 대한 압력이 약해지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되어, 의식이 또렷해졌다. 그러고 있자니, 또인가. 또다. 또다시 빨려들어가 듯 앞으로, 앞쪽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데 나가고 만다. ‘싫어. 싫어, 이거. 너무 싫어. 앞으로 나가기 싫은데. 뒤쪽이 좋아’ 하지만, 봐주지 않는다. 킷카와의 의사따위는 누구도 참작해주지 않는다. 맨 앞줄로 나와 버리면, 마냥 버틸 수 밖에 없다. 킷카와는 스크럼안을 몇번이나 왕복하고, 몇번째 인지 자신도 분명하게 알 수 없지만, 맨 뒷줄로 돌아 왔다.


「――이대로는 결말이 나지 않아!」

「언제까지 막을 수는 없어!」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와 서로 고함을 치고 있다.

「7번을 지켜려던 브리트니와 카지코는 후퇴한 모양이야!」

「어쩌자고 !? 7번이 무너지면 탈출할 수가 없어!」

「전력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일점돌파할 수 밖에 없다」
저 굵은 목소리는 진・모기스다.
「어떻게든 동료들과 연락을 취해, 어느 한 탑에 집결한다! 그 뒤, 이미 파괴된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헛소리하지마! 그 입으로……」

「패군(敗軍)의 장수가 지휘관 행세냐……!」

맥스와 닷키가 진・모기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킷카와도 불평 한 두마디는 하고 싶었지만, 원하지도 않았는데 스크럼안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또, 또, 또인가요? 또 하는 건가요? 또 앞으로 보내져 버리는 건가? 봐주지 않는건가?’ 킷카와는 소리치고 싶었지만, 포기하면 거기서 ‘게임 셋’ 이라고 누군가 말했었던 것 같다, 랄까, 이건 게임이나 시합따위가 아니다. 시합보다 진지한 중요한 일이다. 즉, 더 더욱 포기할 수는 없다. 이런 까닭 모를 상황에서 죽을 수는 없다. ‘겁먹지마, 겁쟁이여’ 다들 함께 세상의 끝을 지켜 보는 것이다. 아직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 끝날 때 까지는 죽을 수 없다. 지금 여기서 죽는 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