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6일 수요일

재와 환상의 그림갈 19권 3장

 0107A660. 我知らず焦燥(스스로도 모르는 초조함) 「시노하라씨」 하야시가 말을 걸기전에 잠에서 깨어 있었다. 무슨일이냐고, 묻지 않았다. 시노하라는 일어나자마자, 램프를 들고 침대옆에 서있는 하야시에게 당장 모두를 깨우라 명령했다. 재빨리 차려입고 방을 나서자, 천망루 안은 어수선했다. 시노하라는 하야시를 동반해 계단을 올라갔다. 진・모기스 총수는 3층 침실이 아닌, 2층 벽난로가 있는 방에 있다. 벽난로 방 앞에는 검은 외투가 있었다. 「시노하라님입니다!」 검은외투는 실내안쪽으로 그렇게 외치고 나서 문을 열었다. 시노하라와 하야시는 벽난로 방으로 들어가 인사를 했다. 모기스는 모피가운을 걸치고, 벽난로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각하」 시노하라가 부르자, 모기스는 「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문과 동쪽 방벽에서 전갈이 왔다. 적인지는 모른다. 괴이怪異하다는군」 「괴이, 입니까?」 「그것을 본 병사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무래도 요점 파악이 안돼」 모기스는 녹슨든한 짙은 갈색의 눈동자로 시노하라를 바라보았다. 「너는 이변경을 잘 알고 있지. 괴이한지 어떤지 확인하고, 가능하면 정체를 알아내주기를 바란다. 미안하지만, 부탁할 수 있을까?」 미안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겠지만, 모기스는 겉으로는 시노하라를 정중하게 다루고 있다. 쓸만한 수하가 적은 것이 이 남자의 약점이다. 시노하라로서는 적당히 은혜를 팔아 양호한 관계를 유지해 두고 싶은 것이다. 발판으로 삼을지, 버리는 돌로 할지, 어느쪽일지… 물론, 모기스의 배를 가르면, 시노하라의 속셈과 비슷한 흉게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잘알겠습니다」 시노하라는 하야시와 함께 벽난로 방을 떠났다. 「……뭘까요? 괴이라니」 하야시는 불안한 듯 했다. 그것을 이제 확인하러 가는 것이다. 시노하라는 말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오리온의 면면이 아래층에 모여 있었다. 「일단 남문으로 향하겠습니다」 시노하라는 일동에게 그렇게 말하고 걷기 시작하려 했다. 「저기, 시노하라씨」 마법사 호리유이가 불러 세웠다. 시노하라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기분이 언짢은지 의아해 한다. 그런일은 없다. 평소대로다. 「네, 무슨일인가요, 호리유이?」 「방패는 안가져가도 되나요?」 「……방패?」 그러고보니, 시노하라는 방패를 들고 있지 않았다. 단두검断頭剣은 허리에 차고 있다. 그리고 한탄산의 리치킹으로부터 탈취한 반지도… 시노하라는 그 유물을 먼지의 반지塵の指輪라고 이름 붙였다. 과연 당당하게 손가락에 끼고 있을 수는 없다. 먼지의 반지는 단단한 끈으로 목에 걸고 있다. 「아――」 왜 방패를 들고 오지 않았을까? 알 수 없다. 시노하라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다. 「깜빡했군요」 미소지어 보인 것은, 엄정해 존경받을 뿐 아니라, 때떄로 친숙함도 내비친다는, 시노하라가 연기하고 있는 리더상에 따른 것이다. 호리유이는 적당히 우수한 마법사지만, 돌출된 부분은 일절 없다. 범상한데, 오히려 범상하기 때문이라고 해야할지, 시노하라에게 경애하는 것 이상의 진부한 연애감정을 품고 있다. 그탓에, 냉담하게 대하면 바로 토라져 말을 안듣고, 너무 친절하게 대해줘도 좋지 않다. 조절을 잘못하면, 금세 무용지물이 된다. 평범한 주제에 귀찮은 여자다. 익숙하기는 하다. 시노하라에게 있어서, 타인은 의사를 가지는 장기말이다. 의사따위 없으면 귀찮음을 줄 일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의사가 있기에 스스로 움직인다. 일일이 말해야 움직이는 말은 용도가 적다. 시노하라는 다소 망설였지만, 다시 방에 들러 방패를 들고 왔다. 자신이 망설인 것에 위화감을 느꼈다. 괴이 하다는 것에 정체는 현재로서는 불명확 한 것이다. 어떤 위험이 있을런지 모르기에, 유물인 방패는 없는 것 보다는 있는 편이 좋은게 당연하다. 천망루를 나와 남문으로 향하는 도중, 히야시가 귓속말을 해 왔다. 「왠지 가슴이 두근 거립니다. 지나친 우려일런지 모르지만, 조심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고…」 「네, 알겠습니다」 시노하라는 그렇게 답하면서, ‘가슴두근거림 이라’ 하고 속으로 히야시를 비웃었다. 가슴두근거림 이라니 참으로 애매하다. 히야시라는 남자는 지나치게 착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견실해서, 시노하라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짓은 절대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는 신용할 수 있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머리가 나쁘다. 어리석다고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물을 이론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력이 약한 것이다. 이런 부류의 인간은 어쩌면 예감이니 직감이니 하는 것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고, 최후에는 정신론에 도달한다. 시노하라는 문득 뜻밖의 사실을 깨달았다. 머리가 나쁜 사람은 대체로 다루기 쉽다. 그런데도, 아무래도 자신은 머리가 나쁜 인간을 엄청 싫어하는 듯 하다. 인간들을 머리 나쁜 순대로 정렬시키고, 한명씩 처형해 나간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지… 실현된다면 특등석에 앉아 보고 싶다. 최상급의 희극이다. 마음속 깊이 웃을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시노하라는 머리나쁜 인간을 깔보고 있었다. 어리석은 자를 업신여기지 않을 수 없다. 당연하다는 듯 깔보고 있을 뿐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싫어하고 있다고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에는 이상할 정도로 바보밖에 없다. 시노하라가 인정할 정도로 머리가 있는 것은, 죽은 기무라 정도였다. 기무라는 괴짜였지만, 사물을 잘 보고 있었다. 시노하라에게 속고 있는 것은 어느정도 간파했을 것이다. 기무라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상호 납득끝에 속이고 있는 듯한 면이 있었다.  다른 자들은 시노하라가 오른쪽을 향하라고 말하면 오른쪽을 향한다. 여기서 죽으라 명하면, 두려움과 망설임은 있어도 결국, 죽고 말 것이다. 그들, 그녀들에게, 시노하라를 의심할 만한 지성은 없다. 물론,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닌데도, 왠지 오리온은 정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둔한 자들이 늘어서 있다. 무능하지 않은 어리석은 자들이, 시노하라 앞에 얼빠진 얼굴로 나란히 줄지어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니다. 시노하라가 모았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의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다루기 쉬운 바보들만 모아, 가지런히 흰 망토를 몸에 걸치게 했다. 그래서, 위산이 역류한다. 시노하라는 오리온이 싫은 것이다. 남문은 닫혀 있었다. 병사가 문을 열었다. 「조심하세요」 병사가 말을 걸었다. 정리되지 않은 수염 투성이의 지저분한 얼굴이 불쾌했다. 사람이 두 사람 정도 빠져 나올 정도로 남문이 열렸다. 오리온은 밖으로 나왔다. 하야시가 선두였고, 시노하라가 네번째였다. 하야시를 포함해 대여섯명이 램프를 들고 있다. 하야시가 램프를 들고 소리쳤다. 시노하라는 어둠 저편을 응시했다. 남문끝에는 다져진 길이 뻗어 있다. 분명 뭔가 있는 듯 하다. 어둠 자체가 움직이는 듯한 기색을 느낀다. 깊어가는 밤의 어둠이 움직일리는 없다. 어둠 속에 뭔가 있는 것이다. 움직이고 있다, 는 것은 생물임에 틀림없지만, 발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는다. 더 무거운 소리다. 시노하라는 웅크리며 땅바닥에 손을 댄다. 떨리고 있다. 한탄산 공략전에서 도적 츠쿠타와 사냥꾼 우라가와가 죽었다. 그 두사람은 색적이나 정찰 전문이다. 머리는 좋지 않지만, 능력은 있었다. 시노하라는 초조했다. 필요할 때에 없다. 죽어버린 것이다. 정말 쓸모없는 놈들이다. 「동쪽 방벽에서도 이변을 감지했다고 하더군요」 시노하라가 중얼거리나, 하야시가 돌아섰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동쪽으로……?」 「이길은――」 시노하라는 남쪽 하늘로 눈을 돌렸다. 오르타나의 남쪽에는 천룡산맥이 솟아나 있다. 무엇보다, 남문에서 이어지는 길은 바로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갑시다」 시노하라는 길을 나아간다. 「엇――네!」 하야시들이 황급이 따라왔다. 언체인경. 그 남자가 움직인건가? 그렇다면, 무엇을 해올지 모른다. 열리지 않는 탑 안은 그 남자가 수집한 유물들로 가득 차 있다. 어떤 것이 유물이고 어떤 것이 유물이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 남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조차 확실하지 않다. 시노하라는 히요무라는 이름을 댄 여자의 안내로 처음 그 남자를 만난 이후, 적극적으로 맘에 들도록 노력해왔다. 품속으로 파고들었다고 까지는, 말할 수 없다. 파고들 작정이었지만, 시노하라가 생각하기에, 저것은 다른 자를 믿고 의지하려는 듯한 생물은 아닐 것이다.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외형을 꾸미고 있을 뿐, 넓은 의미로 말하면 사람이 아니다. 언체인경은 오르타나를 다스리는 변경백과 대대로 은밀히 접촉해 왔던 것 같다. 저 남자쪽에서 천망루로 방문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진기한 물건을 상납하거나, 먼 곳의 정보를 가져다 줘 변경백의 비위를 맞춰, 자신은 열리지 않는 탑에 살고 있다는 냄새를 풍겼기 때문에, 저 탑의 빗장을 벗길 수 있는 단 유일한 인물, 이라는 의미에서 언체인, 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히요무는 겉모습 정도의 나이가 아니다. 시노하라보다 훨씬 연상일 것이다. 조사한 범위내에서는, 20여년 전 이상 히요무라 생각되는 의용병이 활동하고 있었다. 어쩌면, 살아있는 전설 취급을 받는 저 아키라보다 윗 세대이다. 히요무는 어떠한 경위로 열리지 않는 탑의 주인과 연결된 것일까? 알 까닭도 없지만, 아마 유물을 목적으로 모시고 있을 것이다. 저 외모도 유물에 의해 젊어지는 처치 같은 걸 받았을런 지도 모른다. 유물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 기 보다도, 이세계의 이치 밖에 있는 것이 유물일 것이다. 유물은 이세계의 것이 아닌 것 이다. 그리고, 시노하라들 또한, 애시당초 이 세계의 주민이 아니다. 어딘가 다른 세계에서 그림갈로 온 것이다. 시노하라의 추측으로는, 시노하라들과 같은 다른 세계의 주민이, 어떤 사정――그건 사고인지, 이변으로 날아온건지, 휘말려든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무슨일 이 있어, 이 그림갈에 나타난다. 다른세계의 주민이 최초, 열리지 않는 탑 지하에서 눈을 뜬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 때는 이미 기억을 상실했고, 탑에서 쫓겨나 오르타나로 인도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살기 위해서 의용병이 된다. 언체인이 유물의 힘으로 다른 세계의 거주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노하라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빗나간 상상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다른 세계의 주민들로부터 기억을 빼았고, 오르타나로 보내고 있다. 저 기괴한 유물 수집가, 사람이 아닌 괴물은 진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유물을 탐내고 있다. 온갖 유물을. 그것은 틀림없다. 찾아내는 것 뿐만 아니라, 유물들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 같다. 유물은 특별한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그 괴물은 그것을 에릭실, 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이건 괴물의 입에서 직접 들었다. 하루히로의 동료였던 시호루를 유괴해, 다시 기억을 빼앗은 뒤 농락했다. 괴물은 이때, 자기를 따르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 는 식으로 달콤한 말로 희롱했다. 시노하라도 들었다. 『소망이 이루어지면――』 괴물은 시호루에게 그렇게 말을 걸었다. 『너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네가 있던 세계. 본래 네가 있어야할 장소로』 소망이 이루어지면. 누구의 바램일까? 괴물의 바램일 것이다. 그 소망이 무엇일까? 그것을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괴물의 목표인 것일까? 아니, 저 괴물이 쉽게 진의를 밝힐 것 같지는 않다. 결국은 바로 달콤한 말에 불과한 것이 아닐런지… 하지만, 한편으로, 시노하라는 이렇게 생각한다. 언체인의 아인랜드・레슬리는, 그림갈로 찾아오는 다른 세계 거주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 인간을 불러 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고하면,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괴물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 중 하나를 이용하면, 시노하라들은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노하라는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언덕위에 열리지 않는 탑이 솟아 있다. 열리지 않는 탑의 주인. 언체인경. 불사의 왕이 낳았다고 하는 오공자 중 한명. 아인랜드・레슬리. 그 괴물, 그 괴물에게 시노하라는 더 가까워져야 한다. 그 괴물을 잘 알 필요가 있다. 괴물은 시노하라를 몇 안되는 귀중한 동지라고 평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해도, 괴물로서는 동지라고 부르며 묶으두려는 정도의 이용가치를 시노하라에게 인정해준 것이리라. 가능하면 괴물의 친구가 되어도 좋다. 그 섬뜩한 괴물의 친구로 행동하는 것도 시노하라는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노하라 쪽에서 요청해도 소용이 없다. 그 괴물이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친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기다리세요. 시노하라씨!」 하야시가 따라왔다. 램프의 불빛이 흔들린다. 하야시는 엄청 화난 듯 서슬이 시퍼른 얼굴이었다. 시노하라는 발걸음을 늦추었다. 어찌되었든 달릴 일은 아니다. 아무래도 평정심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아, 미안」 「아니, 그런데, 뭔가 정상적이지 않아요. 이상합니다. 언덕 전체가――」 하야시는 화가난 상태가 아니라 겁에 질린 모양이다. 시노하라는 멈춰 섰다. 언덕에는 하얀 묘비가 나란히 서 있다. 그믐이나 구름낀 밤이 아닌한, 묘비들은 밤에도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희미하고 하얗게 번쩍이는 그것들을, 사람들의 영혼에 비유하는 자도 있다. 바보들은 육체에 깃든 정신을 관장하는 영혼이라는 존재를 믿는다. 마음속으로 어이가 없다. 사람들도 물체 아닌가? 생물로서 기능하도록 만들어진 물체일 뿐이다. 망가지면 그 기능을 잃는다. 그것이 죽음이다. 왜 그런걸 모르는 걸까? 오늘밤 언덕은 몹시 어둡다. 붉은달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별빛도 밤하늘에 흩뿌려져 있다. 그런데도, 오늘의 언덕은 어디까지나 어둡다. 단 한개의 묘비도 눈에 띄지 않는다. 흡사 밤의 어둠이 뭉쳐져 하얀 묘비를 덮고 있는 것 같다. 하야시가 앞쪽으로 내민 램프 불빛에 의해, 묘한 것이 비추어졌다. 「뭐, 뭐가……――」 아니다. 정확히는, 비춰져야할 것이 비춰지지 않는다. 묘비와 열리지 않는 탑이 없다면, 이 언덕은 빽빽한 풀 밭이다. 따라서, 램프 불빛은 촘촘한 풀을 비춰야 한다. 하야시의 발밑에는 분명히 풀이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램프의 빛이 닿아 있는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검기만 한 장소가 있다. 「탑의, 모양이――」 누군가 말했다. 시노하라는 언덕위에 열리지 않는 탑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탑이 서 있었다. 괴물이 사는 낯익은 탑이. 저런 모양을 하고 있었을까? 탑이, 그 어느때보다도 크다. 높이는 변하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든다. 다만, 부풀어 있다. 단순히 굵어진 것도 아니고, 역시 탑의 형태가, 윤곽이 다르다. 탑이라기보다도, 거대한 손가락 같다. 검고, 시커먼 거인의 손가락이, 언덕위에 우두커니 서 있다. 게다가, 그 손가락 표면이 끊임없이 꿈틀 거리고 있다. 어쩐지 시시각각 성장 하고 있는 것 처럼도 보인다. 「바보같은――」 시노하라가 숨을 들이켰다. 언덕이, 언덕을 뒤덮은 어둠이, 뭔가 검은 것이, 밀려온다. ‘바보같다’ 고 생각했다. 그런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있을 수 없다. 착각이다. 「아악」 하야시가 격렬하게 몸을 비틀었다.  발에 감긴 것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한 동작이었다. 사실, 하야시는 그러려고 했을 것이다. 하야시는 뭔가에 감겨 있었다. 뭔가 검은 것에… 하야시가 돌아 보았다. 「도망쳐――」 거기까지 말했을 쯤 햐야시는 검은 것에 끌려 쓰러졌다. 아니, 그렇다기 보다도, 검은 것은 하야시를 점점 타고 넘어 돌진해 온다. 시노하라는 한순간만 뒤로 돌아 보았다. ‘틀렸어’ 라고 생각했다. 온다. 뒤에서도. 보였던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둠처럼, 어쩌면 어둠보다도 검다. 하지만, 이제서야 확연히 느껴졌다. 검은 것은 사방팔방에서 육박해 온다. 「오리온……!」 시노하라는 절규하며 수호의 방패GUARDIAN를 들고, 단두검을 뽑아들었다. 순간 검은 것으로 시야가 가득 찼지만, 「는……!」 하고 힘주며 수호의 방패로 쳐내고, 단두검을 휘두르자, 손에 반응이 있었다. 타격이라기 보다 파열 같고, 절단이라기 보다 분열 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아마 더 적합하다. 이것은 대항할 수 있다. 고 시노하라는 느꼈다. 검다. 검고 움직인다. 생물인가? 알 수 없지만, 시노하라는 그것을 수호의 방패로 물리치고, 단두검으로 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수호의 방패와 단두검을 구사해 격파해봤자, 검은 것은 또다시 또다시 육박해 온다. 오리온의 면면은 어떨까? 확인할 여유 따위는 없다. 정신을 차려보니 검은 것이 시노하라의 오른쪽 다리에 달라붙어 있다. 떼어내려는 사이에 왼쪽 다리에도 얽혀져 왔다. 검은 것에는 아무래도 의사나 의도, 목적같은 것이 있는 듯 하다. 시노하라에게는 그렇게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이놈들, 나를 향해 온다.

댓글 1개:

  1. 와 이야기가 요즘 너무 재미있는데요? 번역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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