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3일 일요일

재와 환상의 그림갈 19권 2장

 0106A660. 静かな夜を越えて (적막한 밤을 넘어) 통증은 전혀 누그러 지지 않았다. 반대로, 고맙다고 하루히로는 생각한다. 오히려 고마워. 고마워? 뭐가? 고마워? 무엇이 고맙다는 건지… 아프다. 이렇게나, 아프다. 마냥 아플뿐이다. 하루히로는 걷고 있는지. 아니면, 멈춰서 있는지… 「하루군」 유메다. 유메 목소리가 들린다. 유메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걸까? 유메가 뭔가 말하고 있다. 그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잘 알아들을 수 없다. 알아듣지 못한 주제에, 끄덕이고 있다. 응, 응, 하고 하루히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응. ……응. 왜? 하루히로는 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까? 무슨 말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건지… (어둡네) ――하고 생각한다. 밤이다. 벌써 밤인가? (……어?) 이상하다, 고 느낀다. (앞전에도, 밤이었던게……?) 전이라면? 전―― 밤의 전. 전의 밤. 밤은 반복된다. 아침과 밤은 번갈아 찾아온다. 그러니, 전의 밤과 이 밤은 같은게 아니다. 다른 밤이다. (……그런거겠지……분명……) 그건그렇고, 여기는 어디일까? (……어디, 였었지?) 하루히로는 생각없이 생각한다. (어디를 걷고 있는건가?, 우리들……) 우리 . (……아) 그런가? 하루히로는 납득이 간다. 맞아. 유메의 목소리가 났었어. (나, 혼자는 아니구나) 유메가 있는 것이다. 하루히로 옆에는 유메가 있다. 유메가 옆에서 같이 걸어가 주고 있다. 하루히로에 바짝 붙어 있다. 챙겨주고 있다. 「하루군」 「하루군?」 「――하루군」 「하루군……」 기회가 될 때마다 유메가 말을 걸어 온다. 누군가 혀를 찬다. (유메는 아니구나……) 아니다. 유메는 혀를 찬다든가 하지 않는다. 란타다. (화가 난다……) 뭔가 맘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란타는 바로 혀를 찬다. 버릇일것이다. (그만둬주면 안될까?……) 관둬, 그거. 하지만, 일일이 그런걸 말하는 것은 귀찮다. (뭐어……없는 것보다는 낫다……) 유메. 란타. 그리고, 이츠쿠시마도 있다. 그다음은, 포치. 그 늑대개도 있다. (……포치. 언제부터 있었던거지……?) 처음에는 없었다. 처음은. ――처음 그 처음이라는게, 언제 인거지? (정신을 차려보니……있었다) 처음? 언제? 하루히로는 어떻게든 생각해내려 한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가령, 철혈왕국을 나왔을 때는 어땠었지? 포치가 있었었나? 없었다. 아마, 없었을 것이다. (어디선가――맞아……어디선가 만났던 거다. 어디였을까?……) 언제? 어디서? ――어디 여기는? (……여기는――) 삼림은 아니다. 여기는 이제, 흑금연산 산자락에 펼쳐져 있는 삼림은 아닌듯 하다. 삼림처럼, 지면이 마구 튀어나오거나 움푹 들어가 있지 않다. 여기가 삼림이라면, 이럴 수는 없다. 이렇게 걷기 쉬울 수는 없을 것이다. (어디인거야, 여기는……?) 하루히로는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소리내어 말하고 있는 건지… 말? 하루히로는, 말하고 있다? 누구에게? 말해? 혼자서? 혼잣말을 하고 있는건가? 응. ……응. 정신을 차려보니, 하루히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하루군」 유메의 목소리다. 응. ……응. 대답하지 않으면 안된다. 맞아. 반응하지 않으면. (맞아――그래……) 걱정시키면 안된다고 하루히로는 생각한다. ‘괜찮아’ 나는 괜찮다구? 괜찮다고? 나는 괜찮아? 뭐가 괜찮은거야? (여기는, 어디인거야……?) 벌써 밤이다. 결국, 그것밖에는 하루히로는 모른다. 「아아 빌어먹을! 유메, 그녀석 쉬게해! 아무리봐도 무리라는 말이얏!」 「응냐. 하루군, 여기에 앉으라꼬. 응?」 응. ……응. (난, 아무렇지 않지만――) 걸어도, 앉아도, 설령 눕는다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차라리, 움직이는 편이 좋지 않을까? 움직여. 움직인다. 움직이는 쪽이? 뭘 위해서? 알 수 없다. 하루히로는 아는 게 적다. 너무 적다. 아무튼, 하루히로는 앉아 있는 것 같다. 아마 앉혀졌다. 유메가 부축해 앉혀 줬다. 이렇게 움직이지 않고 있자, 땅속으로 쑥쑥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피로할 지도 모른다. 분명 그렇다. 피로. 중요한 개념. 하루히로는 지쳤을 것이다. 지치지 않을리 없다. 상당히 지쳤고, 통증도 있다. 통증. 중대한 감각. 아프다. 마냥 아프다. (……손은? 있나? 내, 손……) 오른손도 왼손도, 과연 여기 있는건지 어떤지. 하루히로는 아무래도 느낄 수 없다. 아직 붙어 있는 건가? 떨어져 버린 건 아닌지… (아프다……) 그렇다고 한다면, 없을리는 없다. 있을 것이다. 아직 손은 붙어 있다. 혹시 양손이 없어져 버렸다면, 아플리 없다. 아프다. 아픔. 명확한 자극과 반응. 여기에 있는 손이, 아프다. 「하루군, 붕대 바꿀까?」 (응) 「쫌만, 참는기데이」 (알겠어) 참을게. (문제없어……) 「이상하지 않냐고?」 (뭐가 이상하단 거야) 「그렇군」 누구의 목소리지. 누구와 누가 이야기 하고 있는걸까? 「보드평야 라는건 거시기잖아. 요컨데 옛전쟁터 인거지?」 (보드평야ボード野) 「그래. 그렇게 알고 있다」 「뭐든 옛날옛적, 드워프무리들이 제왕연합의 군세와 싸워, 이 땅에 엉망진창 죽어버렸다는 이야기 잖아」 보드평야. 흑금연산과 디오즈 산계 사이에 펼쳐진 평원平原을, 옛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 (확실히……――) 평원이라고 해도, 마신에 의해 새겨진 손톱자국같은 좁은 골짜기가 곳곳에, 수백, 수천개 있다. 하지만, 관목이나 풀이 빼곡하게 나 있거나 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으니, 자칫 굴러 떨어져 버릴 수 있다. 낮동안 보드평야는 얼핏, 뭔가 나오고 들어간곳 없는 평평한 초원일 뿐이지만, 실은 상당히 위험한 지대다. 그리고, 밤의 보드평야는, 어렴풋한 달빛이나 희미한 별빛 아래에서 조차 분명 알 수 있을 정도로, 한층 더 위험하다. 「――벌레보다 움직이는 죽은자들이 더 많을 정도 라든 둥, 들었는데 말야. 과장된 허풍일지도 모르겠고만」 「뭐어」 「아무튼, 예의 거시기다, “불사왕의 저주”――」 「음」 「거시기 때문에, 해가 떨어지면 죽은사람들이 마구 싸돌아 다니는 땅인거 아냐?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건, 무슨 이유인거냐고……」 (보드평야――) ‘그런가?’ 하고 하루히로는 생각한다. 이곳은 삼림이 아니다. 보드평야인 것이다. 「일명 “죽은자의 영역”――」 란타가 코를 훌쩍이며 말한다. 「나름대로 위험한 장소라고 생각했었고, 이몸적으로는 각오는 했었는데 말야」 이츠쿠시마는 아무래도 불을 피우려 하는 모양이다. 「죽은자들은 무수히 골짜기 바닥에 몸을 숨겼다가, 어두워지면 기어올라온다」 「골짜기냐. 이근처에도 있겠지」 「어. 보고오는게 어때」 「……날 위험에 빠뜨리려는 거야?」 「겁먹는 건 나쁜게 아니지」 「누가 겁먹었다는 거야. 이 몸에게 겁 같은거 한개도 없다는 거야」 「그래?」 「겁먹을리 없고. 오. 그렇군. 응. 조금정도. 거시기다. 소변보면서, 봐둘까. 슬쩍……」 「조심해」 「헷. 조심할 것까지 없다고. 아무튼 이몸은 무적이니까」 「죽은자는 제쳐두고, 골짜기에 떨어지면 올라올 때는 뼈다」 「난 아니겠,지? 모르는거야? 이몸은 날개가 있는 것 처럼 날라다니는 남자지?」 「그거 편리하군」 「건성으로 답하지 말라고, 아재가……」 란타가 「어이」 하고 유메에게 말을 건다. 「난, 싸삭 소변보러 갔다올께」 「소변 보러가는데, 일일이 유메에게 말안해도 된다꼬」 「상관없잖아 딱히. 빠루삐로 멍청이 녀석, 지켜봐줘」 「말하지 않아도 유메, 제대로 지켜본다꼬. 하루군, 멍청이 아이다카이」 「화났어」 「화 안났다꼬」 「화났잖아. 마음을 넓게 가져. 하늘을 날라다니게 하라니까 」 「란타는 와글와글 시끄럽다꼬」 「이몸까지 조용해져버리면 어쩔려고? 본격적으로 세기말이겠지?」 란타는 어딘가로 걸어간다. 어디로 가는것일까? 용무인지 뭔지 보러갈것이다. 그런말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루군?」 유메가 하루의 등에 손을 대었다. 「우는기가?」 하루히로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래위로 흔들며 끄덕이는 건지, 아니면 가로 저으며 부정하는 건지, 스스로도 모르겠다. 하루히로는 숨을 잘 쉬지 못하고, 헐떡이듯 호흡을 했다. 마치 물에 빠진 듯 하다. 빠지고 있다. 여기는 보드평야로, 말할 것도 없이 육지인데… 폐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눈 주위가 뜨겁다. 코 안쪽도. (……미안) 지금, 입을 열면, 이상하게 될 것 같다. 하루히로는 아무말도 꺼내지 않는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터다. 「사과하지말라꼬」 그런데도, 유메는 몇번이나 그런말을 반복하면서 하루히로의 등을 쓰다듬는다. 「있제, 하루군.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꼬. 하루군이 사과할일 같은 건, 아무것도 없다카이. 그제? 사과하지 말라꼬. 울어도 상관없으니까. 억수로, 어어억수로 울어도 된다 생각하지만도, 사과는 하지말라꼬」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자각은 없었다. 흐느끼고 있는 것은 누군일까? 아마 하루히로 일 것이다. 그렇다해도, 자신이 울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울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건가? 슬프지는 않았다. 분노 같은것도 느끼지 않았다. 절망하고 있는건가? 하고 있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유메가 있고, 란타가 있다. 두사람만은 제발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은 거추장스럽다고 하루히로는 느끼고 있었다. 하루히로는 쓸데없는 놈이다. 란타가 있고, 유메가 있고, 이츠쿠시마와 포치가 있으면, 그걸로 된다. 하루히로는 없어도 된다. 여기는 하루히로가 설 자리는 없다. 어느사이인가 하루히로는 누워있었다. 무언가 확실히 하루히로의 머리를 받쳐주고 있다. 그것은 따뜻하다. 온기가 있다. 유메였다. 하루히로는 유메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었다. (……괜찮을까?) 멍하니 생각한다. 좋지않아, 하고. 왠지, 란타에게 미안하다. 어딘가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지만, 돌아오면 많이 화를 낼 것 같다. (이거, 관두는 편이 좋은게……) 하지만, 하루히로는 그렇게 생각할 뿐,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도저히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솔직히, 하루히로는 도움받고 있다. 굉장히 유메에게 구원받고 있다. 하루히로의 뺨은 유메의 허벅지에 접촉해 있다. 기 보다, 하루히로는 유메의 허벅지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있었다. 더 말하자면 파묻고 있다. 유메를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으로, 자신이 뭔가 탄탄한 것에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뚜렷하게 있었다. 지금의 하루히로에게는 그런 감각이 어떻게해서라도 필요하였다. 딱히, 반드시 유메가 아니면 안된다, 는 것은 아닐런지 모른다. 하지만, 하루히로의 옆에 있는 것은 유메였다. 유메 뿐이었다. 유메라 다행이었다. 하루히로는 유메라는 존재를 적절하게 표현할 자신이 없다. 유메는 하루히로의 동료이자 친구다. 하지만, 단순한 동료는 절대 아니다. 그냥 친구도 아니다. 동료, 친구. 그런 걸로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두워……!」 란타가 어디선가 소리치고 있다. 「당연한거 아이겠나. 억수로 밤이라꼬」 유메가 아이 달래듯 하루히로를 쓰다듬으며, 조금 웃는다. 웃고있지만, 유메는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하루히로들이 잃어버린 것은 너무나 컸다.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너무 많이 잃어, 하루히로들은 무너지고 있는데도 이날 밤은 고요했다. 너무 조용할 정도로, 고요했다. 모르는 사이 하루히로는 눈꺼풀이 닫혀 있었다. 아마 눈을 감고 있었을 것이다. 이츠쿠시마가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을 텐데, 불빛 같은 빛이 보이지 않는다. 유메의 숨결이 들려오고 있었다. 아니면, 하루히로가 호흡하고 있는 소리일런지 모른다. 마치 이 밤속으로 녹아 가는 듯 하다. 그런 걸 생각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보드 평야를 감싸는 밤이, 하루히로를 질척하게 녹여 버린다. 눈을 뜨자, 아직 어두웠다. 새까만 어둠은 아니다. 하늘은 어둠이외의 색채를 어느정도 띄고 있었다. 새벽이 다가오고 있는 듯 하다. 하루히로는 아직도 유메의 허벅지를 머리에 베고 누워 있었다. 유메는 양다리를 펴고 누워 있다. 명치 부근에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다. 손의 감각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뭐, 없지는 않다. 양팔을 들어 올리자, 통증이 느껴졌다. 손목에도 힘이 들어간다.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다. 적어도, 잠들기 전보다 나은 상태일 것이다.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잠잘 수 있었다. 어쩌면, 그 덕분일지 모른다.

생각이 멈춰 몸을 일으키려 하자, 머리가 어찔해 내키지 않는다. 기분은 좋지 않다. 꽤 나쁘지만, 최악이라고 까지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모닥불은 꺼져 있었다. 그 옆에 포치가 몸을 눕히고 있다. 이츠쿠시마는 땅바닥에 앉아 포치에게 기대고 있었다. 깨어있는건지… 아무래도, 잠든 모양이다. 포치가 고개를 들고 하루히로쪽으로 머리를 향했다. 눈이 마주 쳤다. 포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란타……?」 하루히로는 작은 소리로 불러 보았다. 란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소 망설였지만, 하루히로는 다시 유메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얹었다. 변명은 제대로 준비하고 있다. 최악은 아니라 해도, 몸이 괴롭다.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상태는 아니고, 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누군가 말해주었음 한다. 하루히로는 유메에게 응석을 부리고 있는 것이리라. 유메는 무조건 응석을 받아 준다. 하루히로는 그대로 다시 잠을 잤다. 다시 눈을 뜨자, 아까보다 많이 밝아져 있었다. 해가 뜨기 직전이었을 것이다. 유메는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고 있다. 이츠쿠시마와 포치는 없었다. 주변을 살펴 보러  간건지… 「깼냐?」 란타가 웅크리고 앉아 하루히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 목이 몹시 좁아져 소리 내기 어렵다. 하루히로는 한번 숨을 내쉬었다. 열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상처가 곪았을 것이다. 란타가 혀를 찼다. 본인이 매우 마음에 들었었던 듯한, 그 악취미 가면은 쓰고 있지 않다. 그 대신,  일리는 없을 것이다. 머리 오른쪽 위부터 왼쪽 귀 아래에 걸쳐, 천을 두르고 있다. 그 천은 멋이 아니다. 장식이 아니라, 얼굴에 입은 칼에 의한 상처를 보호하고 있다. 란타는 타카사기에 베였다. 이마 오른쪽 위에서 미간을 지나 왼쪽 귀 아래에 걸친 상처는, 어쩌면 평생 지워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멋지네, 그거」 하루히로가 쉰목소리로 말하자, 란타는 ‘흥’ 하고 코를 울리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몸이 멋진 건 애시당초 그렇단 거다」 「그래?」 「잘 잤겠지. 베개가 최고니까」 「뭐……그렇지」 「감사하라고, 빌어먹을 짜식」 ‘하고 있어’ 하루히로가 그렇게 답 하려 하자, 유메가 「느맛」 하고 묘한 소리를 냈다. 「후오웃. 아침인기가」 그런 말을 한 후, 복근만을 사용해 상반신을 일으켰다. 「은뇨오, 하루군, 안녕」 온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인사를 건네는 날에는, 하루히로도 덩달아 미소를 지으며, 「안녕」 하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짜, 엄청난 여신이야, 넌……」 란타가 왠지 쿨럭 쿨럭 기침을 하고 있다. 「호왓 !?」 유메는 두눈을 크고 동그랗게 떴다. 「란타도 있었던기가, 맞나?」 라고 말하지말라고!난 덤이 아니라고. 주인공이다」 「므우? 란타는 친스코우 라꼬?」 (역자주 - [주인공主人公, 슈진코오] 를 유메가 잘못 알아들음) 「뭔 소리 하고 있냐, 친스코우 라니 뭐냐고― 「유메는 알 수 없제. 친스코우는 란타가 꺼낸 말이라꼬」 「말꺼내지 않했다고. 나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거냣」 「유메는 란타에게 바다를 보여주지 않았다꼬」 (역자주 - [죄를 뒤집어 씌우다,罪を着せる 츠미오 키세루] 를 유메가 [海お見せる,우미오 미세루] 로 잘못 알아들음) 「확실히 바다는 보이지 않았지. 여기는 바다가 펼쳐져 있을 듯한 장소는 아니겠지?」 「전부터 생각했지만도, 란타와는 말이 멧코리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카이」 (역자주 - [멧코리, めっこり] 북해도 사투리로 [몹시] 라는 뜻) 「말이 멧코리 통화지 않는 건 누구쪽이냣. 랄까, 멧코리는 또 뭐냣」 「멧코리는 말이데이, 뽀코리 라든가, 호코리 같은 거의 친척이라꼬,  삿쿠리 라든가, 윳쿠리 등과는 먼친척 아이겠나?」 (역자주 - [뽀코리ぽっこり, 불룩불룩], [호코리ほっこり, 따근따근], [삿쿠리さっくり, 바삭바삭], [윳쿠리ゆっくり, 느릿느릿]) 「머리가 얽혀서 뒤죽박죽 이라고―!」 「이미―. 란타, 머리 노릇노릇 구워져, 머리카락 뱅글뱅글 푸석푸석 아이가?」 (역자주 - [얽혀서 뒤죽박죽, こんがらかる]를 유메가 [노릇노릇,こんがり]로 잘못 알아들음) 「이건 타고 난 거닷! ……뱅글뱅글 푸석푸석이라곤 처음 듣는 말이지만!」 (역자주 - 란타는 천파, 천연파마 다) 「시끌벅적 하구나」 이츠쿠시마가 포치를 데리고 돌아왔다. 보니, 이츠쿠시마의 허리에 큰 고슴도치같은 짐상이 몇마리 매달려 있다. 덮이라도 장치해 잡았을런지 모른다. 하루히로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유메가 도와줬다. 「무리하면 안된다꼬」 란타가 히죽히죽 엷은 미소를 띄우고 있다. 하루히로는 간신히 일어섰다. 두 발로 땅을 밟고, 심호흡을 한다. 허리를 굽혔다 펴고, 어깨를  좌우로 돌렸더니, 상처가 쑤셨다. 무심코 신음하고 말았다. 이츠쿠시마가 살짝 웃었다. 「젊구나」 말투로 볼 때, 비꼬는 건 아닌 듯 하다. 「어떨까싶네요」 「시답잖은 걸 구경하고 있을 여유는 있었던 건가?」 「여유……는, 뭐, 그렇게 없을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놔두는 쪽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럴지도」 이츠쿠시마는 걷기 시작했다. 「모두, 따라와줘」 포치가 이츠쿠시마를 따라간다. 하루히로는 란타, 유메와 순간,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이츠쿠시마와 포치 뒤를 따라갔다. 이츠쿠시마는 그렇게 멀리까지 가지는 않았다. 야영한 곳에서 100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가슴정도 높의 덤불을 헤치고 10미터 정도 쯤 더 걸어가자, 먼저 포치가 걸음을 멈추었다. 아무래도 포치는 더 이상은 다가가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콧등에 희미하게 주름을 잡고, 왠지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니면 불안한 걸지도 모른다. 이츠쿠시마와 하루히로들은 몇마터 더 전진했다. 덤불너머에는 골짜기가 있었다. 폭 4미터가 채 되지 않고, 길이는 수십미터. 눈으로 가늠했을 때 50미터에서 60미터 사이일 것이다. 깊이는 5미터이상은 되는 듯 하다. 란타가 골짜기 가장자리에서 몸을 내밀어 골짜기 바닥을 들여다 보았다. 「바글바글 꿈틀꿈틀 싫구만」 하루히로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자세를 낮췄다. 이미 해가 뜨기 시작했지만, 눈을 부릅뜨지 않으면 골짜기 바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유메가 하루히로 옆에 웅크리고 앉아 무릎을 껴안았다. 「누후아……」 골짜기 바닥에는 유골이나 바짝마른시체, 그 중간쯤의 죽은자가 겹쳐 있다. 벌거벗은 자도 있고, 투구를 쓴 자나, 체인메일을 입은 자도 있다. 어떤 죽은자는 썩은 옷가지를 몸에 걸치고 있다. 옷 운운하기 이전에, 육체의 대부분이 결손된 죽은자도 적지 않다. 전추, 검, 방패, 그런 것들의 잔해 같은 것도 눈에 띈다. 절구통같은 체격이나 두개골에 달라 붙은 수염으로 볼 때, 죽은자의 절반 이상은 드워프 같다. 「꿈틀꿈틀은 아니다」 이츠쿠시마는 메마른 목소리로 정정했다. 「저 죽은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아. 내가 전에 보드평야를 지나갔을 때는, 낮에도 진짜로 꿈틀꿈틀 했었어」 움직이고 있었다,는 말일 것이다. 야간이 아니더라도, 햇빛이 닿지 않는 골짜기 바닥에서는 죽은자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랬었다. 유메가 ‘팡’ 하고 두 손을 맞잡았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죽은자들을 애도하고 있을 것이다. 「저주가――」 란타가 중얼거렸다. 「사라져 버렸다는거야. “불사왕의 저주”가……」 「봐봐」 이츠쿠시마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곳이다」 골짜기 바닥이 아니다.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의 깍아지른 경사면이다 풀이나 이끼는 그리 많이 자라고 있지 않다. 거의 회색이나 다갈색의 흙과 바위가 드러나 있다. 뱀인가? 하루히로는 우선 그렇게 생각했다. 뱀처럼 길쭉한 생물이 경사면을 기어오르고 있다. 새까맣고, 길쭉한 생물이… 「……은느?」 유메가 눈을 팍 뜨고 비탈면을 응시했다. 란타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부근을 관찰하고 있다. 뱀치고는 길다. 너무 긴게 아닌지… 눈으로 쫒으면, 그것은 죽은자들로 거의 가득 채워져 있는 골짜기 바닥에서 비탈면의 바위나 딱딱한 흙 사이를 누비 듯, 건너편이랄까, 골짜기 넘어 가장자리 위까지 도달해 있다. 게다가, 한마리가 아니다. 그 뱀 같은 생물은 몇 마리나 있다. 「에――……」 하루히로는 섬뜩해져 발 밑으로 눈을 떨어뜨렸다. 저쪽편 뿐인걸까? 순간적으로 그렇게 의심한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루히로들이 있는 일대에 그같은것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오른쪽 방향, 10미터 정도 앞에 검은 뱀이 있었다. 「어느새……」 「우!?」 란타도 그것을 확인한 듯 하다. 이츠쿠시마는 이미 알고 있었던 듯 태연하지만, 유메는 「쿄와앗!?」 하고 기겁을 하며 펄쩍 뛰어올랐다. 「뭣――뭐뭐뭐뭣……!?」 란타는 노골적으로 깜짝 놀라 허둥대지만, 그래도 칼자루에 손을 얹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저생물은 아니다. 뱀 같은게 아니다. 생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루히로는 일어섰다. 골짜기 가장자리를 따라 오른쪽으로 걸어간다. 「하루군!?」 유메가 황급히 쫓아왔다. 란타도 「어이, 너, 핫, 이자식」 같은 뭔소리를 허둥대며 말하며, 흠칫거리며 따라온다. 하루히로는 그 검고 긴 것 육 칠십 센티 바로 앞에서 멈춰섰다. 그것은 골짜기 바닥에서 비탈면을 기어 올라왔고, 그리고 어딘가를 향해 뻗어 있다. 하루히로는 하늘을 올려다 보고, 태양의 위치로 대략적인 방향을 파악했다. 「동쪽――좀 북쪽에 가깝게……」 검고 길쭉한 것은 아무래도 골짜기 바닥에서 나와 동북동 약간 동쪽 방향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건지… 움직이고 있는건지 어떤지… 하루히로는 허리를 굽혔다. 그것은, 완전히 정지하고 있는 것 처럼도, 극히 약간 꿈틀 거리고 있는 것 처럼도 보였다. 「어―때?」 란타가 하루히로의 오른쪽 어깨 옆에서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이 남자를 앞으로 떠 밀어, 저 검고 길쭉한 것을 잣 밟게 하면 어떨까?’ 하루히로는 순간 그런 생각도 했지만, 공교롭게도 두 손이 제역할을 못하고, 게다가, 유메가 까맣고 길쭉한 것에 다가서더니, 「――니냣!」 하고 걷어 찼다. 「우―잇!?」 란타가 안색을 새파랗게 하고 유메에게 뛰어들었다. 뒤에서 양팔을 유메 겨드랑이사이로 넣어 어깨를 붙잡고 뒤로 후퇴시켰다. 「뭐뭐뭐뭐뭣하는거야 유메 너! 위험하잖아, 너너너너너너에게 무슨일 생기면 나는……!」 하루히로도 철렁 가슴이 내려 앉았다. 애초, 유메는 가끔 몹시 대담하지만, 무턱대고 위험을 무릅쓰지는 않는다. 유메 나름 어떤 기준이 있다. 이를 토대로, 그 정도의 것은 해도 괜찮다고 판단 했을 것이다. 하루히로는 좀 더 다가가, 신발 끝으로 검고 길쭉한 것을 쿡쿡 찔러보았다. 이렇게 자극을 줘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가볍게 밟자, 뭔가 미세한 진동 같은 것을 느낀다. 기분 탓은 아닌 것 같다. 이것은 역시 움직이고 있다. 골짜기에서 올라와,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 확실하지 않지만, 보이는 범위에서는 끊어지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하루히로는 발을 치웠다. 그 지름은 5센티도 안된다. 3센티 쯤 될 것이다. 단면은 원형인지… 평평하지는 않은 듯 하다. 같은 식으로, 랄지… 완전 동일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검고 길쭉한 것이, 골짜기 바닥으로부터 몇개나, 어쩌면 수십개나, 생겨나 뻗어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지… 아무래도 딱 와닿지는 않지만, 하루히로는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이것이 뭔지는 알 수 있다. 하루히로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세카이슈世界腫――……」 (역자주 - [슈,腫] 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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