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2일 화요일

재와 환상의 그림갈 19권 4장

0108A660. ただ一人だけ(오직 한명뿐) 진・모기스의 인생은 쓰레기 투성이라 말할 수 있기는 커녕 한발 더 나가 쓰레기 그자체였다. 애시당초 모기스 집안은 쓰레기 집안이었다. 아라바키아 라고 하는 쓰레기 왕국을 세운 에너드・조지는 쓰레기 우두머리이고, 에너드의 암살을 기도했던 측근 이시드와・자에문도 쓰레기이고, 쓰레기 이시드와 에게 추대된 바보녀 프리아우도 쓰레기라면, 그 피를 이은 종가는 쓰레기의 핏줄이고, 쓰레기 종가와 다투던 북가의 시조, 에너드의 의형제였던 스티치도 대체로 쓰레기 였다. 그리고, 권세가 이시드와 가문의 쓰레기 건달 자식과 경박하게 사랑에 빠진 모기스 가문의 바보녀도 그럭저럭 쓰레기일 것이다. 덕분에 쓰레기 범벅 모기스 집안은, 쓰레기통 보다도 한층 더 한 쓰레기인, 쓰레기중에 쓰레기라고 말해야할 참혹한 처지에 빠진 사정이었다.  그런 쓰레기 이야기를 쓰레기산 만큼 듣고 진・모기스는 자랐다. 『우리 모기스 집안의 인간은 특별해』 이말은 진・모기스의 부친 윌리엄・모기스의 악취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입에서 자주 흘러나온 쓰레기같은 입버릇이었다. 쓰레기 자식은, 쓰레기 부친의 기름과 때와 비듬으로 끈적끈적한, 이가 들끓었던 붉은 머리카락이 쓰레기보다도 더 싫었다. 누른 흰자위 한 가운데 찬란하게 빛나는 짙은 갈색의 녹슨 듯한 눈동자 중심에, 뾰족한 못을 푹 찔러 주고 싶다고, 몇번이나 몇번이나 바랬다. 『우리 모기스 집안의 인간은 다른 쓰레기와 다르다. 진, 넌 그걸 확실히 가슴에 새겨 둬』 부친은 여기저기 머리를 숙이고 다니며, 외아들을 어떻게든 왕국군 병사로 만들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진짜 쓰레기같이 달갑지 않았다. 『진, 넌 재능이 있다. 나는 알 수 있어. 너에게는 살인의 재능이 있다. 난 알고있지. 진. 네가 옆집 농가의 개를 잡아 죽인 것은 겨우 여덟살 때였었지? 그때까지는 사냥 나가서 토끼나 쥐 따위 밖에 잡아 본 적이 없었는데, 너는 개를 죽였어. 알고 있었던거냐? 개를 죽이는 건 중죄야. 개는 소중한 재산 이니까 말이지. 알 수 있다구. 너는 알고서 한 짓이야. 누구도 여덟살짜리 개구장이가 개를 때려 죽일 줄은 몰랐겠지. 왜 개 같은 것을 죽였어? 이건 내 추측이지만… 그건 마구 짖어대는 개였어. 시끄러워서 견딜 수 가 없다. 그래서 죽였지. 그렇지?』 얼룩무늬에 늘 핏발이 서 있는 개였다. 한번 물린 적이 있었다. 절대로 죽여 버리겠다고 맹세했었다. 어떻게 죽여버릴까? 계획을 짜서 실행했다. 여덟살. 맞아. 그건 여덟살때 였어. 『네가 이웃마을 여자애를 강간한 것도 나는 알고 있다. 너는 11살 이었어. 누군가에게 말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했지? 너는 깜쪽같이 저질렀어. 그 이후로 반복해 몇명이고 몇명이고 범했겠지? 홀딱 맛에 빠졌겠지. 기분을 알 수 있다. 그건  기분좋은 거야』 쓰레기 부친은 흡사 눈으로 본 것 처럼 혀를 핥으며 말했었다. 본 것일까?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사실은 알 수 없지만, 어림짐작치고는 정확했다. 『내가 알기로는, 넌 협박이 통하지 않던 여자애 하나, 죽이고 묻었어. 그애 하나 뿐이냐? 아니, 아니야. 넌 분명 몇명인가 죽였어. 알 수 있다고, 진. 난 알아 버렸다고. 어째서냐고?』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같은 쓰레기이니까… 윌리엄・모기스는 자신의 아내를, 즉 진・모기스의 모친을 때려 죽이고 묻었다. 묻기 전에, 모처럼, 아깝다는 듯 시체를 범한 것도, 진・모기스는 알고 있다. 어렸을 때 이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물론, 당당하게 구경한 것은 아니다. 훔쳐 봤다. 『엄마는 어디 갔어?』 다음날 아침, 시치미를 떼고 묻자, 윌리엄・모기스는 태연하게 엷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쓰레기년, 나가 버렸다. 뭐 괜찮아. 굼뱅이 주제에 시끄러워 참을 수 없었으니까. 차라리, 시원시원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진?』 쓰레기가… 얼마나 쓰레기 놈인거냐? 어린 진・모기스는 윌리엄・모기스를 진심으로 미워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블 부터, 정확히는 어젯밤부터지만, 그 모친은 더이상 없다. 사라져 주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진・모기스 모친은 윌리엄・모기스 같은 남자에게 잘 어울리는 쓰레기녀 였다. 대체로 오물 묻은 꼬리표 모기스 집안에 시집 온 여자이니, 제대로 된 여자일리 없는 것이다. 그 여자에 대해 진・모기스가 기억하는 것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입냄새가 심했다는 것, 앞니가 세개 없었다는 것, 다른 치아도 새까맣었다는 것, 겨드랑이에서 등에 걸쳐 짙은 털이 나 있었다는 것,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머리가 울릴 정도의 목소리로 맹렬하게 떠들다, 마지막에는 손찌금을 했다는 정도였다. 쓰레기 친부와 쓰레기 모친이 뒤섞인 결과, 뒤틀려진 쓰레기로서, 자신이라는 존재가 탄생했다. 타고난 쓰레기. 쓰레기 그자체. 그것이 진・모기스다. 『너는 군인이 된다, 진』 윌리엄・모기스라는 쓰레기가 아들의 귀에다 흘리는 토사물 같은 말들은 모두 저주였다. 『진, 너라면 훌륭한 군인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전쟁터에서 많이 죽일 수 있어. 아군이 아무리 뒈져도 넌 아무렇지도 않을 테고, 적이라면 죽일 수록 그만큼 공적이 되니까 말이지. ‘이런이런’ 이구만… 이럴거면 나도 군인이 될 걸 그랬어. 군에 들어 갔더라면 지금 쯤 어느정도 인물이 되었을 텐데. 그렇다해도, 우리 모기스 집안의 인간은 미움받고 있지. 사실대로 말하자면 말야.  정확히는 모기스 집안의 인간을 두려워하고 있는거다. 우리들 조상님 자브로・모기스는 에너드 조지가 키운 킬러였다. 전문 살인자 였지. 에너드에 찍힌 놈은 자브로에게 지워진다. 어떤 놈을 처치하라는 등 하나하나 지시받을 것도 없이, 어느 놈을 죽여야 할 지 자브로는 알 수 있었어. 아침 먹기 전에 죽이고, 점심 후 죽이고, 저녁 전에 죽이고, 자기 전에 죽이는 그런 남자였지. 알겠어? 진, 넌 알 수 있겠어? 아무튼 우리 조상님은, 그렇게 에너드를 위해 일하셨다. 마구 죽였다고. 진. 너에게 가려켜 주지. 자브로・모기스는 에너드가 지어준 이름이다. 진짜 이름은 모기・자브로 인 모양이다. 모기・자브로는 특별한 킬러 였어. 모기・자브로가 방해꾼을 차례차례 죽였으니, 에너드는 왕까지 되었어. 에너드와 우리 조상님은 그런 사이였다. 그러니까 말야. 에너드가 이시두와・더앰에게 쫓겨난 시점에서, 모기스 집안의 운명은 정해진 거야. 하지만, 윗사람들은 아직도 모기스 집안의 사람들을 섬뜩하게 생각하고 있다.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모른다고… 우리 모기스 집안의 인간은. 특별해――』 「말을 끌고와!」 진・모기스는 천망루 정문에서 나오자 마자 소리쳤다. 내쉬는 숨이 하얗다. 새벽이 다가오는 하늘은 밝아지기 시작했다. 「각하, 이것으로!」 검은 외투를 걸친 측근 중 한명이 고삐를 당겨 모기스 앞까지 말을 끌고 왔다.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회색마였다. 순간 모기스는 파리를 쫓듯 손을 흔들었다. 「안돼! 다른 말을――」 정문 부근에는 여러마리 본토 말이 안장을 얹고 줄지어 있었다. 그 안에 자그마한 체구에 짙은 흑갈색 말이 있었다. 「저 말이 좋겠군」 모기스는 흑갈색 말을 가리켰다. 검은 외투가 황급히 그말을 데려온다. 모기스는 흑갈색 말에 올랐다. 한번도 타본 적이 없는 말이다. 모기스에게는 다소 작지만, 몸은 탄탄하다. ‘왜 이 말을 골랐을까?’ 라고 모기스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은 옳은 선택이다. 그 확신만이 있었다. 「이제부터 내가 직접 선두에 서서 오르타나 방어 지휘를 하겠다! 말을 탈 수 있는 자는 말을 타고 따르라! 나머지는 걸어서 따라오라!」 검은외투 병사들이 노호에 가까운 목소리로 화답했다. 모기스는 말을 전진시킨다. 특히 혼란스러운 곳은 남문 부근이다. 모기스는 북문 방향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말 위에서는 한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흑갈색말은 체격에 비해 튼튼한 다리로 모기스의 고삐 조정에 잘 응답했다. 게다가 회색말과 달리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앞쪽의 북문은 닫혀 있었다. 북문 주위에, 그리고 망루에도 병사들이 모여있다. 「진・모기스 총수!」 「오셨다! 모기스 총수가!」 병사들이 떠들어 댔다. 모기스는 말의 걸음을 약간 늦추며 문을 열도록 명령했다. 「――네? 문을 여는겁니까!? 하, 하지만……」 그러는 사이, 병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모기스도 일단, 방벽에 올라 확인했다. 방벽 밖은 이상했다. 흡사 폭우로 강이 범람하고 홍수라도 일으킨 것 같았다. 그러나, 비는 오지 않았고, 오르타나 부근에 홍수의 원인이 될 만한, 큰 강은 없다. 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거무스름한, 액체인지 조차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 고체는 아니다. 정체불명의 검은 것들이 무수한 흐름을 만들어 지표면을 따라 움직인다. 일부는 오르타나의 방벽에도 부딪혔지만, 타고 넘어 오지는 못했다. 검은 것은 오르타나 안으로는 침입해 오지 않았다. 방벽이 오르타나의 변경군을 검은 것으로부터 지켜주고 있었다. 「뭘 꾸물대! 빨리 문을 열어라!」 모기스가 호통을 치자, 병사들이 문을 여는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검은 것은, 아직까지 오르타나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기스가 보기에 검은 것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은 동남쪽 언덕이었다. 검은 흐름은 저 언덕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덕 위에 서 있는 열리지 않는 탑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검은 것으로 뒤덮여 몇배나 커져 있다. 설령 검은 것이 무엇이든 간에, 오르타나 방벽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괜찮을 것이다. 어떤 폭풍도 언젠가는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때까지 참고 견디면 된다. 「서둘러!」 모기스에 질타당해, 병사들은 부랴부랴 문을 열었다. 이제 한사람씩, 아니 두사람 정도라면 나란히 빠져나갈 수 있다. 「살고 싶으면 나를 따르라! 간다!」 모기스는 갑자기 뒷꿈치로 말의 배를 찼다. 흑갈색 말은 놀라 앞다리를 들고, 말굽으로 허공을 찼다. 「하이얏!」 즉각 모기스는 말의 엉덩이를 때렸다.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모기스를 태운 말은 순식간에 달려 열린 문을 빠져 나갔다. 방벽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괜찮다――같은 일 따위는 결코 없다.  모기스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 녀석을 죽여야할지, 죽이지 말아야할지논리 정연하게 생각에 잠겨 결단을 내리는 일 따윈 좀처럼 없다. 그렇게 하면 늦게 된다. 때를 놓치게 된다. ‘좋아, 죽이자’ 하는 생각이 들 때 죽여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죽이자고 생각하기 전에 죽여 버린다. 그게 제일 좋은 타이밍이다. 분명히 모기스는 망설이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사냥감을 죽일지 말지… 하는 정도의 단순한 문제라면 쉽다. 하지만, 현실은 대개 이런 저런일이 뒤섞여 복잡하다. 진・모기스라도 망설여 진다. 고민하게 된다. 솔직히, 천망루를 나설 때 까지, 분명히 이렇게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남문에서 밖으로 나간 시노하라가 돌아오지 않는다. 아마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 그 남자는 나름 수완가다. 모기스보다 변경 사정에 밝다. 그 남자가 돌아오지 않는다. 밖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움직인다면, 움직이지 않으면 안될 때, 그렇게 하면 된다. 모기스는 두려웠다. 악명 높은 모기스 집안의 남자로 태어난 진・모기스도 두려움을 느끼는 일은 있다. 그게 뭔지는 알 수 없다. 무슨일이 벌어질지… 정체를 알수 없는 것을 모기스는 두려워 한다. 모기스는 아직 죽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죽음을 두려워 하고 있다. 이손으로 아무리 살인을 해도, 사람이 죽는 후, 혹은 죽음의 순간, 무엇을 경험하는지, 모기스는 알 수 없다. 죽음은 무인걸까? 아니면, 죽은자에게는 산자와는 다른 인지와 감각 같은 것이 있는걸까? 혹은, 사후세계 같은 것이 실재 하는걸까? 군에 들어온 후 첫 휴가로 귀향했을 때, 모기스는 친부를 죽였다. 그것은 모기스로서는 자비로운 살인 이었다. 친부는 병들어 있었다. 내장에 관련된 병이었다. 여위고, 흙빛 얼굴은 죽는 자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썩어가는 바닥에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고, 기침하기 조차 힘들어 보였다. 『단숨에 숨통을 끊어줄까, 아버지』 아들이 제안하자, 윌리엄・모기스 생각에 잠겼다가, 그렇군 하고 마른 들판을 지나가는 바람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부탁이 있어』 『뭐지. 말해봐, 진』 『‘단숨에’ 라고 말했지만, 당신을 조금씩 죽일까 해. 궁금한게 있어서 』 『무엇을 알고 싶은거냐』 『인간이 어떤 식으로 죽는건지.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들리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건 나도 흥미가 있군. 대체로 인간이란 것은 이런건가 하는 느낌으로 죽으니』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 같았어. 아버지』 『우연이군. 나도 마찬가지다, 진』 신중하게 조심하며 진행했는데, 월리엄・모기스는 이런건가 하는 느낌으로 죽었다. 유감스럽게도, 조금씩 죽이기에는 너무 쇠약해져 있었던 것이다. 오늘일지 내일일지 모르는 상태의 환자는, 바로 호흡할 수 없게 되어, 심장이 멈추었다. 가슴을 열어 심장을 주무르면 다시 뛸 까생각했는데, 헛수고였다. 이런저런 의미에서, 또, 어떠한 면에서도, 윌리엄・모기스는 쓸모없는 쓰레기일 뿐이었다. 쓰레기 엑기스 같은 모기스 집안의 피를 남겼다는 점에서, 최악으로 해로운 쓰레기이었다.  북문에서 뛰쳐 나오자, 곧 바로 검은 탁류에 진로가 막혔다. 진・모기스는 북서로 진로를 바꾸었다. 다시 고삐를 당겨 더 서쪽으로 향했다. 그 앞에도 검은 것이 흐르고 있었다. 갑자기, ‘자신에게 아이가 있을까?’ 하고 모기스는 생각했다. 아버지의 지적처럼, 진・모기스는 젊은 시절부터 여자들을 능욕해왔다. 몇명이나 범했을까? 굳이 기억하고 있지 않다. 그런 욕구가 생기면, 참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내 아이를 가지고 싶다. 모기스 집안의 피를 남기고 싶다. 그런 소망을 품은 적은 거의 없다. 여자들은 모기스에게 욕망의 배출구 일 뿐이었다. 그 이하이긴 해도, 그 이상은 단연코 아니다. 유유낙낙하게 따르는 여자도 있었다면, 항거하는 여자도 있었다. 같은 여자를 몇 번이나 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여자일 뿐, 모기스가 누군가를 사랑한 적은 없다. 범했던 여자가 그뒤 임신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있었던가? 스쳐 지나치며 강간한 여자와는 당연히, 다시 만날 일은 없다. 그 중에 모기스집안의 피를 잇는 아이를 낳은 여자는 있을 수 있다. 모기스는 남부 야만족들과의 싸움에서 상처를 입고, 고환을 잃었다. 남부 밀림에서는, 수풀 속에 엎드려 몸을 숨기고, 상대 하반신만을 집요하게 노리는, 싫은 야만족이 있다. 병사들은 놈들을, 정강이베기, 라든지, 구슬베기, 라 불렀다. 하필이면 그 야만족들에게 당한 것은 평생의 불찰이다. 통한의 극치였고, 최악의 굴욕이었다. 고환이 잘린 것은 비밀로 했다. 모기스는 입막음을 위해 몇명을 죽였다. 그 후, 여자를 범하지 않았다. 여자를 안을 필요가 없어졌다. 할 수 없게 된 것 이다. 「――아직이다」 모기스는 고삐를 잡은 왼손으로 시선을 두었다. 왼손 집게 손가락에는 커다란 반지가 끼워져 있다. 금반지다. 반지 가운데의 받침에는 푸른 보석이 끼워져 있다. 보석에 떠오른 무늬는 얼룩도 상처도 아니다. 꽃잎 같기도 하다. 푸른 돌 속에 두 조각의 꽃잎이 조금씩 흔들거리고 있다. 단순한 반지가 아니다. 열리지 않는 탑의 주인 언체인경이 모기스와 협력관계를 맺기 위해 바친 선물이다. 그 효력은 이미 모기스 자신이 실제로 시험해 봤다. 모기스는 말위에서 뒤돌아보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 보병은 아무래도 무리겠지만, 몇마리 말이 따라오고 있을까? 아니면, 변경군 총수인 자신만이 단기單騎로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형국인건가? 자신의 몸만 생각해 부하를 내버려 두었다. 무슨 비겁한 사람이냐 묻는다해도, 전혀 아픈데도 가려운데도 없다. 왜냐하면, 진・모기스는 쓰레기에서 태어난 쓰레기다. 쓰레기 중에서도 특별한 쓰레기이지만, 그렇다해도 쓰레기는 쓰레기인 것이다. 물론 양심이라고는 한 조각도 가지고 있지 않다. 쓰레기인 만큼,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긍지와도 무관하다. 쓰레기는 쓰레기 답게, 살기 위해서라면 쓰레기 바다를 헤엄치며, 쓰레기를 먹어 치울 것이다. 부친인――윌리엄・모기스와는 다르다. 윌리엄・모기스는 병마에 걸려 고통을 통해, 약해져 있었다. 빨리 편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기력도 없었다. 식욕이 줄고, 물도 못 마시게 되어, 숨이 멎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제발 날 죽여줘’ 흐린 눈으로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렇게 호소하고 있었다. 사람이 아닌, 쓰레기 중에 쓰레기는, 쓰레기 이면서 쓰레기 나름 자식을 사랑했었다. 지나치게 사랑했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사실, 닮았다. 닮은 꼴, 쓰레기 였다. 진・모기스는 윌리엄・모기스의 진짜 정을 손에 잡힐 듯 알고 있었다. 괜찮다. 저기, 진. 내가 뒈져도, 자식이 있다. 뒤는 맡긴다. 살아. 살아남아. 죽여. 마구 죽여. 여자들을 범해. 자식을 남겨. 우리들의 피를. 모기스 가문의 피를. 모기스 가문의 특별한 피를. 혹시 아버지가 이후 얼마간이라도 죽지 않은 채, 이런건가 하는 느낌 으로 담백하게 죽어버리지 않았다면, 진・모기스는 아들로서 속삭여 주었을런지 모른다. 알겠어, 아버지. 안심하고 가면 돼. 모기스는 여기에 있어, 라고. 하지만, 이제 모기스는 고환을 잃은 뒤, 단 한명의 뒤틀린 쓰레기, 진・모기스 뿐이다. 「아직 때는 아니야 ……!」 진・모기스는 맹렬히 두 다리로 말의 배를 압박하며 재촉했다. 지표면이 검은 바다가 된 것은 아니였다. 검은 흐름이 종횡무진으로 달리고 있지만, 검은 것으로 모두 뒤덮여 버린 것은 아니다. 검은 흐름과 흐름 사이를 모기스의 말은 오로지 달렸다. 어디를 향해 도망가고 있는가? 방향을 바꾸고 거듭 바꾸다가, 이제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건가 아니, 도망간다. 도망쳐 준다. 남부에서 몇번이나 죽을 뻔 했다. 모기스 집안의 쓰레기 자식은 신병 시절부터 사정없이 최전선으로 보내졌다. 최전선 부대에는 루미아리스 신관도 제대로 없다. 부상당하면 병사들끼리 서로 치료한다. 열병에 걸리면 나무 그늘에 눕혀 방치한다. 매우 무더워 옷 따위는 입고 있을 수 없다. 벌거 벗은 모습으로 밀림을 배회하며, 덥쳐오는 야만족을 죽이고, 식수, 먹을 거리를 빼앗는다. 야만족 만이 아니다. 때로는 물자를 둘러싸고 전우도 적이 된다. 아군 병사들에게 몇번이나 살해 당할 뻔 했다. 물론 반격해 죽여 버렸다. 흑갈색 말은 땀을 많이 흘리면 기력이 다해 축 쳐져있다. 진・모기스는 마침내 뒤돌아 보았다. 검은외투 한명만이, 필사적으로 말을 달래며 모기스를 따라 오고 있었다. 그렇다해도 20미터, 아니, 30미터 정도나 떨어져 있는 건가? 「총수각하 ……!」 검은외투가 뒤집힌 목소리로 외친다. 검은 외투가 탄 말이 앞다리가 푹 꺽여져 쓰러진다. 그 순간 검은외투의 몸이 안장을 벗어나 허공으로 내던져졌다. 눈깜짝할 사이에 검은 흐름이 밀려들어 검은 외투의 말을 삼켜 버렸다. 「저것은――」 모기스는 눈을 크게 떴다. 검은외투의 말을 집어 삼킨 검은 흐름에, 뭔가 타고 있다. 그것 또한, 검다. 어둠을 두르고 있는 듯한 거무스름한 뭔가가, 검은 흐름 위에 서 있다. 마치, 사람 인 것 같다――고, 모기스가 생각한 이유는, 그것이 오른손에 짧은 검을, 왼손에는 둔한 은빛 광택을 띤 방패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암야전 闇夜纏이 검을 휘둘렀다. 암야전의 검은, 허공을 날 던 검은외투를 손쉽게 양단해버렸다. (역자주 - [闇夜纏, 암야전] 어두운 밤을 두른듯한 것) 검은 흐름을 타고 암야전이 육박해온다. 모기스는 앞을 향해 돌아섰다.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계속 웃었다. 아마 모기스 집안은 저주받고 있다. 이 세계가 모기스 가문의 피를 뿌리 뽑으려 하는 것이다. 사라질 운명인 것이다. 그것이 어쨌다고. 죽일수 있다면 한번 해보라지. 내 피는 특별하다. 아직 죽지 않겠어. 살아남아 주지. 살아남아 보여 주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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