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6일 화요일

재와 환상의 그림갈 19권 10장

 0118A660 未來へ(미래로) 이윽고 검은 것이 찾아와 세계를 모두 다 삼켜버린다. 가장 깊은 곳 바닥에서 검은 것이 떠나갈 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려라. 검은 것이 가져올 재앙 뒤에 새로운 새벽이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과거 한명의 현자(賢者우고스)가 그렇게 예언했다. 최초의 현자, 아직까지 그를 뛰어 넘는 남다른 재능을 가진 자는 태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종족 최고, 무상(無上)의 환시자(幻視者)인 토고로고가 그 가공할 미래를 내다본 것이다. 왕의 역할은, 그저 종족을 지키고, 번영시키며, 그 권능을 다음 세대로 물려주는 것만이 아니다. 토고로고가 환시한 다가올 재앙에 대비해야한다. 토고로고는 십대 전의 왕을 모셨다고 한다. 당시 왕은 토고로고의 조언을 받아들여 다무로에 가장 깊은 계곡(오동고) 를 파기 시작했다. 그것은 재난이 오는 날, 몸을 숨기기 위한 피난처가 될 것이다. 그 후, 토고로고는 죽었다. 5대 전 왕이 이 가장 깊은 계곡을 마침내 완성 시켰고, 재앙의 날까지 이를 현자들의 거처로 삼고, 골고루 종족의 보물을 비장하기로 하였다. 재앙을 빠져나간 후, 우리 종족에게 가장 깊은 계곡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 5대전의 왕은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재앙을 피해,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살아남을 자를 선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왕 과가진은 가장 깊은 계곡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방에는 종족의 보물들이 진열되어 있고, 옥좌와 이를 둘러싼 현자들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며, 벽에는 토고로고의 예언을 묘사한 그림이 새겨져 채색되어 있다. 가장 깊은 계곡의 수직동굴 바닥에서 수평동굴을 파도록 하고, 여덟개의 방을 만들게 한 5대 전 왕은, 이 맨 안쪽에 위치한 방을 예언의 방이라 이름 지었다. 세로동굴의 밑바닥에서 두꺼운 철문을 열고 각 방을 통과해야만 예언의 방에 도달 할 수 있다. 1대 전, 과가진의 선대에 해당하는 왕은, 어느날 정신착란하여 재앙이 찾아왔다고 오인해, 예언의 방에 틀어 박혔다. 선대의 왕은 이윽고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자, 예언의 방에는 저주가 가득하다고 떠들어 댔다. 아무런 일도 아니다. 문을 닫자 완전히 밀폐되어, 왕은 차츰 숨쉬기 힘들어 진 것이다. 우리(고블린) 체내의 독소를 날숨에 섞어 배출하고 있어서, 그 독소가 가득한 곳에서는 물속처럼 허우적거리게 되고만다. 선대의 왕은 현자들이 밝혀낸 그 사실을 어리석게도 믿지 않았지만, 과가진은 달랐다. 왕이 되자 빠르게, 현자들의 진언을 받아들여, 여덟개의 방에 각각 샛길과 공기 저장소를 증설하도록 했다. 불 또한 독소를 흩뿌리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므로, 교배를 통해 만들어 낸 빛을 내는 비장충(飛長蟲) 번식시켜, 주() 광원으로 삼았다. 지금, 이 예언의 방에도 무수한 발광장충(發光.長蟲)이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있으며, 과가진이나 현자들, 몸을 맞대고 구석에서 떨고 있는, 다섯명의 왕비, 열여섯명의 어린 왕자들을 비추고 있다. 무엇보다, 과가진 자신, 본인의 재위기간 중에 이러한 조치들이 실제로 도움이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예언은 무시할 수 없었지만, 언제 검은 것이 찾아올 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대일지도 모른다. 다음 대일 수도 있고, 5대 뒤일지도 모른다. 10대 뒤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히려, 우리들은 예언의 날을 대비하면서도, 용기있게 밖으로 뻗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 세력을 다무로 밖으로 확장한다해도, 풀어야할 과제는 있었다. 과제밖에 없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다른것을 다 떠나, 우리는 대체로 너무 수명이 짧다. 과가진 같은 왕종(王種)조차, 백을 30다발 묶은 밤낮을 살 수 있으면 나은 편이다. 많은 자들은, 백을 10다발 묶은 밤낮을 보낼 때 쯤이면 거동을 못할정도로 약해진다. 현자들은 백을 40다발 묶은 밤낮을 넘길 정도로 장수한다. 그것도, 똑똑한 자를 선별해, 극력 운동을 피하도록하고 충분한 영양을 주어, 보호 하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간혹 태어나는 덩치 큰 대병종(大柄種)중에는 왕종과 비슷한 수명을 가진 자가 있지만, 그들은 기억력이 나쁘고, 극히 우둔하다. 분명 우리는 좀 더 현명해지지 않으면 안되지만, 대부분의 자들이 백을 10다발 묶은 밤낮밖에 살지 못한다면, 배우는게 적고, 어렵사리 배운 것들도 그 자의 죽음과 함께 운산무소(雲散霧消) 하고 만다. (역자주 -[운산무소, 雲散霧消] 구름이 흩어지고 안개가 사라진다는 뜻으로, 깨끗이 사라짐을 이르는 말) 과가진은 자신들이 인간족이나 오크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왕이 되면서, 그 최대의 요인은 짧은 수명인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예언의 방 옥좌에 과가진은 잠자코 앉아 있다. 왕을 둘러싼 현자들도 입을 닫고 있다. 왕비, 왕자들도, 가끔 서로 속삭일 정도로 대체로 조용히 있다. 닫힌 예언의 방에서 재앙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가급적 독소를 퍼뜨리지 않도록 가만히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검은 것이 다무로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과가진은 가장 깊은 계곡으로 대피하기를 주저했다. 모두가 찾아온 재앙을 두려워하며, 대혼란에 빠진 와중에, 왕인 자신이 앞다퉈 예언의 방으로 도망가야 하는가? 현자들의 간언(諫言)을 뿌리치고, 과가진은 검은 것의 침입을 어떻게든 막으려 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헛된일이었다, 는 것이 되리라. 이제는 시간의 경과를 알길이 없지만, 과가진은 여섯 밤낮에 걸쳐 계속 지극히 높은 천상(어스바싱) 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드디어 검은 것이 가장 깊은 계곡(우동고)에 도착하려는 시점에서 결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과가진은 동반자들에게 보호받아며 가장 깊은 계곡의 내벽에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계단을 모두 다 내려가기전에 검은 것이 내벽을 타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검은 것이 뚝뚝 떨어지는 그 광경을 잊을 수 없다. 과가진은 부끄러움도 체면도 잊은채 비명을 질렀던 것이다. 왕비, 왕자들은 몇 밤낮 전에 가장 깊은 계곡으로 내려가 있도록 했고, 주요 현자들도 예언의 방에 모이도록 했다. 예언의 방의 문을 모다 닫은 순간을, 과가진은 기억하고 있다. 현자나 보물에 둘러싸여, 옥좌에 걸터 앉아, 여러명의 아내와 자식이 함께 있어도, 더이상 자신은 왕이 아니라고 뼈저리게 느꼈다. 이후, 과가진은 후회하고 있다. 과가진은 지극히 높은 천상에서 움직이지 말았어야 했을런지 모른다. 죽을 수 밖에 없다면, 왕다운 죽음의 장소는 지극히 높은 천상이었을 것이다. 왕이 된 후, 아니, 왕이 되기 전부터, 제대로 말이 통하는 것은 현자들 뿐이었다. 그 현자들도, 우리는 장명종(長命種)을 지향해야 한다고 과가진이 주장하자, 조심스레 반대 의견을 밝혔다. 특권계급을 차지하는 왕종(王種)이 절대 찬성하지 않고, 모반을 기도하는 왕종마저 나타날 수 있다고 충언하는 현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 왕종이 어떤일을 해 왔는가? 그저 다른 자들보다 오래 살며, 그 동안, 향락해온 것뿐 아닌가? 왕종들은 왕종끼리 피를 섞고, 단명하는 자들을 멸시하며, 권력투쟁과 미식(美食), 황음(荒淫)에 빠져 들었다. 단명하는 자들을 서로 죽이게 하고, 동족포식하게 하는 악습을 악습으로 여기지 않는 추악한 왕종이야말로, 우리가 안고 있는 악종(悪種)이 아닌가? (역자주 -[황음, 荒淫] 지나치게 색色에 빠짐) 그리고, 과가진도 역시, 그 악종인 왕종중 한명이다. 「동족포식이다」 과가진은 중얼거렸다. 현자들은 전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몇명인가 고개를 들어 왕을 보았다. 예언의 방의 문이 바깥쪽에서 뭔가 강하게 압박받어 삐걱거리고 있다. 꽤 전부터다. 처음에는 현자들, 왕비, 왕자들이 겁에 질려 허둥댔지만, 더이상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건가? 공포에 익숙해졌을 지도 모른다. 「왕종이나 현자들은 동족포식하지 않는다. 그렇지? 단명하는 자들은 동족포식한다. 왕종은 오래전에 동족포식하는 것을 그만둔 자들의 후예인 것이다. 현자들이여. 너희들로 하여금 우리 죽음에 대해 조사하게 했었구나. 단명하는 자들은 하반신이 시들기 전에 밤을 몹시 두려워하게 되고, 영문 모를 말을 떠벌리게 되고, 점점 말이 불명확해지고, 보행이 어렵게 되어, 계속 누워있다가, 숨을 멈춘다. 이것이 전형적인 단명하는 자들의 죽음이다. 그랬겠지? 하지만, 왕종이나 현자가 그런식으로 죽는 것은 드물지 않은가? 이 과가진이 아는 범위에서는, 단 한명 밖에 모른다. 나의 백부, 선대 왕 보드진이다. 보드진은 기행을 거듭한 끝에, 주변에 욕설을 퍼붓고, 옥좌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고, 대소변을 흘리며 거품을 뿜고 있었다. 현자들이여. 너희들도 알지 않는가? 보드진은 악취미로 단명하는 자들을 죽여 먹고 있었다. 비밀리 동족포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먼저 동족포식을 관두어야 했던 것은 아닌가?」 과가진은 보물 갑옷을 몸에 걸치고, 왕관을 쓰고, 왕홀(王笏) 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 밖에도 몸에 지닐만한 눈부신 보물을 모두 지니고 있다. 그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벗어 던지고 싶었다. 과가진이 가지고 싶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역자주 - [왕홀,王笏] 유럽 군주의 권력과 위엄을 나타내는, 손에 드는 상징물. 상아나 금속으로 만들며, 꼭대기에는 화려한 장식이 붙어 있음. 길이는 1미터 이상) 「동족포식을 금지시켰어야 했다. 그로인해 발생할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발견되었을 것이야. 역시 우리는 밖으로 나갔어야 했다. 우리는 겁쟁이였어. 분명히 예언은 옳았을 것이다. 토고로고는 진짜 환시자였어. 하지만, 우리에게는 토고로고를 이을 환시자가 없었다. 토고로고가 살았던 세대였다면, 현자라고 해도 동족포식을 했을 것이야. 동족포식하지 않았다면, 토고로고는 좀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지 모른다. 토고로고가 더 많은 미래를 내다보고, 우리에게 길을 제시했을 지 몰라. 단명하는 자들도 동족포식 하지 않을 경우, 왕종과 다름이 없다면, 그들 중에서도 수많은 총명한 자, 힘센 자들이 배출되었을 지 모른다.  그러면 우리는 더 현명하고 더 강해질 수 있었을 것이야. 동족포식이 없어지면, 낳아 기른 아이들이 먹히는 슬픔을 여자들이 맛보는 일은 없다. 차례 차례 낳은 뒤 내버리 듯 낳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한명 한명의 동포를 소중히 여길 수 있었을지 몰라. 왕인 이 과가진 한명이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변하지 않는다. 이 생각을 이어 키우려해도, 우리는 너무 빨리 죽는다. 우리는 동족포식하지 말았어야 했다. 왜 진작 눈치채지 못했을까? 현자들이여, 가르쳐 달라. 왕인 이 과가진은 역시 어리석었던 것인가? 너무 어리석었나?」 늘어선 현자들 모두, 고개를 떨구고 울고 있었다. 왕비나 연상의 왕자들은 흐느껴 울고 있었다. 어린 왕자들도 힘없이 풀이 죽어 있었다. 백을 수십다발 묶은 것보다 많은 발광장충이 예언의 방을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다닌다. 문만이 아니다. 납작돌을 깔아놓은 바닥이, 예언자 토고로고가 환시한 재앙의 모습을 그린 벽이, 튼튼한 기둥과 대들보로 받치고 있는 천장이, 아니, 예언의 방 전체가 떨리고 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는건가?」 과가진도 오열을 참지 못했다. 「우리는 뭘 잘 못했나? 검은 것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를 멸하려 하는 것인가? 현자들이여, 제발 가르쳐 다오. 왕인 이 과가진은 어리석었다. 과가진의 책임이라면, 과가진만 멸해 다오. 뭐든 우리 전부를 멸망 시키는건 아니지 않은가? 우리를 근절시키지 말라. 검은 것, 재앙이여, 우리를 몰살 시키지 말아 다오. 우리는 동족포식을 멈추자. 모두 현명해지자. 강해지자. 일찍이 불사의 왕은 우리 손을 잡고, 가슴에 품고,‘함께 일어서자, 함께 일어 설 수 있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맞아. 우리는 설 수 있다. 야만족이 아니다. 다른자들에게 야만족이라 불리며, 업신여겨지는 처지를 체념하듯 받아들인건 아니다. 우리는 나아갈 수 있다. 우리에게 내일이 있다면 걸어갈 수 있다. 재앙이여, 우리를 멸하지 말라. 우리에게 기회를 다오―― 」 굳게 닫아 몇겹이나 빗장을 걸어둔 문이 밀려 열리려 하고 있다. 과가진은 옥좌에서 일어섰다. 예언의 방에 간직되어 있던 갑옷이나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등, 왕인 과가진이 걸치고 있는 이 보물들은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오르타나 곳곳에서 발견된 보물도 있다. 옛날, 인간족과 거래해 받은 보물도 있다. 몇안되는 모험가가 어디선가 가지고 온 보물도 있다. 지금이야 말로 숨겨진 보물의 힘을 발휘할 때가 아닌가? 「우리는 멸망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 문이 열린다. 검은 것이 예언의 방으로 밀려든다. 과가진은 왕홀을 내밀고, ‘보물이여, 힘을’ 하고 외친다.

댓글 1개:

  1. 고블린의 왕 과가진이 오크의 왕 디프 고근보다 훨씬 좋은 왕이군요.
    그나저나, 재앙의 피난를 위해 만든 방공호에 재난을 불러들이는 유물을 잔뜩 보관하고 있었다는 건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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