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3일 수요일

재와 환상의 그림갈 19권 7장

 0112A660 しあわせだった (행복했다) 아다치는 검은 테 안경의 가운데 부분을 오른손 중지로 밀어 올렸다. 우여곡절을 거쳐 어떻게든 리버사이드 철골요새 2번탑에 집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다치를 포함 팀・렌지 4명과, 의용병단 사무소의 소장 브리트니, 카지코 이하 황야천사대(와일드 엔젤즈)의 7명, 토키즈 6명, 철권대(아이언넉클)의 맥스, 에이든들 8명, 흉전사대(버서크즈)의 닷키, 사가들 11명, 클랜에 소속되지 않은 의용병 3명과 변경군 총수 진・모기스이상 총 41명이다. 이 2번탑과 5번탑을 연결하는 연락교, 그리고 2번탑과 6번탑을 연결하는 연락교도, 조금 전에 파괴하였다. 이제 연락교를 이용해 다른 탑으로 이동할 수 없다. 사방팔방으로 조사해보니, 지표 1층으로부터 이 침입해 오지 않은 것은 이 2번탑 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2번탑으로 모이기로 한 것이다. 7번탑을 탈환해서 확보하고, 지하의 숨겨진 통로로 요새 밖으로 나가는 방법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연락교로 7번탑과 연결되어 있는 9번탑, 그리고 11번 탑도 적에게 점거당하고 말았다. 7번탑의 숨겨진 통로는 아마 무사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미확인이다. 겨우 도착했지만 사용할 수 없다, 는 일이라도 된다면 그저 웃음거리로 끝나지 않는다. 2번탑 1층을 통해 요새 안뜰로 나가서, 문을 목표로 한다. 이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말야, 잘될까? 이거……」 빡빡머리 론이 투덜 거린다. 「잘 안되면 모두 죽을 뿐이겠지」 아다치가 되받아치자, 론은 크게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 소리하지말라고, 넌 말이지. 사기가 떨어지잖아!」 「네가 시시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나는 당연한 결말을 언급할 일도 없었어. 즉, 네가 나빠. 너의 탓이야」 「내가 말해 보자면, 엄청 말을 잘하는 네가 전부 나빠. 이든 저든 뭐든 네 탓인거다」 「논리도 뭐도 아무것도 없구나. 말이 되지 않아」 「말하면, 뭐든 논리를 들이밀면 되는 것도 아니니까?」 「이론적으로 사물을 생각할 수 없는 패자(敗者)의 억지이구나」 「뭐라ー 진짜 때려버린다」 「하고싶으면 그렇게 해. 다치면 치비씨에게 치료 받겠어. 너의 행위는 치비씨에게 쓸데없는 부담만 주고, 그걸로 끝이다」 「치비에게 폐를 끼칠 수 없겠지. 그런 말을 들어 버리면, 너를 엉망으로 만들 수는 없겠구만」 「그것도 네 판단이니까 존중하지. 좋을대로 하면 돼」 아다치는 다시 한번 오른손 중지로 안경의 위치를 조정했다. 시끄러운 건 론만이 아니다. 아다치의 한패 (身内)인 렌지나 치비처럼 특별하게 과묵한 자는 몰라도, 대부분의 의용병들은 비좁은 계단에 몸을 기대고, 경우에 따라서는 밀고 당기고 하며, 가벼운 말, 얼토당토않은  농담, 듣고 있기 힘든 음담패설 따위에 흥겨워하고 있다. 「치비」 렌지가 치비의 머리에 큰 손을 얹는다. 「괜찮아?」 「……네」 치비가 고개를 끄덕여 보여도, 렌지는 손을 떼려 하지 않는다. 원래 렌지는 붙임성이 있는 남자는 결코 아니었고, 죽은 삿사에 대해서도 비교적 냉담했다. 하지만, 치비에 대한 신뢰는 너무 두텁다. 치비에게는 일관되게 친절하다. 그렇더라도, 붉은대륙을 뒤로 하고 그림갈로 돌아온 뒤, 렌지는 한층 더 치비에게 상냥했다. 가끔 애완동물처럼 다루기도 한다. 구체적으로는 자주 치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쓰다듬기 쉽다는 건 알지만, 너무 쓰다듬는다. 솔직히, 눈에 거슬린다. 그게 대상이 치비가 아니라면, 너무 달달하게 대하지말라고 못을 박을 참이다. 어쨌든 치비만큼은, 기어오르는 일은 없다. 치비는 철저히 스토익(STOIC)이다. 자기 자신에게는 철저히 엄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요구는 극히 적다. 치비는 처음부터 렌지에 심취해 있었다. 당연히, 그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을 것이다. 치비 같은 사람은 보답을 받아야 하고, 누구보다 보답받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렌지가 저렇게 치비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꾸물꾸물 치밀어 오르는 것이 아다치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원인은 역시 질투인가? 휴우, 틀림없이 아다치는 치비를 샘내고 있다. 그 기분을 알아차린건 벌써 몇년 전의 일이다. 처음에는 아다치 자신,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아니야. 그럴리 없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라고 계속 부정할 수는 없어졌다. 딱 지적당한 것이다. 붉은 대륙. 푸른 바다 너머로 떠올라 있는 광활한 육지가, 왜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걸까? 흙이 붉다. 강물이 붉다. 잎이나 줄기가 붉은 식물이 우거져 있다 그런 사실은 일절 확인할 수 없었다. 인종은 그림갈 보다도 다양하다. 유미인(有尾人), 장완인(長腕人), 고이인(高耳人), 삼안인(三眼人), 다목인(多目人), 철두인(鉄頭人), 전모인(全毛人), 극기인(棘肌人), 우골인(羽骨人), 무영인(無影人), 구형인(球形人), 등등,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듯한 종족의 자(者)들이 일괄적으로 인간으로 간주되고 있다. 나라는 많다. 크고 작은, 무수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많은 나라가 있다. 수백년 전에, 붉은 왕, 이라 칭해진 위대한 제왕이 있어, 대륙전역의 패자 임을 주창했다한다. 붉은 대륙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아무래도 그 제왕인 모양이다. 보이는 것, 듣는 것, 손에 닿는 것, 모든게 새로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팀・렌지는 어울리지 않게 들떠 있었던 것이다. 어느날 밤, 황야의 한쪽 편에서 야영하고 있었다. 아다치는 언제나 그랬지만 잠들지 못하고, 천막을 나와 밤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삿사가 말을 걸어왔다. 자신도 잠을 잘 잘 수가 없다며 그녀는 웃었다. ‘붉은 대륙인데, 달이 붉지 않네. 그림갈에서 보는 달은 붉은데’ 삿사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그거 몇번이나 말하는 거야’ 라고 아다치는 트집을 잡았었다. 『저기 아다치』 『뭐? 그만 자는게 어때?』 『당신……』 『할말이 있으면 빨리 끝내주지 않을래?』 『좋아하지, 렌지』 『……동료니까』 『그런게 아니라. 좋아 하잖아. 알아. 나도 마찬가지이니 』 ‘내쪽이 훨씬 좋아 하지만’ 하고 덧붙이며 삿사는 웃었다. 어째서 그때, 인정하지 않았았을까? 『……착각도 심해』 아다치는 얼버무리려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런말, 두번다시는 하지마. 용서못해』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아다치는 부끄러웠다. 까닭 모를 수모를 당했다면, 다음에는 용서하지 않는다. 고 경고해도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미안, 아다치』 삿사는 사과했다. 그녀에게 사과하게 만들고 말았다. 『다시는, 말하지 않을께』

그 사건과, 그녀가 붉은 대륙에서 목숨을 잃은 일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녀는 도적이었다. 그 역할상, 특정 국면에서는 아무래도 단독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은 그녀도 납득하고 있었다. 계속 혼자라면 외롭지만, 가끔은 혼자가 되고 싶다, 고 그녀는 말했었다. 붉은 대륙에는 니하로이 라는 용의 종류가 있다. 그다지 크지 않지만, 환경에 맞게 몸색깔이 바뀌고, 머리가 좋다. 무리를 지어, 보물을 빼앗아 모아 쌓아두는 습성이 있다. 그녀는 그 둥짓굴을 정찰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올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돌아 오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고 아다치는 추측하고 있다. 아마도 그녀는 니하로이 에게 발견되어, 습격당하고, 상처를 입었다. 무리하게 동료들의 곁으로 돌아가면, 니하로이 떼를 함께 끌고 오게 된다. 그녀니까, 그런 일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돌아오는 것이 늦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둥짓굴에 돌입한 아다치들이 그녀를 발견하는데, 하루도 모자라, 꼬박 이틀이 걸렸다. 그녀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생전 모습은 전혀 찾아볼수 없는 처참한 상태였다. 『차라리 다행이야』 론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이러면 살아있을 때 그녀석 모습 밖에 떠오르지 않으니까』 내탓이 아니다. 아다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사실, 아다치와의 대화, 아다치의 말이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 가능성은 전무하거나, 한없이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그저, 그때 전했으면 좋았다. 정직하게 대답했다 한들, 무슨 해가 있었을까? 그녀가 고자질이라도 한다? 아니,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 단언할 수 있다. 그녀는 그럴 사람은 아니었다. 두번 다시는 하지마 라니. 용서못해 라니. 아다치는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과 따위 그녀가 하도록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아다치가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해도, 뭐가 달라졌을까? 어차피 그녀는 니하로이 둥짓굴에서 죽었다.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였든, 아다치들은 그녀를 잃었다. 그러니까, 이런 후회는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아다치는 깊이 뉘우치고 있다. 어째서인가? 가설은 있다. 아다치 자신 때문이다. 그녀에게 털어 놓았으면 좋았다. 그녀는 자신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다치가 부인해도 소용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말했다면 좋았었다. 맞아 라고. 그래. 어쩔수 없잖아.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아니야, 그럴리 없다고, 몇번이나 부정했어. 하지만, 안되네. 사라져 주지 않아. 이 기분만큼은 사라지지 않는 거야. 어, 맞아. 좋아해. 그가 좋고 좋아서 참을 수 없어. 나 이상한가? 이상하면 웃어. 괜찮아. 나도 웃고 싶어질 정도야. 그와, 렌지와 함께 있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소중한 동료이기 때문이 아니야. 분명히 그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녀는 웃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상하지 않다고 말해 주었을 것이다. ‘조금도 이상하지 않아’ 그녀는 그렇게 단언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와 나 두사람은 강하게 공감했을지도 모른다. 렌지는 너무 결박하다싶을 정도로 결벽한 남자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함께하는 동료가 아니다. 이것은 이것, 저것은 저것, 확실히 선을 긋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격이다. 아다치는 물론이지만, 그녀 또한 자신이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고 각오하고 있었다. 아다치가 자신을 속이지 않았다면, 그녀에게 터 놓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녀와는 서로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녀와는, 동료이상의 친구, 친한 친구 같은 관계가 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 아니. 아니다. 그렇지 않다. 아다치는 계속 가슴 속에 숨겨왔던 렌지에 대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녀라면 받아주었을 텐데, 용기가 없었다. 한심스럽다. 아다치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요컨대, 그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녀때문에 후회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를 애도하는 척할 자격조차, 아다치에게는 없는 것이다. 「그럼, 슬슬 가자구요. 준비는 되겠지요, 당신들?」 브리트니의 목소리가 2번탑 계단을 울렸다. 모습은 확인할 수 없다. 대열은 아래서부터 철권대, 브리트니, 진・모기스, 흉전사대, 황야천사대, 팀・렌지, 토키즈, 소속이 없는 세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다치가 서 있는 위치에서 보이는 것은 기껏해야 흉전사대 이후 뒷줄까지다. 「언제라도 좋아!」 「READY 만반이에요ー!」 「――ー잇!」 「지겹다, 빨리가!」 「큭……!」 「영ー차」 바로 뒤 토키즈가 기세 좋게 응하자, 론이 「쯔에아아아 」 하고 어처구니 없는 큰 소리를 지르고, 다른 클랜원들 역시 제각각의 방법으로 기세를 올렸다. 「우ー아! 아이아-안……! 낫코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때려눕히는거야, 흉전사들」 「으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제 아무도 죽지마! 나의 천사들! 알겠지!」 「예……!」 「사랑해, 카지코……!」 「타오르는구나, 황야천사대!」 론이 왠지 들썩거리고 있다. 왠지 랄까, 여성이 근처에 있으면 쓸데없이 힘이 넘치는 체질이다. 마치 인기 없는데도, 여성이 좋아 참을 수 없는 것 같다. 붉은 대륙의 전모인(全毛人)이나 극기인(棘肌人) 여성에게도 추파를 던지고, 마구 뿌려대고 있었다. 미움 받는다기보다는 가볍게 여겨진다. 빡빡머리 마초로 제법 무섭게 생겼는데도, 사람의 한계치를 넘어 헤픈 내면이 배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는 커녕, 예사로 새어나오고 있다. 렌지는 말이 없다. 조용히 기합을 넣어, 투지 넘치게 하는 것같지도 않다. 힘이 빠져 있다.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어딘가 식물같기까지 하다. 「렌지」 아다치가 말을 걸자, 렌지는 「어」 하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이쪽으로 눈으로 돌렸다. 「상황판단은 너에게 맡긴다」 「알겠어」 아다치는 가능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렌지가 자신을 의지하는 것만으로 심박수가 올라가고 마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 언제나 처럼, 해야할 일을 할 뿐이다. 삿사. 그녀도 그랬다. 아니면, 그녀는 뭔가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온 힘을 다해 렌지를 위하고, 팀・렌지를 위해서 몸이 가루가 되도록 일하다 보면, 언젠가 돌아봐 줄런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있으면 좋을텐데, 어떻게든 있었음 하는 바램을 맘 한구석에서 기원하고 있었던 걸까? 혹시 그랬다 해도, 그녀를 비웃을 수는 없다. 「누구도 죽게 하지 않겠어」 가끔이지만, 아다치도 어리석은 꿈을 꿀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한명이라도 빠지면, 내 생존이 위험해 지니까」 「휘청휘청거리니까, 넌!」 론에게 등을 얻어 맞고, 아다치는 기침을 할 뻔 했다. 「……너만은 여차하면 버림 말로 해주지」 「좋지. 그럴 필요가 있다고 네가 판단하면, 사양말고 말해. 내마음은 이미 정해졌으니까」 으으치비가 론에게 덤벼들다니 드문 일이다. 론은 「오, 오우…… 」 하고 주춤거리며, 순순히 빡빡머리를 숙였다. 「미안. 아니, 하지만, 그런 말이 아니었었다고는 잘라 말할 수 없고…… 」 윽」 「미, 미안. 내가 잘못했다고. 전원 여유롭게 돌파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우우치비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였다. 론의 빡빡머리가 갸웃뚱했다. 「어?왜그래?」 「네가 아무리 노력해봐야, 과연 여유롭게는 무리일거라고」 아다치가 치비 대신 설명해주니, 론의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하아아……앙……!?」 「나한테 열받아 봐야. 네가 그렇게까지는 실력이 있지 않다고 평가한 사람은 치비씨라고」 「치비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지만, 네가 말하는 건 참을 수 없다! 좀 사람 기분이란 걸 생각해 봐라, 이 안경자슥」 「안경자슥?」 토키즈 중 한명이 워해머로 벽을 쳤다. 저것은 타다라는 신관스럽지 않은 신관이다. 「나한테 무슨소리 했냐! 거기 빌어먹을 돼지자슥」 「너한테 한 소리가 아냐! 근데, 빌어먹을 돼지자슥이라!? 해볼텨, 어……?」 「해도 좋지. 어차피 이기는 건 이몸이겠지만」 「나다, 나! 내가 이기는 건 정해진거야!」 「기운 차 좋네요! 작전개시……!」 브리트니가 소리쳤다. 순간 론도 타다도 관두었다. 대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깥 상황은 이미 연락교에서 확인이 끝난 상태다. 요새 안뜰은, 이상한 까만 놈들과, 인간형태를 이루지 못한 채 기어다니는 검은 것들로 거의 꽉 차 있다. 의용병들은 저 까만 적성생물(敵性生物)을 밀어내고, 파괴된 정문을 목표로 한다. 리버사이드 철골요새를 벗어나면, 북동쪽으로 10KM 정도가면 적야전초기지터(寂野前哨基地跡)가 있다. 현재 상황에서, 의용병들이 달아날만한 장소는, 그 근처에 있는 원더홀 정도 밖에 없다. 안전하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지만, 원더홀 내부는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을 정도로 넓다. 랄까, 장대하다. 무려 북쪽끝까지 이어져 있다니, 말이 안된다. 적야전초기지터 근처 이외에도 지상과 접점이 있어, 원더홀 경유로 멀리 갈 수도 있다. 적어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또, 원더홀은 여러개의 이세계(異世界)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한 이세계의 거주자가 이쪽 세계로 들어와 있거나 하므로 성가시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세계로 피한다는 선택지도 생각할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원더홀 탐색에 나선 후 돌아오지 않은 의용병들이 있다. 그들과 어떻게든 합류할 수 있다면, 이는 매우 든든하다. 솔직히, 의용병들은, 상당히 낙관적으로 되지 않으면 절망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낙심한 자, 자포자기하고 있는 자도 게중에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전원, 어떻게든 보조를 맞춰, 최후가 될지도 모를 싸움에 도전하려고 한다. 아다치는 의용병이지만, 전반적으로 의용병을 도저히 좋아할 수 없다. 하지만, 호불호를 떠나, 이곳에 생존하고 있는 의용병들은 동료다. 총력을 모으지 않으면 한사람도 원더홀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의용병이나 브리트니 같은 전직 의용병은, 일단 동료로 생각한다. 「밖으로 나가자……!」 철권대의 “타이만” 맥스가 소리쳤다. (역자주-[타이만,タイマン] 対+MAN 으로 맨투맨, 맞짱의 의미) 아다치는 렌지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서, 그 남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진・모기스 천룡산맥의 남쪽, 아라비키아 왕국 본토에서 원군을 데리고 온 붉은머리 장군. 남정군에게 밀려 빼앗긴 오르타나를, 그 남자는 멋지게 탈취했다. 이 때, 쫓겨난 다무로의 고블린과 갑작스레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는 소식은 의용병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아다치도 다소 놀라기는 했지만, 그런 수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의용병 대부분은 다무로 구시가지에서 고블린을 학살한 경험이 있고, 아무래도 편견을 갖기 십상이다. 고블린은 야만적이고 하등한 종족이라, 이야기 따위는 통할 리 없다고 처음부터 그렇게 판단해두고 있었다. 그러나,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인간족이 고블린과 거래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40년 가까이 전, 왕국력 521년의 일이다. 불사의 왕이 이끄는 제왕연합군이 아라바키아 왕국 최남의 도심 다무로를 함락시켰다. 인간족에게 마지막 요지이자 생명선이던 다무로를 잃어버리면, 더 이상 발 디딜 장소가 없다. 아라바키아 왕국은 어쩔 수 없이 천룡산맥 너머로 완전히 철수했고, 다무로는 고블린의 것이 되었다. 아라바키이 인들은 분한 마음에 천룡산맥 이북을 변경이라 부르게 되었고, 그 이남을 본토라 정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왕국력 555년, 아라바키아 왕국은 그 변경으로 되돌아왔다. 당시, 불사의 왕이 사망하는 등, 변경의 정세는 혼돈스러워 보였지만, 그렇다해도 왕국의 파견부대가 구축한 교두부는 다무로에서 너무 가까웠다. 무려 4KM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코앞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요새야 말로 오르타나의 기원이다. 분명, 고블린은 아라바키아 왕국측으로부터 어떤 대가를 받은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멀뚱멀뚱 보는 와중에 오르타나가 건설되는 것을 눈감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다치 생각에, 본토인 진・모기스입장에서는, 고블린과의 화평은 그렇게 까지 엉뚱한 발상은 아니었다. 다만, 말하기는 쉽고 행하기는 어렵다. 저 남자에게는 결단력과 실행력이 있다. 장수로도 유능하고 야심가 이기도 할 것이다. 진・모기스는 아라바키아 왕국 원정군의 지휘관으로 변방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제는 왕국의 장군이 아니다. 그 남자는 원정군을 아라바키아 왕국에서 이탈 시켰다. 새로운 군의 깃발을 마련해, 독립적인 군으로 재편, 변경군이라고 명명하고, 스스로 그 총수 자리에 오른 것으로 아다치는 듣고 있다. 실상은 오르타나 시장(市長)겸 방위대 대장이라는 것이니, 왕이라 자칭하지 않았을런지는 몰라도, 작다고는 하나 일국일성(一國一城)의 주인이다. ――아니. 였었다. 저 남자는 성도 병사도 모든 것을 내 팽개 치고, 단 혼자서 도망쳐 왔다. 도중까지는 말을 타고 있었던 것 같지만, 리버사이드 철골요새에 도착했을 때에는 도보였다. 영락한 몸에 걸맞게 초연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주눅든 모습도 없이 의용병들에게 지시하고, 미움받고, 거북하게 여겨지면서도, 무시당하지 않고, 배척당하지 않는다. 왠지모르게 받아 들여지고 있다. 진・모기스는 동료가 절대 아니다. 아마, 저 남자는 자신의 목숨이외에는 뭐든지 버릴 수 있다. 마키아벨리스트 라기보다는 사이코패스다. (역자주 - [마키아밸리즘] 국가의 운영을 위해서는 어떠한 정당하지 않은 수단조차 허용될 수 있다는 사상) 무슨일을 꾸미고 있는걸까? 버림돌. 선장은 가라앉는 배에서 최후로 탈출한다고들 하지만, 저 남자는 자신의 도시(오르타나)로 부터 제일 먼저 도망쳐 나온 것이리라. 부하들을 못 본체 했다. 그렇기는 커녕, 적에게 던져 미끼로 삼는 일까지 생각했을런지 모른다. 바로 버림돌이다. 다음은 의용병들을 버림돌 삼으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거기까지는 모르지만, 경계해야한다. 저 남자는 절대로 무슨일을 저지른다. 그렇게 생각해 두는 편이 좋다. 이제 렌지와 론이 계단을 다 내려가 2번탑 밖으로 나가려 하고 있다. 「――즈옷……!」 론이 힘차게 뛰어 나간다. 렌지는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 조차 않는다. 이슈・드그란의 검을 가볍게 메고 나간다. 아다치와 치비도 안뜰에 발을 내디뎠다. 한밤중을 넘긴 바깥 공기의 차가움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의용병들은 이미 적과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듯 하다. 어둡다. 탑안에는 등불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원래 안뜰에는 군데군데 화톳불이 피워져 있었을 뿐이었다. 그것들은 까만 침입자에 의해 쓰러져 꺼져버렸는지,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다. 탑 위나 성벽위에서 흔들거리는 화톳불의 빛은 거의 안뜰까지 닿지 않는다. 「불을 밝혀……!」
누군가가 소리쳤다. 철권대의 맥스인가? 곧바로 너댓개의 발광봉이 교차해 날아갔다. 저 막대기는 한쪽 끝을 밀어넣고 붓뚜겅 모양의 캡을 떼어내면, 약 2분간 연소하며 빛을 낸다. 천룡산맥 지하에 사는 놈(GNOME)들이 제작한 도구로, 오르타나의 비밀스러운 도구를 취급하는 상인에게서 살수있다. 일회용 치고는 비싸지만, 이제는 큰돈을 쥐고도 살 수 없다. 귀중품이다. 발광봉 덕분에 시야가 좀 나아졌다. 철권대는 흉전사대와 한 덩어리가 되어 정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것인지. 맥스, 닷키가 그 선두에 있다. 두 사람 곁에는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춤 추는 듯이 검을 휘두르는 것은 브리트니다. 카지코들 황야천사대도 이들을 따르고 있다. 「우리는 왼쪽으로……!」
토키무네가 그렇게 소리치며 아다치를 앞질러 갔다. 토키즈는 선두집단의 좌측으로 붙어 서포트 할 테니, 팀・렌지는 반대편 우측으로 붙어 달라는 것이리라. 「렌지, 오른쪽으로……!」
아다치가 말을 거는 것 보다도 빠르게, 렌지와 론은 정면을 향해 오른쪽으로 진로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치비가 바짝 아다치에게 다가와 주고 있다. 아다치는 렌지와 론을 뒤쫓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려 했다. 하지만, 렌지와 론은 적에게 앞길이 막혀 좀처럼 생각대로 전진을 못하고 있다. 「으아 빌어먹을……! 짜증나, 이놈들 진짜……!」
론은 정육칼(精肉刀)을 대여섯배 확대한 듯한 특별 주문한 대검을 사용하고 있다. 대체로 왠만한 건 저것으로 간단히 베어 버리는데, 이 적성생물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도 벨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횡으로 휘둘러, 냅다 날려 버리고 있다. 치워도 치워도 까만 적성생물은 차례차례 육박해 온다. 아무리 대검을 휘두른다고 해도, 까만 적성생물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저건 피곤하고, 짜증이 쌓인다. 엄청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래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계속 하지 않으면 한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 다만, 렌지가 아무래도 꽉 막힌 모양새다. 렌지는 이슈・드그란이라는 오크가 지녔던 외날대검을 애용하고 있다. 론의 무기보다 몇배, 베는 맛이 날카로운 큰 무기이다. 그 훌륭한 베는 맛이 전혀 의미없다. 까만 적성생물이 상대라면, 저만한 명검이라고 해도 쇠막대기와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오로지 힘과 기세로 압도하려는 론과 달리, 렌지는 오히려 기교가 뛰어나다. 위력을 수치화 하면, 렌지보다 론쪽이 더 높다. 론은 렌지보다 키는 크지 않지만, 근육이 붙은 방식이 이상하다. 하지만, 힘겨루기를 하면 렌지가 이긴다. 론은 100이면 100을 낸다. 렌지는 90을 기술로 110, 혹은 그이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런 렌지도 까만 적성생물에게는 론과 같은 식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다. 아니, 그것만이 아닌건가? 아다치가 보기에, 까만 적성생물은 론보다도 렌지를 향해 쇄도하고 있다. 단순히, 렌지가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적의 수, 적의 양이 많다. 론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똥을 털어내고 있다기보다, 렌지에게 덤벼들려 다가오는 까만 적성생물 처리하는 듯 하다. 론은 렌지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노려지고 있는건가!? 렌지가――」 아다치는 오른손 중지로 안경을 밀어 올렸다. 팀・렌지는 2번탑에서 5,6미터 떨어진 곳에서 꼼짝 못하고 있고, 철권대, 흉전사대, 황야 천사대, 토키즈와 멀어지고 있다. 주위는 적투성이다. 전후좌우에서 까만 적성생물이 공격해온다. 그에 비해, 아다치는 그다지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치비가 지켜주고 있어서 그런가? 확실히 치비는 전투용 지팡이로 까만 적성생물을 쳐내고 있다. 하지만, 밀려드는 적을 상대하고 있는걸까? 그게 아니라, 자신의 옆으로 빠져나가려는 까만 적성생물을 때리거나 물리치거나 하는게 아닐까? 치비는 자신과 아다치를 지키고 있다기 보다, 렌지를 향해 가는 까만 적성생물을 물리치고 있다.  즉, 치비 또한 렌지를 도와주고 있다. 「어째서――」 아다치는 생각했다. 지금은 곰곰히 생각하는 일 밖에 할 수 없다. 까만 적성생물은 벨  수 없을 뿐 아니라, 마법으로 훼손시킬 수도 없는 듯 하다. 마법의 여파. 예를 들어 폭풍으로 날려버리거나 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일을 하면 아군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 마법사는 쓸모가 없다. 적어도 생각해. 머리다. 머리밖에 를 쓸 게 없다. 까만 적성생물은 어째서 렌지를 노리는 걸까? 도대체 무엇때문에? 어떠한 단서도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도, 포기하지마. 계속 생각해. 해답 같은건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찾을 때까지 생각하는 거야. 다각도로 생각해. 렌지를 노리고 있다. 노리는 건 렌지뿐일까? 적. 까만 적성생물. 애초에, 저것은 뭘까? 리버사이드 철골요새에 저것이 쳐들어 온 것은, 진・모기스가 도망쳐온 이후부터다. 진・모기스가 의용병단에 말한 것에 의하면, 날이 채 밝기 전에 수수께끼의 적이 오르타나 주변에 출현. 변경군이 방어에 나섰고, 시노하라 이하 오리온은 남문을 통해 오르타나를 나선 이후 소식이 끊겼다. 이윽고 오르타나는 적에게 포위 당했다. 점차 적이 오르타나안으로 침입해 왔다. 부득이 변경군은 오르타나에서 대피하려 했으나, 탈락자 다수. 살아서 리버사이드 철골요새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진・모기스뿐이었다. 그 직후, 리버사이드 철골요새로 적이 들이 닥쳤다. 듣기로는, 진・모기스는 적에게 쫓기고 있었다. 당시, 정문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던 황야천사대가, 진・모기스를 요새안으로 들이자마자 문을 닫아, 그 적을 막았다. 아다치는 그렇게 들었다. 그래서, 많은 의용병들이 진・모기스가 저 적을 데리고 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 진・모기스도 적에게 노려지고 있었다, 는 것은 아닐까? 지금, 진・모기스는!? 있었다. 선두그룹 안쪽이다. 앞으로 나와 있지 않다. 그 남자는 선두그룹 한 복판에 있다. 적은 선두그룹으로 쇄도하고 있다. 노려지고 있는 것은 선두그룹이 아니라, 선두그룹 안쪽에 있는 진・모기스가 아닐까? 그 결과, 선두그룹에 적이 몰려있다. 즉, 진・모기스는 선두그룹으로 자신을 지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왜 적은 진・모기스와 렌지를? 「――렌지……! 어떡할래……!?」 론이 대검으로 까만 적성생물을 날려버리며 소리친다. 검귀요개(剣鬼妖鎧).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비장의 수도 렌지에게는 있다. 렌지는 대답하지 않는다. 잠자코 이슈・드그란의 검을 계속 휘두르고 있다. 분명히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마 렌지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렌지들이 늦어지고 있네요……!」 브리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멀다. 선두그룹과 팀・렌지와는 10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20미터 가까이 될지도 모른다. 선두그룹은 탑과 탑 사이를 헤쳐 나가려 하고 있다. 조금 있으면 정문이다. 진・모기스. 아다치는 그 남자가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럴 때가 아닐런지 모르지만, 차마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비 논리적인 사고일까?’ 그렇다고 한다면, 아다치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 저런 남자 따위에게 맘을 쓰고 있을 수 없다. ‘팀 렌지에게만 집중해. 저 남자의 일은 일단 잊어야 해’ 「노스트람・상귀노・사크리피치……!」
(역자주 - [노스트람nostram・상귀노sanguinō・사크리피치sacrificiī], 우리의・피흘림・희생)
진・모기스가 움직인 것은 그때였다. 저것은 무슨 언어일까? 귀에 익지 않은 문구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라틴어 같다. 라고 아다치는 생각했다. 라틴어 라는건?
알 수 없다. ‘저건 주문인건가? 무슨 키워드 인가?’ 어쨌든, 그것을 계기로 어떠한 일이 일어났다. 선두그룹의 철권대, 흉전사대, 황야천사대, 토키즈, 그리고 브리트니등이 거의 동시에 쓰러졌다. 아니,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느낌이다. 선두그룹 전원이 한꺼번에 푹 쓰러진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쓰러진 사람보다 엉덩방아를 찧은 사람이나, 주저앉은 사람, 어떻게든 서있지만 비틀거리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무엇인가 타격을 받은 것일까? 마법같은 것일까?’ 그렇다면 한두마디 비명소리라도 터져나올 법 한데, 그런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다치의 귀에 들려온 것은, 기껏해야 「앗……」 내지 「윽……」 같은 작은 목소리 정도다. ‘갑자기, 현기증이라도 난건가? 혹은 허리가 삐끗했다든가, 왠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등, 무슨일이 있었나?’ 어쨌든, 그들에게, 그녀들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예외는, 저 남자 뿐이었다. 오직 단 한명, 붉은머리에 검은 외투를 걸친 진・모기스만이 두발로 우뚝 서 있다. 쓰러져 있거나, 주저앉아 있거나, 어떻게든 엉거주춤한 자세로 버티고 있는 선두그룹의 의용병들을, 희미하게, 꾸역꾸역 엷은 안개 같은, 아지랑이 같은 것이 감싸고 있다. 저건 뭐지? 어째서 진・모기스만은 태연한 걸까?
결론은 나와 있다. 진・모기스가 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것은 모르겠지만, 저 남자가 노스트람・상귀노・사크리피치라고 위치며, 뭔가를 했다. 안개인지 아지랑이 같은 것이 진・모기스에게 빨려 들어간다. 눈깜짝할 사이였다. 안개인지 아지랑이 같은 것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전부, 진・모기스안으로 들어갔다. 는 것이란 말인가?
저 남자가 가져가 버렸다?
그것은, 즉?
무슨 소리?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거지?
아다치는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 조차 어렵다. 여하튼, 진・모기스가 뭔가를 했다. 그로 인해, 선두그룹이 도저히 전투를 할 수 없는 상태에 내몰렸다. 선두그룹에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인지, 팀・렌지는 아다치를 포함해 무사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사이에도 까만 적성생물은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적이 공격을 늦추지는 않았다. 철권대의 “타이만” 맥스나 에이든, 흉전사대의 “적귀” 닷키는 선두에 있었다. 맥스와 닷키는 클랜의 리더지만, 정면 방향에서 쳐들어오는 까만 적성생물을 척척 물리치고 돌진하는 역할을 자청하고 있었다. 이들은 항상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사나이답게 싸워 힘을 증명하고, 동료들을 지켜서 존경과 신뢰를 얻어냄으로써, 거친 무투파 클랜을 만들어 온 것이다. 그들 같은 남자들이 손쉽게 적에게 당할 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물론, 싸움이라는 것은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는 것이다. 맥스나 닷키가 아무리 뛰어난 전사라도, 무운(武運)이 좋지 않아 패할 수는 있다. 비록 패배해 죽음에 이르더라도, 그죽음은 용맹과감한 격투 끝에 화려하게 흩어지는 영웅적인 죽음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맥스는 웅크리고, 닷키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까만 적성 생물은 순식간에 이들을 엎으지게 만들었다. 그저 까만 것이 그들을 삼켰다. 그들은 저항할 수 없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순식간에 그들은 보이지 않게 되어 버렸다. 에이든이나, 선두그룹 바깥측에 있었던 다른 철권대, 흉전사대 의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후미의 황야천사대도 몇명 당했다. 토키즈는 선두그룹에 흡수되어 있지 않았고, 그 왼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도 모른다. 몇몇 사람들이 까만 파도에 항거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아다치가 보기에 맥스와 닷키, 에이든은 확실히 적에게 먹히고 말았다. 이건, 좋지 않다. 더이상 힘들지도 모른다. 아다치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적이, 까만 파도가, 여기저기에 구축되기 시작했다. 「――무슨일이야……!」
렌지가 이슈・드그란의 검으로 까만 적성생물을 물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태를 파악해 보고한다. 아다치는 그걸 해야만 하는데, 잘 모르겠다. 까만 적성생물들은 맥스와 닷키등을 집어삼키며, 선두그룹을 잠식하려 한다.
브리트니들이 까만 적성생물에게 덮쳐지고 있다. 그 까만 적성 생물이 튕겨지는 것을 아다치는 보았다. 저것은?
브리트니 자력으로 쫓아내고, 걷어찼나?
아마, 그렇지 않다.
「크윽……!」
브리트니는 일어서려하지만, 다시 엉덩방아를 찧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다. 다른 의용병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진・모기스가 뭔 짓을 했고, 그 결과, 탈진상태에 빠져 있다. 무기를 휘두르려는 의용병도 있긴 하지만, 그들은 마치 갑자기 노인이 되어버린 것 처럼 구부정하다. 저래선 만족스럽게 응전할 수 없다. 그런데도, 까만 적성생물들의 기세가 뚜렷하게 약화되고 있다. 그리고, 없다.
그 남자가.
주요인물 진・모기스가, 어디에도 없다. 「뭣――……」
아다치는 눈을 크게 뜨고 여기저기로 시선을 돌렸다.
뭔가 이동하고 있다. 빠르다. 터무니 없는 속도다. 작지는 않다. 꽤 크다. 선두그룹이 있는 부근에 뭔가가 난무하고 있는 건지. 풍절음이나 물체와 물체가 충돌하는 듯한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이 너무 빠른 탓이다. 그것들, 이라고 해야할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 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그것, 혹은 그것들이, 까만 적성생물을 걷어 차고 있는 것 같다. 정문으로 가는 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길은 아까까지 까만 적성생물로 가득차 있었는데, 열리려 하고 있다. 까만 적성생물의 흐름도 달라졌다. 렌지가 노려지고 있는 듯한 모양새에서, 팀・렌지에 관해 말하자면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달라진 건 아니지만, 압력이 좀 약해진 것 같다. 까만 적성생물들은,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고속으로 뛰어다니는 무언가에 의해 구축(驅逐)되면서도, 선두그룹이라기보다는 정문 방향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건――」
시각적인 능력의 한계로, 직접적인 증거를 대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아다치의 두뇌는 답에 도달해 있었다. 「저것은, 진・모기스……!」
진・모기스는 노스트람・상귀노・사크리피치를 영창하며 뭔가를 했다. 그래서 선두그룹의 의용병들이 갑자기 탈진했다. 몇몇은 적의 먹잇감이 되었다. 단, 그 행위는 의용병들을 위기로 몰아 넣기만 한 건 아니다. 그게 목적은 아마 아니었을 것이다. 의용병들을 위기에 빠뜨리는 것과 대신해, 진・모기스는 힘을 보탰다. 인간과는 거리가 멀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움직이며, 까만 적성생물들을 후려쳐 쫓아 버릴 수 있는 듯한, 특별한 힘을…
여전히 믿기 어렵지만, 이부분에서는 경악 같은 감정적인 반응을 도외시해, 고정관념의 틀을 벗고,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있을 수 없다, 그런게 가능할까? 가능할 리가 없다. 불가능하다’ 는 단계에서 사고를 정지시켜서는 안된다. 게다가,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일을 실현할 방법이랄까, 그것을 위한 장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다치는 알고 있었다. 「유물(遺物,RELIC)……!」 그 순간, 연결되었다. 유물이다. 진・모기스는 유물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사용한 것이다. 유물이라고 해도 크기가 다양하며 천차만별이라고 하는데, 그중에는 엄청나게 큰 것도 있다. 유물에 따라서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진・모기스는 까만 적성생물에게 노려지고 있었다. 렌지도 마찬가지다. 유물. 렌지도 유물을 가지고 있다. 붉은대륙에서 손에 넣은 검귀요개(剣鬼妖鎧)를 입고 있다. 유물이 열쇠였던 것이다.
「렌지, 검귀요개를 벗어……!」
아다치는 엉뚱한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검귀요개는 렌지 몸통과 양팔, 양다리까지 덮고 있다. 다만, 곳곳에 걸쇠가 달려 있는 듯한 통상의 갑옷은 아니다.
원래 검귀요개를 착용한 사람은 신장2미터가 넘는 이형의 검사로, 검귀(아라고)라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렌지와는 체격이 너무 다르다. 그런데도, 검귀를 토벌한 렌지가 그 시체에 접근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검귀가 몸에 입고 있었던 갑옷이 저절로 벗겨져, 렌지에게로 기어 접근했던 것이다. 아다치들은 황급히 검귀의 갑옷에서 즉각 떨어지라고 말했지만, 렌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귀의 갑옷은 생물처럼 렌지의 갑옷을 벗겼다. 렌지가 검귀요개를 착용한 것은 아니다. 검위요개가 렌지의 몸에 달라 붙었다. 마치 갑옷이 의사를 가지고 다음 주인을 선택한 것 같았다. 렌지가 명령하면, 검귀요개는 벗겨진다. 그렇다해도, 전투 중이다. 한참 싸움 중에 갑옷을 벗는 바보가 어디에 있겠는가……
「론……!」
렌지는, 하지만, 이슈・드그란의 검으로 힘차게 까만 적성생물을 물리치자마자 뛰어 뒤로 빠졌다. 「엄호해!」
「오, 맡겨……!」
론이 렌지 앞으로 뛰어 나왔다. 가끔 론은, 리미트를 해제한다. 는 말을 한다. 본인 왈, 그 빡빡머리 속에 리미트를 거는 스위치 같은 것이 있어서, 온 오프 전환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그 스위치는 온이지만, 오프하면 나는 바삭바삭 해 진다’ 고, 론 님께서 말씀하신다. 라아아……!」
론이 대검을 나무젓가락처럼 휘두른다. 물론, 저, 확대정육대검(拡大精肉大剣)은 나무젓가락 따위가 아니고, 물체를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면 관성이라는 것이 작용해, 제동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힘이 필요하다. 요컨대, 저렇게 무거운 대검을 휘두르면 보통은 휘둘려 버린다. 휘둘리기 전에 멈추려면, 상당히 버티지 않으면 안된다. 그럴텐데, 리미터를 해제한 론은 순간적인 힘인지 뭔지, 아무튼 심상치 않은 힘으로 대검을 딱 멈추고, 팍 치켜 올리고, 휙 휘둘러 내리고, 뚝 멈춰 세우고, 팍 치켜 올린다. 무서운 속도로 그것을 반복한다. 저것을 할 때, 론은 눈을 감고 있다. 상대를, 표적을 보지 않는다. 바로 닥치는 대로 마구잡이다. 상대에게 맞으면 다행이다. 그저 오로지 대검을 휘두른다. 계속 휘두른다.
그렇다는 것은, 상대는 론의 대검이 닿는 범위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다가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맞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없다. 상대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론이 모처럼 리미터를 해제 해도 별반 의미는 없다. 기습에는 뭐 쓸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위협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까만 적성생물에게는 이것이 보기좋게 먹혔다.
저 적은 인간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다. 인간에 가까운 생물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적도 있다. 시커먼 민달팽이같은, 혹은 뱀 같은 놈도 있다. 어떤 생물인지. 전혀 불분명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위협을 느껴 피하려는 습성은 없는 것 같다. 적은 렌지 앞으로 나온 론쪽으로 똑바로 파고 든다. 렌지에게 덤벼드는 것 밖에 생각하지 않는 지, 아니면, 생각조차 하지 않는 지, 어쨌든, 리미터를 해제한 론에게는 절호의 사냥감이다. 까만 적성생물들은 모두 론의 확대정육대검에 되튕겨졌다. 론의 바삭바삭 상태는 그렇게 오래 유지되지 않지만, 충분했다.
「검귀요개……!」
렌지가 갑옷의 가슴부위를 두드리며 명령했다. 거의 순간이었다. 렌지가 검귀요개를 벗어 던진 것은 아니다. 검귀요개라는 갑옷마물이 섬뜩하게 입을 벌리고, 그 몸속에서 렌지를 토해내는 것 처럼 보였다. 렌지는 이미 갑옷을 입고있지 않다. 검귀요개는 그 뒷쪽에서 무릎을 꿇은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마치 목없는기사(듀라한) 다.

「――오오……!」 론이 옆으로 뛰어 굴렀다. 체력, 호흡이 한계에 다다랐을 것이다. 「정문으로……!」 소리치면서 아다치는 뛰었다. 렌지가 휙 점프해 다가가, 론을 끌어 일으킨다. 치비는 론에게 뭔가 마법을 건 것 같다. 예상대로다. 까만 적성생물들은 팀・렌지의 앞 길을 가로 막지 않는다. 아다치는 순간 뒤돌아 섰다. 검귀요개다. 적은 검귀요개로 몰려든다. 역시 유물이었다. 적이 무엇인지 여전히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적이 노리는 것은 유물이다. 「저녀석들은……!?」 론이 소리쳤다. 쓰러져 있거나, 웅크리고 앉아 있는 선두그룹 의용병들을 지칭하는 것이리라. 렌지는 간신히 서 있는 키 큰 여성 의용병에게 달려갔다. 「카지코, 움직일 수 있나……!?」 「……렌지, 쓸데없는 참견이야!」 황야천사대 리더는 주변이 여성 의용병들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브리트니가 허공을 올려다 보고 있다. 「어찌된거야, 도대체……」 「어찌되었든 지금은! 각자 정문을 향해……!」 렌지가 호통치자, 브리트니가, 다른 의용병들도, 동료들을 부축해 일으키고, 전우들을 서로 격려해, 어떻게든 태세를 다시 갖추려 하고 있다. 분명 아직 동작이 둔하다. 그들은, 그녀들은, 정예 의용병들이다. 모두, 정말 지독한 싸움을 헤쳐 왔다. 아다치 같은 마법사조차, 근접전투은 그야말로 거의 할 수 없지만, 하루 밤낮, 온종일 걸을 수 있는 정도의 체력은 있다. 있었을 터다. 없어졌다. 어쩌면, 빼앗긴건가? 진・모기스 여전히 초고속으로 계속 뛰어다니며, 까만 적성생물을 구축하고 있는 듯하다. 아다치의 동체 시력으로는 저 남자 자체를 포착할 수 없다. 하지만, 검귀요개에 몰려 있는 집단과는 다른 별개의 까만 적성생물들이, 이리로 가려하거나 저리로 가려하거나,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기 보다,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듯 보인다. 여기저기 폭발과 같은 충격이 발생하고, 그때마다 까만 적성생물들이 날아가고 있다. 「적은 우리를 노리지 않아……!」 아다치가 소리를 질렀다. 묘하게 새된 소리가 나와버렸지만, 신경안쓴다.  「가! 정문으로! 전진해……!」 렌지도, 론도, 치비도, 토키즈중 몇명도, 자력으로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는 의용병 전원, 동료를 도와주고 있다. 아다치도 그랬다. 의용병들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걷게 하고, 등을 밀며 달리게 했다.  아다치는 무엇보다 팀・렌지가 중요했다. 자기 자신보다 렌지와 론, 치비가 소중해서, 더이상 누구 한명이라도 잃을 수는 없다. 솔직하게 팀・렌지 밖에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다. 그렇다해도, 지금 이자리에 있는 다른 의용병들을 못본체 할 수는 없다. 그건 잘못되었다.  인간으로서 라든지, 동료의식에서 라든지, 그런 이유는 아니다. 아다치는 감정적이지 않다. 렌지는 아무런 의문도 없이 검귀요개를 벗어 주었다. 그것은 기뻤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좀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감정이다. 이것은 아니다. 아다치는 팀・렌지 이외의 의용병들을 전력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 말할 것도 없지만, 전력은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 정문에 도달하는 의용병수가 늘어나면 늘어난만큼, 앞날이 밝아진다는 것이다. 보유전력을 가능한 만큼 확보하고 싶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것을 위해서 하고 있다. 생존자들은 비로소 정문으로 진입하려했다. 아다치는 그 집단의 선두는 아니지만, 선두 근처에는 있었다. 정문 벽 높은 곳에 횃불이 몇개 설치되어 있어서, 그 덕분에, 아다치는 정문 부근의 상황이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요새쪽으로 강제로 밀어 열려진 정문에는, 여전히 까만 적성생물이 득실대고 있다. 뭐랄까, 지금 현재도 그곳에서 시시각각 밀려들어오고 있다.  저걸 돌파 하는 건가? 과연, 가능할까? 할 수 있다, 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아다치 뿐만이 아니라, 모두,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다. 그래도, 생존자들은 정문을 향해 돌진해 간다. 무모한건 아닐까? 자살행위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아다치는 자문자답했지만, 생존자들은 멈추지 않는다. 그 한가운데 있는 아다치도 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깜빡 잊고 있을 리 없다. 진・모기스. 그놈은 뭘 하고 있는 거지. 따지고 보면 그 남자 때문 아닌가? 그 남자에 대한 울분은 이몸이 부서질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기대는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 남자가 뭔가를 해서 형세가 좋은 방향으로 기운다 그런 일은 일단 없을 것 같다.  더더욱, 의표를 찔렀다. 뭔가 그림자 같은 것이 터무니없는 속도로 생존자들을 앞 질러, 정문으로 돌격했다. 그것은, 바깥에서 정문으로 흘러 들어와 완전히 막고 있었던 검은 적성생물들을 단숨에 튕겨, 밀어 내버렸다.  생존자들은 기정노선대로 행동을 취하고 있는 듯 정문으로 뛰어든다. 개개인은 놀랐을 것이고, 아다치도 「엣」 하는 소리를 내버렸지만, 그대로 달려 밖으로 빠져 나갔다. 그곳에는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바람은 약간 강하다. 흐린날씨다. 새벽은 아직 멀고, 붉은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다. 그림갈은 너무나 짙은 어둠에 갇혀있다. 리버사이드 철골요새 방벽 위의 등불 따위로는, 이 어둠에 맞설수 없다. 아다치는 허리에 차고있던 짧은 지팡이를 빼들고, 그끝으로 엘리멘탈 문자를 그렸다. 「델름・헤르・엔・토렘・리그・아르브」 어둠을 향해 한줄기 화염이 뻗어 나가, 우뚝선다. 요새를 나온 생존자들 앞에 버티고 있는 것은 단지 밤의 어둠만이 아닐 것이다. 까만 적성생물들이 어둠속에 섞여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다치는 적을 불태우고, 공격하기 위해 화염벽(FIREWALL) 마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유감이지만, 적을 화염마법(아르브매직) 으로 불태워 버리는 것은 가능한 것 같지 않다. 아다치는 화염으로 비춤으로써, 그 존재를 얼마간 밝히려 했던 것이다. 아다치이외의 마법사 두,세명도 화염벽을 발동시켰다. 정문앞으로 방사형으로 네개의 화염벽이 나타났다. 생존자들은 숨을 삼킨다. 화염이 비춘 것은 까만 적성생물뿐이었다. 지표면 전체가 검은 것으로 덮여있다. ‘아니, 그럴리 없다’고 아다치의 이성(理性)은 주장하고 있다. 잘 관찰하는 것이 좋다. 현재 생존자들은 지면을 밟고 서 있지 않은가? 몇몇 생존자들은 다리에 얽힌 검은 것을 「――앗!」하고 걷어차거나 「이놈!」하고 무기로 때려 떨어뜨리고 있다. 생존자들이 가만히 있다가는, 까만 적성생물들, 검은 것에 휩쓸려버릴지 모르지만, 적어도 아직은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 군데군데 풀이, 흙이, 돌멩이가 노출되어 있다. 위기적인 상황이기는 해도, 발 디딜 장소가 전혀 없는 듯한 상태는 아니다. 「진・모기스……」 아다치는 중얼거렸다. 목이 극단적으로 좁아져, 신음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정면 방향으로 펼쳐진 두개의 화염벽 사이에, 생존자들에게 등을 향한채 붉은머리의 남자가 서 있다. 남자든 칼 집에서 뽑은 검을 손에 들고 있다. 「음음ー」 진・모기스가 낮게 신음했다. 그 직후였다. 사라졌다. 진・모기스가… 사라진 것은 그남자뿐만이 아니다. 네개의 화염벽 중 두개가 사라졌다. 아다치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진・모기스가 있던 장소에서 뭔가 회오리 바람 같은 것이 순간적으로 발생하였다. 그로인해서, 화염벽과 그 부근의 까만 적성생물들이 날아간 모양이다.


「터무니없는 움직임이다……! 저녀석은 인간이냐……!?」 론이 소리쳤다. 「우핫……!」 어둠 저편에서 누군가 웃었다. 인간의 웃음 소리인가? 아마 진・모기스이겠지만, 너무나 이상했다. 입뿐만 아니라, 눈도 코도 귀도 온몸이 참지 못하고 웃는다면, 저런 소리가 날지도 모르겠다. 「멋지구나……! 이건 인간성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아쉽군, 앞으로 한 번밖에 쓸 수 없다는 건……!」 어둠속에서 청백색(靑白色)으로 빛나는 것이 있다. 아다치는 눈에 힘을 주고 응시했다. 그 빛은 크지 않다. 작다.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지만, 아마 진・모기스다. 진・모기스 일부가 발광하는 걸까? 혹은, 저 남자가 몸에 지니고 있는 물건일까? 예를 들면, 보옥같은 것이라던지. 목걸이, 아니면 반지에 끼워져 있는 돌같은 것이라던지. 돌. 보옥. 발광하는 돌. 「――유물일까……!?」 진・모기스가 저 유물을 사용했다. 그래서 수십명의 의용병들이 힘을 빼앗겼다. 분명 그만큼 진・모기스는 강화됐을 것이다. 앞으로 한 번밖에 쓸 수 없다는 건……!』 무슨 의미이지? 무한하지 않다, 는 것인가? 저 유물은 사용횟수 제한이 있다. 아마 효과가 영속되는 것도 아니다. 제한적이다. 효과 범위도 한정됨에 틀림없다. 그래서 팀・렌지는 힘을 빼앗기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한번 남았다. 진・모기스는 다시 한번, 같은 짓을 할 수 있다. 저 남자가 또 유물을 사용한다면, 생존자들은 일제히 힘을 빼앗길 것이다. 아다치는 겪어보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역전의 의용병이 쓰러지거나 웅크리고 있었다. 모두가 그렇게 된다. 그것을 댓가로, 시간 제한이 있다 하더라도, 진・모기스는 초인적인 신체능력을 획득한다. 첫번째 사용해 저 남자는 리버사이드 철골요새에서 나왔다. 두번째는 어떻게 될까? 아다치의 추측으로는, 생존자들을 버리고 달아날 것이다. 유물의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되도록 멀리 도망가려는 것은 아닐까? 애초에 진・모기스는, 의용병들을 자신의 편이라던지 동료라던지, 그런식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버림돌 조차 아니었다. 여차하면, 저 남자는 의용병들을 산제물로 삼을 생각이었다. 유물에 횟수제한이 있다면, 되도록 아끼고 싶었겠지만, 다른 수가 없다면 쓸 수 밖에 없다. 그 때 바칠 제물을 저 남자는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것이 리버사이드 철골요새의 의용병들이었던 것이다.
(역자주 - [버림돌과 산제물] 바둑에서 보다 큰 이득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버리는 버림돌은, 그래도 내돌, 즉  우리편이고, 산제물로 보는 것은 우리편이라는 개념조차 없다는 아다치의 시선) 「렌지……!」 죽이지 않으면. 저 남자를 지금 바로 죽여야 한다. 유물을 사용하기 전에 숨통을 끊지 않으면, 생존자들은 이번에야말로 전멸한다. 저 남자를 죽였다해도,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되지? 그건 괜찮다. 아니, 괜찮은 건 아니지만, 렌지, 딱히 렌지가 아니라도 좋다.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우선 진・모기스를 죽이지 않으면 안된다. 아다치가 전부 말하지 않아도 렌지는 헤아려 주었다. 렌지뿐만이 아니다. 론이나 다른 의용병 몇명이 어둠 저편에서 큰웃음을 짓고 있는 진・모기스에게 달려들려 했다. 「――오오……!?」 빛이 발생한다. 별개의 빛이다. 진・모기스가 가진 물건에서 발생하고 있다 생각되는 청백색의 빛과는 다른, 좀 더 하얀 빛이었다. 그 빛은 점점 더 밝아졌다. 진・모기스가 보였다. 그의 가슴 한 복판에 그 빛은 있었다. 칼날인건가? 검같은 것일까? 빛의 검 같은 것이 진・모기스를 등으로부터 관통해 있다. . 쿨럭……」 진・모기스의 입에서 피가 울컥 쏟아진다. 붉은머리 남자는 떨리는 왼손을 들려 하고 있다. 그 검지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다. 반지의 돌이 청백색의 빛을 머금고 있다. 청백색의 빛 속에, 꽃잎같은 무늬가 떠 있다. 「노스트,람……」 진・모기스는 그말을 영창하려 했을 것이다. 아마도 유물의 효력을 발생시키기 위한 키워드를. 할 수 없었다. 빛의 검이 진・모기스에게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진・모기스의 두 다리가 지면에서 떨어졌다. 그를 관통한 빛의 검이 높게 들린 것이다. 그 결과, 그는 교수형을 당한 듯한 모습이 되었다. 빛의 검은 혼자 그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빛의 검이 저절로 움직여  진・모기스를 꿰뚫고, 높이 매단 것은 아님이 명확해 졌다. 검을 든 자 가 있다. 진・모기스 뒤에 있는 뭔가, 누군가, 빛의 검으로 그것을 해낸 것이다. 어둠에 섞여 뚜렷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 누군가는 빛의 검을, 그리고 역시 둔탁한 빛을 내는 방패를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는 듯 하다. 거구로는 보이지 않는다. 특별히 크지도 작지도 않다. 마치 어둠을 두르고 있는 듯한, 한명의 검사가 그곳에 있다. 「상……귀……」 진・모기스는 쿨럭쿨럭 피를 토하며 키워드를 계속 입에 담았다. 암야전(闇夜纏)이 빛의 검으로 진・모기스를 꿰뚫은 채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그것은 암야전이 일부인지, 아니면, 별개의 것이 암야전을 들어올리고 있는 건지… 암야전이, 어둠속에서, 검은 것을 타고 있는 듯 하다. 어둠의 말을 타고, 어둠의 기사처럼. 암야전이 빛의 검을 비스듬하게 뒷쪽으로 휘둘러, 진・모기스를 내던졌다. 그 남자의 육체가 땅에 내동댕이쳐지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를 받아들인 것은 지면이 아니라, 검은 것들이었다. , 즈악……――」 진・모기스의 단말마 비명은 곧 끊겼다. 암야전이 소리없이 다가온다. 그리고, 진・모기스를 삼킨 검은 것들도. 오는거냐? 생존자들은 유물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도 눈감아 주지는 않는건가? 「7번――」 아다치는 입밖으로 말을 꺼내고야 알아챘다. 그 안은 줄곧 머리 한쪽 구석에 달라붙어 있었다. 암야전의 군세를 물리치고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명이라도 생존하는 일은 있을 수 없을것이다. 7번탑.

리버사이드 철골요새에 14개 탑 중 하나, 7번탑의 지하에는 요새밖으로 통하는 탈출로가 있다. 브리트니와 황야천사대가 7번탑을 방어하고 있었으나, 지키지 못하고 철수했다.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모른다. 가망이 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지만, 이대로 전진하면 확정적으로 괴멸당한다. 물론, 머물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요새안으로 퇴각해 탈출로에 배팅할 수 밖에 없다. 「모두 되돌아가 7번으로! 서둘러……!」 아다치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 질렀다. 생존자들 일부는 즉각 몸을 돌렸다. ‘지금이다’ 고 아다치는 생각했다. 이 방어전에서 아다치는 마법을 낭비하지 않았다. 힘을 온존하고 있었다. 쓸 때는 지금이다. 확실히, 마법으로 저 적들을 쓰러뜨릴 수는 없다. 그래도, 건축물 같은 것에 타격을 줘, 적의 추격을 방해할 수 있다. 아다치가 남아서 그런 파괴 공작에 임하고, 동료가 도망갈 시간을 버는 방법도 있다. 렌지를 위해, 팀・렌지를 위해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면, 아다치는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다. 우선 생존자들이 요새 안으로 대피한 단계에서, 정문을 파괴한다. 가능하다면, 암야전을 깔아 뭉게 버리고 싶다. 「아다치, 뭐해!」 렌지에게 야단 맞았다. 예쁜 은발이다. 렌지는 눈동자 색도 엷다. 언제였던가 아다치는, ‘그거, 진짜 머리지’ 하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것 같군’ 하고 렌지는 답했었다. 생각해보면, 서로의 인간성에 관한 깊은 이야기 같은건 거의 한 적이 없다. 어쩌면, 한번도 없었을런지 모른다. 렌지도 아다치도 타인을 쉽게 받아 들이지 못하고, 개입시키려 하지 않는다. 삿사에게 지적 받았 듯, 아다치는 렌지를 사모하고 있었다. 오로지 숨길 수 밖에 없는 충동과 욕망이 아다치에게 있었다. 렌지는 어떨까? 뭔가 있을까? 알고 싶었다. 오래 기간, 곁에 있었던 것이다. 억지로라도 들을 껄 그랬다. 어차피 호감따위 받고 있지 않다. 사랑받을 리 없는 것이다. 싫어해도 좋으니까, 렌지에 대해 알려고 노력할껄 그랬다. 좀 더 알고 싶었다. 「어 어, 가자……!」 아다치는 렌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정문으로 향하려 했다. 「빛이여, 루미아리스여, 저의 칼날에 가호의 빛이 머물도록 하소서……!」 무심코 우뚝 선 것은, 생존자들 중에서 뛰쳐 나온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암야전을 베려고 하는 것일까? 「광인 (光刃,SABER)……!」 브리트니의 검이 눈부신 빛에 휩싸였다. 광인. 성기사의 광마법이다. 암야전은 거무스럼한 네발의 뭔가 위에 걸터 타고 있다. 처음에는 말과 같다고 생각했지만, 거기에는 목이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다. 어쨌든, 그 탓에 암야전이 브리트니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 한칼로 내리 벤다해도 손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기분나쁜 것만 상대해,  지루한 참이었요……!」 브리트니의 몸놀림은 민첩하기 보다 유연해 묘하게 매끄러웠다. 암야전이 브리트니를 겨냥해 빛의 검을 휘둘러 내리지만, 닿지 않는다. 아슬아슬하기는 했다. 아마도 브리트니는 고의적으로 최소한의 발동작으로 암야전의 참격을 피해, 까만 목 없는 말의 등으로 미끄러지듯 뛰어 올랐다. 그곳에는 암야전이 있다. 브리티니는 암야전의 배후를 잡았다. 「잠깐 저와 어울려 주세요……!」 브리트니는 검을 양손으로 들고 암야전의 목에 때려박았다. 하지만, 암야전은 조금 흔들렸을 뿐이었다. 곧바로 몸을 비틀어, 둔탁하게 빛나는 방패로 브리트니를 구타하려 한다. 브리트니는 가볍게 뛰어 올라 암야전 방패를 피하고, 공중에서 한바퀴 돌았다. 그러나 착지할 곳을 노린 것인지. 암야전은 브리트니를 겨냥해 까만 목없는 말을 전진시켰다. 「――멸사의 빛(滅私の光, SACRIFICE)……!」 성기사다. 다른 성기사가 빛나는 방패를 들고 브리트니 앞으로 뛰쳐나와, 까만 목없는 말에 맞서 멈추게 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되받아쳤다. 「나도 어울릴래, 브릿짱!」 「토키무네ー……!?」 저건 킷카와의 목소리다. 토키즈. 브리트니를 엄호했던것은 토키무네 였다. 알고 있겠죠!? 어쩔 수 없는 아이……!」 토키무네 덕분에 무사히 착지할 수 있었던 브리트니는, 광인의 효과가 걸린 검 끝으로 어떤 도형을 그리며 주문을 영창했다. 도형. 루미아리스를 상징하는 육망성이다. 「빛이여, 루미아리스여! 우리의 결의를 바쳐요!」 아다치는 마법이라면 신관과 성기사밖에 사용할 수 없는 광마법일지라도 조사해서 머리속에 기억해 왔다. 하지만, 저 마법은 모른다. 「인도의 빛(導きの光,ALTERA)……!」

브리트니와 토키무네가 동시에 외친다. 그들이 맞춘 것은 목소리만이 아니었다. 검이다. 서로의 검을 부딪혔다. 순간 두 성기사가 붉게 흔들리는 번쩍번쩍임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광명신 루미아리스가 가져다주는 가호의 빛에는 보통, 색채가 없다. 새하얗게 보인다. 저건 아니다. 인도의 빛. 저 빛은 이질적이다. 「물러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짓말 같은 엄청나게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다치는 귀가 아팠다. 순간, 갑자기 저런 소리를 지르다니 몰상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하지만……!」 말을 하던 킷카와의 목덜미를 타다가 잡고 쏜살같이 정문으로 달려간다. 좀 전 큰소리를 지른 것은 타다인가? 토키즈의 안나와 장신 마법사 미모리도 타다의 뒤를 따른다. 그 밖에 안대를 한 포니테일의 섬뜩한 남자도 있었을 텐데, 눈에 띄지 않는다. 전원, 시급히, 7번탑으로. 그렇게 말 꺼낸 것은 아다치다. 그건 그렇다치고, 토키즈가 앞다퉈 도망간다는 건 어째서지? 토키무네를 두고 가는건가? 즉, 인도의 빛은 그러한 마법이다. 는 것인가? 아다치가 붉은대륙에서 습득한 피의 마법은, 자기자신의 혈액을 촉매로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 많이 사용하면 빈혈을 일으키고, 최악, 실혈사(失血死)하고 만다. 대개는 오의(奥義)나 비전(秘伝)으로서 극히 일부 사람에게만 전수되지만, 사용자의 수명을 깎는 듯한, 경우에 따라서는 그 생명을 댓가로 경이로운 힘을 가져다주는, 큰 마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아다치가 아는 범위에서, 루미아리스의 가호를 완전히 상실해버리지만, 성기사 본인의 상처받은 육체를 순식간에 복원하는 죄광(CRIME)이라는 광마법이 있다. 인도의 빛도 그러한 부류에 들어가는 마법일지도 모른다. 아마, 브리트니와 토키무네는 돌이킬 수 없는 큰 대가를 치르려 하고 있다. 인도의 빛은 발동했다. 이제는 취소할 수 없다. 타다는 그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두말없이 7번탑을 향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아다치로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브리트니와 토키무네는,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암야전 이하 적을 여기서 막으려 한다. 한명이라도 많은 생존자들을 도망가게 하기 위해, 그들은 몸을 내던졌다. 지금은 아니다. 아다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달렸다. 각오는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브리트니와 토키무네가 끼어들고 말았다. 아직 아다치의 차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랑해요, 모두……!」 브리트니의 목소리가 뒷머리를 잡아 당겨도, 아다치는 돌아보지 않았다. 어떻게든 7번탑에 도달해야 한다. 렌지와 론, 치비를 도달하게 해야 한다. 팀・렌지를 위해서라도, 한명이라도 더 요새 밖으로 달아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아다치는 생각하면서 다리를 움직였다. 앞에 렌지의 등이 있다. 론도 있다. 옆에는 치비가 있다. 공포는 티끌만큼도 없다. 이미 잃은 것이나 앞으로 잃을 것에 겁내지 않았다. 스스로도 우스꽝스럽다 생각한다. 이 순간, 아다치는 분명히 채워져 있었다.

댓글 2개:

  1. 이번에는 팀・렌지 아다치네요. 드디어 모기스 리타이. 아다치가 BL이었다니 소소한 반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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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도 있지만, 삿사가 돌려 말한 느낌이 있는 거 같아요.
    아다치는 억제하는 느낌이었고, 삿사를 보고 있지는 않았죠. 삿사는 외로움을 탔고요. 너 렌지 좋아하지. 나도 그래. 그러면 나는?

    이러면 아다치가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가 좀 설명이 되는 거 같은데 아님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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