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13일 토요일

재와 환상의 그림갈 19권 8장

 0113A660 あなたと私が欲しいもの(당신과 제가 원하는 것) 히요는 나선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광원같은 건 없는데도 어둡지는 않다. 그렇게 밝은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나선계단만 있다. 난간은 설치되어 있기에, 상당히 방심하지 않는 한, 떨어지지는 않는다.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히요는 알 수 없다. 이 나선계단은 수백번, 수천번, 어쩌면 그 이상, 오르내렸지만, 난간 너머 뛰어 내린 적은 없다. 히요는 혼자가 아니었다. 히요보다 몸집이 작은 여자를 데리고 나선계단을 오르고 있다. 키가 작은 점을 제외하면 뭐, 외모는 나쁘지 않은 여자다. 히요에게는 심미안이 있다. 종족이나 성별을 불문하고, 아름다운 것이 히요는 좋다. 이오가 용모가 좋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 여자의 부하 두명, 저건 안된다. 지독하다. 추한 것에도 정도가 있다. 「저기 당신」 이오의 목소리는 울리지 않는다. 이 공간에서는 소리의 반향은 없다. 이오는 히요에게 2계단 뒤처져 나선계단을 오르고 있다. 먼 거리는 아닌데도, 그 목소리는 흐려 분명하지 않다. 「어디까지 가는거야?」 「곧 도착한다니까요」 대답하는 히요의 목소리도 예쁘게 울리지는 않는다. 두 사람의 발소리는 심장박동처럼 들린다. 「이 계단 기분 나쁘네……」 이오의 마음이 불편해, 히요는 기쁘다. 히요는 이오에게 선택지를 줬다. 그 못생긴 종자들을 데려가도 상관없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불안하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히요로서는 이오말고는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고, 그 추악한 추종자들에게 무슨 말 해봐야 소용없고, 결국은 이오에게 달려있으니, 따라오든 말든 상관없다. 다만, 히요가 도발하면 이오는 넘어올 것이라고 읽고 있었다. 이오가 목이 빠질 정도로 정보를 원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오는 주인님 을 모신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주인님은 고참 히요보다 이오를 중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오가 이 탑 에 대해 아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이오는 이 나선계단의 구조도 모른다. 히요가 쥐고 있는 정보와 이오의 그것과의 사이에는, 질과 양 모두 아직 큰 차이가 있다. 이오는 바보는 아니다. 그러니까, 주인님은 굳이 히요보다 이오를 중시하고 있는 듯 보이게 해, 길들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을 것이다. 주인님은 저래도 말솜씨가 상당하고, 사람 마음을 장악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내친김에 말하면, 이오는 의용병 중에서도 손꼽히는 신관이었지만, 비뚤어진 자존심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도 히요는 알고 있다. 이오라는 여자는 늘 변변치 않은 남자들로 하여금 시중들게 했지만, 누구에게도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몸을 허락하는 일도 없었다.  이오는 기억을 상실하고 있다. 주인님의 비약으로 잃어버리게한 과거를,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히요는 알고 있다.  주인님이 히요에게 부과한 임무에는, 의용병들에 관한 정보수집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가한 때에 시간을 때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의용병들의 동향을 살피기도 했다. 주인님에게 명령받은 경우는 다르지만, 특정 의용병과 친하게 지낼 수는 없다. 그러나, 관찰할 시간은 있었다. 나선계단의 난간이 끊겨 있다. 히요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여기에요」 이오는 난간이 없는 장소에 눈을 두고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 것도 없는 것 처럼 보이네요」 「신기하죠. 이탑은 완전 제대로가 아니에요.  알고 있어요? 옛날옛적, 이 탑은 〝말뚝(杭)〟이라 불렸던 모양이에요」 「말뚝……」 「훨씬훨씬 오래전부터 이자리에 푹 박혀있었다는 거에요. 오르타나는 커녕, 다무로가 생기기 아득히 이전, 인간족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 이미, 말뚝은 여기 있었대요」 「당신은 어째서, 그런걸 알고 있는 건가요」 「히요가 언제부터 그림갈에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모르지만――나는 기억이 없고. 하지만, 당신은……나보다는 연상이지요 」 「신경 써주는 군요. 혼자 있을 때 이오씨는 좀 귀여워서, 싫지는 않네요. 그렇게 아기 고양이인 척 하는 거 몸에 배여 완전 잘 어울릴지 모르지만, 바로 고양이 가면을 쓰다, 네요」 (역자주-[고양이가면을 쓰다, 猫を被る] 내숭떤다. 호박씨 깐다. 본심을 숨긴다. 착한척한다.) 히요는 난간이 끊긴 곳을 향해 오른손을 뻗는다. 아무런 느낌도 없다. 그곳에는, 역시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마치 허무에 삼켜져 버리 듯 히요의 오른손이 사라졌다. 손목부터 앞쪽, 한층 더 팔꿈치 부터 앞쪽, 히요의 오른팔이 점점 사라져 간다. 「……어――」 이오가 아름다운 얼굴을 보기 흉하게 찡그리고 있다. 실로 유쾌하다. 「따라 오세요. 위험은 없으니까」 히요는 웃으며 그 너머로 뛰어든다. 그곳에 보이지 않는 입구가 있었다기보다, 오히려 갑자기 좀 어두운 넓은 공간으로 전송 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딱 와 닿는다. 어쨌든, 히요가 내려 선 곳은 그 넓은 공간의 가장자리는 아니다. 거의 한가운데쯤이다.  곧 이어 이오도 히요의 바로 뒷쪽에 나타났다. 이오는 양눈을 크게 뜨고 재빨리 넓은 공간안을 둘러보고, 겁쟁이 고양이처럼 자세를 잡는다. 「……여긴」 「창고 같은 곳 일까요」 히요는 걷기 시작했다. 이 넓은 공간의 천장은 꽤 높다. 7,8미터 정도는 될까. 폭은 24,25미터 정도로, 깊이는 그 배 가까이된다. 천장과 벽에 초록 빛을 내는 둥근 조명기구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다. 때문에, 손 근처, 발 근처는 보이지만, 넓은 공간 전체를 비추기에는 부족하다. 그래도, 얼핏 봐도 이 넓은 공간이 텅 비어있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곳곳, 이라기보다 넓은 공간 한 가운데에,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엄청난 수의 물건이 진열되어 있다. 둥근 물체도 있고, 네모난 물체도 있다. 얇은 것이나 두꺼운 것, 좀 더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있다. 가구같은 물건, 도검이나 갑옷 등 명백한 무구, 무기가 될만한 물건도 있다. 받침대 위에 문방구 같은 것도 진열되어 있다. 크고 작은 용기도 있다. 항아리 같은 물건과 투명한 병도 있다. 용기는 비어 있거나, 뚜껑이 덮여 있어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액체로 채워진 병도 있다. 액체만 들어 있는 것도 있다면, 그 속에 뭔가 떠 있는 것도 있다. 뭔가 바닥에 가라 앉아 있는 것도 있다. 선반도 있다. 책도 있다. 두루마리도 있다. 전기가 통하면 아직 동작할 듯한 물건도 있다. 무전기, 텔레비전, 전화기. 히요로서는 알 수 없는 전기 기기류도 있다. 그림액자도 있다. 깍아만든 조각상도 있다. 찰흙이나 석고로 빚은 상도 있다. 그러한 무수한 물건들이, 난잡하게 쌓여 있지 않고, 각각 가지런히 안치되어 있다. 넓은 공간 가운데, 물건들이 놓여 있지 않은 공간이 있고, 통로가 되어 있는 그 곳을 히요와 이오는 걷고 있다. 통로는 바둑판 눈금 처럼 뻗어 있다.  히요는 주인님이 이 공간으로 물건을 운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고, 도와주기도 했다. 주인님의 명을 받고, 크기가 작은 물건을 두러 혼자 온 적도 있다. 물건들은 늘어만 간다. 이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말뚝 안에는 다른 공간도 있다. 히요가 아는 것만 해도 빈 넓은 공간이 두개는 있을 터이니, 물건을 둘 곳이 마땅치 않을 일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유물 혹은 유물일 가능성이 있는 물건, 유물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다른 세계의 것이라 볼 수 있는 가치있는 물건을 찾는 것은 꽤나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즉, 당분간 물건이 늘어날 것 같지 않은 쪽이 문제일 것이다. 아니면, 주인님은 언젠가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 걸까? 「 수상스런 물건들 뿐……」 이오가 중얼거렸다. 마침 등받이가 있는 빨간 의자를 발견하자, 히요는 거기에 앉았다. 다소 먼지가 있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주인왈, 이 넓은공간뿐 아니라, 말뚝 안 주요공간에는, 공기를 정화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치가 있다고 한다. 「 앉지 않겠어요?」 히요는 긴 의자의 앉는 곳을 두드려 보였다. 이오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히요의 왼쪽옆에 앉았다. 「 이 의자――」 히요는 등받이에 기대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 유물이었어요. 주인님이 이것저것 공을 들여 조사했는데, 앉아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게되는 마술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 나, 당신 보이는데……」 「 이제는 보통 의자니까요. 유물은 에릭실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요. 방금 이야기는 주인님에게 전해들은 거지만, 주인님이 이름을 붙인건지, 아니면 어디선가 얻은 지식인지는, 히요는 알 수 없어요. 주인님을 모신지는 오래됐지만, 이든저든 뭐든 다 알려주시는 건 아니니까요」 「 이 의자는――그 에너지……에릭실을 잃어버린 건가요?」 「뭐랄까요, 빼내버린 거에요」 「 당신의……주인님이?」 「 싫네요. 히요의 주인님은, 이오의 주인님이기도 하잖아요」 「그렇군요」 이오는 곧바로 대답했다. 미소를 짓고 있다. 속내가 다를 때는 아무리 교묘하게 거짓웃음을 지어도 눈이 죽어 있지만, 이오의 두 눈동자는 반짝반짝이고 있다. 극강의 미소다. 「스스로 결단했었고, 실수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네요」 「이오씨들의 기억을 빼앗은 것은 주인님과 히요입디만」 「그래서 어째서죠?」 「사람에게는 모르는 편이 좋은 일도 있으니까요. 애초에 인간족은 외부 세계에서 왔거든요. 그래서, 여기 세계에서 문명을 이루고 있던 엘프나 드워프를 때려 눕히고, 풍족한 중원을 자신들의 것으로 했어요. 침략자인거에요」 「……그것은, 우리들의 선조가……그렇단 것?」 「글쎄요. 하지만, 이오씨 같은 사람들은, 그림갈 인간족이 쓰는 말을 보통 이해할 수 있죠. 문자도 읽을 수 있는거죠. 아무래도 문자는 인간족이 가져온 것 같아요. 인간족이 나타나, 그림갈에 글씨가 퍼졌어요. 뭐 보틍 생각하면, 침략자들이 이오씨들의 선조 아닐까요?」 히요는 이오가 의자 위에 둔 오른손을 쳐다 보았다. 왼손을 뻗어, 이오의 오른 손에 살짝 포개어 본다. 이오는 순간, 손을 뻣뻣하게 경직 시켰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히요의 손을 뿌리치려 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거든요. 나름대로 복잡한 사정이 있었어요. 야만적이게도 오르타나를 뺴앗아 차지하려든 집단이 있었다든가 말이죠. 지식은 자신을 보호할 뿐 아니라, 타인을 공격하는 무기도 되고 , 이를 위한 이유나 동기를 만들기도 하죠 」 「당신은……그것을 봐 왔다?」 「주인님 만큼 오랫동안, 지켜본 건 아니겠죠? 아무리 그대로, 그런 나이로는 보이지 않겠죠? 이자리에서만 하는 이야기지만――」 히요의 왼손이 이오의 오른손을 잡았다. 거친 의용병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예쁜 손을 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쭈글쭈글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겠죠?」 「보이지 않아요. 조금도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주인님 덕분입니다. 그 분은, 터무니 없는 일을 꾸미거나, 왠지 말투가 좋지 않나요?――대단한 일을 생각할 수 있는 것 같고, 히요 같은 주인님을 모시도록 하는 아랫사람에게  베풀어 주시는 은혜는, 조그마하고 보잘것 없을지 모릅니다. 주인에게는, 말이죠. 가급적 오래 살고 싶고, 노화를 막고 싶은 것 같은, 분명 어느 세계의 어떤 지적 생명체라도 생각할 만한 일이 일이겠죠. 주인님은 잘 가르쳐 주시지 않지만, 그런 종류의 유물은 꽤 있는 것 같아요 」 「……나도 그 은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군요」 이오가 히요의 손을 맞잡았다. 「당신처럼, 충성을 계속 맹세한다면」 「이오씨가 원한다면――그리고, 그럴 필요가 있다고 주인님이 판단한다면, 주실지도 몰라요. 역시, 젊고 아름다운 채로 있고 싶어요?」 「내가 아름답다?」 「네, 예쁘다고 생각해요」 「좀, 의외군요」 「히요가 이오씨를 솔직하게 칭찬하는게, 말인가요?」 「거짓말 하는 느낌이 안들고……」 「본심이니까요. 히요는 기본적으로 여자 아이쪽을 좋아해요. 이오씨 같은 예쁜 여자 아이, 사실 너무 좋아하거든요」 「날 원해요?」 이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 입술의 양끝을 약간 치켜 올린다. 히요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게 이오씨의 수법인가요?」 「무슨말?」 이오는 태연하게 반문했다. 히요의 왼손을 쥔 오른손은 긴장하고 있지 않다. 이오는 이런 게임을 반복해, 특히 남자들을 조종해 왔다. 기억이 없다해도, 경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난 다만 물어본 것 뿐이에요. 당신은 날 원해요? 더러운 생물은 좋아하지 않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아요」 「속이 할머니라도, 말인가요?」 「더러운 노파라면 다가가고 싶지도 않아요. 당신은 그렇게 보이지 않군요」 「히요를 농락하는 것은 무리에요, 이오씨」 「정말?」 「이오씨가 원하는 건 히요는 아니겠죠?」 「내가……원하는 거?」 이오의 눈이 순간, 초점을 잃었다. 의표를 찔린 모양이다. 남자들은 이오를 원한다. 이오는 남자들에게 요구된다. 요구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뤄서는 안된다. 항상 가능한 공급을 적게해, 수요는 그것을 크게 웃돈다. 히요가 관찰하고 있었던 이요는, 흡사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이 목적인 것 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이오씨는 뭘 원하나요?」 히요는 이오의 손을 잡아 끌었다. 조금 이오의 몸을 자기 쪽으로 끌어 당긴다. 이오는 거부하지 않았다. 「여기로 이오씨를 안내해도 된다고, 주인님이 말씀하셨어요. 요컨데, 포상이에요. 여기에는 에릭실을 빼낸 잡동사니 밖에 없습니다만, 많은 보물이 잠들어 있는 방도 있어요. 히요가 들어가도 되는 방도, 주인님만 들어갈 수 있는 방도 있어요」 히요는 이오의 오른쪽 어깨에 가볍게 볼을 비볐다. 「주인님의 말씀대로 하다보면, 언젠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겠지만요. 주인님도 아직 가능한게 아니고. 아무튼, 주인님이 주시는 상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회춘은 히요가 알기로는 불가능하지만, 안티에이징이라면 가능하고――」 이오의 오른쪽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히요는 한번 숨을 내쉬고, 손을 잡는 방법을 바꿔봤다. 손가락과 손가락을 촘촘히 얽히게 하듯, 손바닥과 손바닥을 맞대게 한다. (역자주 - 손바닥을 마주보게 하고, 손깍지 끼듯 잡는 방법은 일본에서 연인 사이 손잡는 법) 「주인님의 분부를 지키면, 하루하루 불편하지 않아요. 밖은 이제 세카이슈 투성이지만, 말뚝 의 기능을 사용하면 밖으로 나갈 수도 있어요. 기능을 발동하면 무슨일이 일어날지 좀 예상이 되지 않는 듯 해, 주인님도 신중해지신 것 같네요. 세카이슈가 이렇게 거칠어진 적도, 과거에는, 유례가 없는 듯 하고」 「……즉――좀 더 기여 해, 라는 거?」 「아뇨? 틀렸죠?」 「틀려……?」 「히요들은 말이에요. 주인님을 모실 수 밖에 없어요. 이제는, 말이죠……온 힘을 다해, 다해, 다해, 다해, 다해, 다해 ……다하고 다하고 다하고 다하고 다하고 다하고 다하고 다하고 ……어디까지나 다할 수 밖에 없어요」 히요는 이오의 숨결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호흡이 좀 빠르다. 「주인님에게는 말이죠. 큰 소망이 있어요. 저 주인님도, 말뚝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하고,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주인님은 말이죠. 말뚝을 완전히 가동시키기 위해, 에릭실을 모으고 있는 거에요. 히요는 그것 때문에 부지런히 일해온 거에요」 「……나도 마찬가지 인거군요」 이오가 툭 말을 흘렸다. 살짝 눈을 내리깔고 앞쪽을 보고 있다. 앞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앞을 그저 멍하니 보고 있다. 그 앞에 뭔가 있다 해도, 아무것도 없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일한 만큼 은혜를 받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네요. 아무것도 없는 것 보다는 좋아」 「정말로――」 히요는 이오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묻는다. 「그렇게 생각하나요?」 이오는 흠칫 몸을 떨며, 순간, 곁눈으로 히요를 바라보았다. 무슨말이 나오다가, 더이상 나오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무슨 말을 하려다가, 역시 해서는 안된다고 단념한 것일까? 히요는 이오의 볼에 작게 소리를 내며 입을 맞추었다. 푹신푹신할 정도로 부드러운 볼이다. 먹어 치우고 싶어졌다. 부러워 어쩔줄을 모르겠다. 주인님의 포상으로 나이 먹는 것을 방지해도, 육체의 노화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전에 없던 주름살을 찾을 때 마다, 그 주름이 깊어질 때 마다, 히요는 초조해진다. 가끔 패닉 상태가 된다. 몸을 만지는 느낌이 예전과는 다르다. 스스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10년 전에는 더 촉감이 좋았다. 근육이 붙은 것도 아닌데 살이 딱딱하다. 게다가 머릿 속은, 히요의 마음은, 확실히 나이를 먹어간다. 젊어 보이려고 할수록,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되고 마는 것을, 히요는 깨닫고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젊은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이제 젊지 않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소비하면 소비하는 만큼 반드시 시간은 줄어들어 간다. 남은 시간을 늘릴 수는 있다. 그렇다해도 시간은 한계가 있다. 나는 이제 젊지 않다. 나는 시간을 낭비해온 것일지 모른다. 「이오씨, 저는――」 히요는 이오의 귀를 깨물 듯 속삭였다. 「수십년 뒤 당신입니다. 당신은 저처럼 되고 싶나요? 저는 당신보다 주인님도 말뚝 도 더 알고 있어요. 조금씩, 조금씩, 한걸음 한걸음, 주인님께, 온힘을 다해, 다해, 다해, 다해, 다하고 다하고 다하고 다하고 다하고 다하고 다하고, 작고 작은 퍼즐의 피스를 먹이로 받아, 그것을 연결함으로써, 의용별들이나, 아라바키아 왕국의 인간들을, 엘프나 드워프, 오크, 대다수의 불사족들보다, 그림갈에 대해 넓고 깊게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신분이 되었어요. 이오씨는, 제가 되고 싶나요? 어느쪽이든, 주인님이 하기 나름입니다만. 혹시 주인님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니면, 주인님이 너 따위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 저는 잘라져 버리고 맙니다. 어쩌면, 이오씨가 저의 후임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저 대신 그 앨리스라는 아이일지도 몰라요. 시호루일지도 모르겠군요. 주인님에게 달렸습니다. 이오씨는 저처럼 되고 싶나요?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나요? 뭐를 원하나요? 말뚝을 완전 가동 시키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그 때가 와도, 주인님은 모든 것을 가르쳐 주지는 않을 거에요. 저는 도구이기 때문에, 주인님께 충실한 노예라서. 저기, 이오씨, 당신은 저처럼 되고 싶나요――」









댓글 2개:

  1. 아다치 BL에 히요무는 GL? 아님 단순히 젊은여자에 대한 시샘? 헷갈리군요.
    그나저나 좀 바쁜일로 업데이트가 늦었습니다.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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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l 이 아니라 유물로 몸을 빼내려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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